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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일 일요일

2026 알리안츠 리스크 바로미터: 가속의 시대, 위험의 질서가 재편되다

 

리스크란 본래 미래의 불확실성을 담보로 하는 개념이지만, 2026년 우리가 마주한 리스크의 양상은 과거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100개국 3,338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2026 알리안츠 리스크 바로미터'는 단순히 위험의 순위를 매긴 나열이 아니다. 이는 기술의 진보와 지정학적 균열이 결합하여 기업 경영의 근간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서사다.

혁신의 속도가 통제의 인내를 앞지를 때,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포식자가 된다. AI의 시대, 진정한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달리는가'가 아니라 '어떤 책임의 닻을 내렸는가'에 있다.

사이버 사고, 항구적인 위협의 상수가 되다

5년 연속 세계 최고 위험 요소로 꼽힌 '사이버 사고'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되었다. 응답자의 42%가 이를 1위로 지목했다는 사실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2위와의 격차가 10% 이상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시점에서 사이버 보안이 단순한 IT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권과 직결된 경영 철학의 영역으로 전이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거대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냉혹한 현실을 투영한다. 대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방어벽을 높이는 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한 공급망 하단의 기업들이 무너지며 생태계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이제 리스크 관리는 자사의 방어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내가 의존하는 제3자 공급업체와 파트너사의 복원력까지 책임져야 하는 '연대적 방어'의 단계로 진입했다.

인공지능(AI), 양날의 검이 흔드는 거버넌스의 토대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 리스크의 폭발적인 상승이다. 2025년 10위에서 2026년 2위로 수직 상승한 배경에는 기술 도입의 속도가 인간의 거버넌스와 규제 속도를 압도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이 AI의 이점을 신뢰하면서도, 5분의 1은 그 이면의 파멸적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사실은 현재 경영자들이 겪는 심리적 불협화음을 대변한다.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형 AI'의 확산은 법적 책임의 주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AI가 내린 의사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편향된 모델에 의한 차별, 지적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는 이제 이론적 논의를 넘어 실제적인 법적 분쟁과 평판의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 루도빅 수브란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시스템의 신뢰성과 데이터 품질, 그리고 숙련된 인력의 부재는 2026년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거대한 '역량의 병목 현상'이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속도에만 매몰된 기업은 머지않아 AI가 만든 부메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업 중단의 탈바꿈: 지정학적 변동성과 공급망의 균열

흥미로운 변화는 '사업 중단'이 상위 2개 리스크에서 처음으로 제외되어 3위로 내려앉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안도할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업 중단 자체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사이버 공격과 AI 리스크가 사업 중단을 일으키는 상위 개념으로서 더욱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업 중단의 원인으로서 지정학적 위험(7위)과 법률/규제 변화(4위)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해졌다. 2025년을 관통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전쟁, 그리고 2026년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 등 이어지는 국제적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무역 제한이 세 배로 증가하고 전 세계 수입의 20%가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자신의 공급망을 "매우 탄력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단 3%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뼈아픈 현실이다.

이제 기업들은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분업 구조를 포기하고, '프렌드쇼어링(협력국 이전)'과 '지역화'라는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다. 비용 절감이 미덕이었던 시대는 가고, 이제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리스크를 분산하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고의 경영 가치가 되었다. 5년 내 글로벌 공급망 마비라는 '블랙 스완' 시나리오를 현실로 상정하고 대비하는 51%의 응답자들은 이미 이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맺으며: 리스크 관리의 본질적 전환

2026 알리안츠 리스크 바로미터가 주는 궁극적인 교훈은 '연결성'이다. 사이버 위협은 AI를 통해 증폭되고, AI의 오류는 사업 중단을 야기하며, 지정학적 갈등은 이 모든 과정을 가속화한다. 위험은 더 이상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거대한 그물망처럼 서로를 옭아매고 있다.

경영자들에게 요구되는 철학적 사유는 명확하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며, 성장을 쫓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어떠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복원력(Resilience)'을 확보하는 것이다. 2026년은 불확실성의 파도를 잠재우려 애쓰기보다, 그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해가 될 것이다.


2026년 1월 17일 토요일

대혼돈의 서막: WEF 2026 보고서가 묻는 경영의 존재론적 가치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단순한 경고장을 넘어, 지난 30년간 우리가 신봉해온 '글로벌리즘'이라는 종교의 종말을 선언하고 있다. 보고서가 그리는 2년과 10년의 궤적은 파편화된 세계, 신뢰의 증발, 그리고 통제 불능의 기술이 얽힌 **'복합 위기(Polycrisis)'**의 심화다.

경영자로서 우리는 이 텍스트의 행간에 숨겨진 '거대한 불연속성'을 읽어내야 한다. 과거의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던 선형적 사고는 이제 무용하다. 이제는 구조적 결함이 일상이 된 시대, 즉 **'상시적 비상사태'**를 경영의 기본값으로 설정해야 하는 사유의 전환점에 서 있다.

1. 지정경제적 대립: '보이지 않는 손'에서 '움켜쥐는 주먹'으로

보고서가 지적한 '지정경제적 대립'은 시장의 자율성이 국가의 전략적 목적에 완전히 종속되었음을 의미한다. 자유무역이라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되었던 세계는 이제 날카로운 진영 논리로 찢기고 있다.

  • 비즈니스 연관성: 공급망은 이제 효율의 경로가 아니라 **'안보의 통로'**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저비용 구조는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 깊은 사유와 대응: 경영자는 이제 '무역 업자'가 아닌 '전략적 외교관'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생산 기지를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급망의 모듈화'**를 통해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체 시스템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비용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생존을 담보하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제품 가격과 전략에 내재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2. 기술적 무질서: AI의 실존적 위협과 진실의 사유화

허위 정보와 AI의 부정적 결과가 단기와 장기 리스크를 동시에 장악했다는 점은 소름 돋는 대목이다. 기술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압도하면서,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는 **'진실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 비즈니스 연관성: 기업의 평판(Reputation)은 이제 가장 취약한 자산이다. 딥페이크나 악의적인 AI 알고리즘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기업 가치가 증발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의 확산은 규제의 강화로 이어지며 비즈니스의 민첩성을 저해한다.

  • 깊은 사유와 대응: 기술은 이제 '효율의 도구'를 넘어 '윤리의 시험대'다. AI를 도입할 때 성능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과 **'방어력'**이다. 우리 기업이 사용하는 기술이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고객의 진실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기보다, 기술이 파괴하는 '인간적 신뢰'를 어떻게 아날로그적 가치로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만이 무너지지 않는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

3. 사회적 양극화와 '분노의 경영학'

보고서는 '불평등'을 가장 상호 연결된 위험으로 꼽았다. 이는 단순한 빈부격차를 넘어, 엘리트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사회적 분열은 정치를 극단화시키고, 이는 기업에 예측 불가능한 세제 변경이나 규제 폭탄으로 돌아온다.

  • 비즈니스 연관성: 사회가 분열되면 소비 시장도 극단적으로 파편화된다. 중간 지대는 사라지고, 기업은 어느 한쪽의 가치를 선택하라는 압박(Brand Activism)에 직면한다. 침묵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닌 방관으로 해석된다.

  • 깊은 사유와 대응: 기업은 이제 사회적 갈등의 '치유자'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부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기업 내부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공급망 내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지역사회와 **'공유 가치(Shared Value)'**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흔들릴 때 기업이 스스로 안전망의 일부가 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실천은, 분노의 시대에 기업이 생존권을 부여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4. 환경 리스크의 시차적 함정: 부채 경영의 종말

단기적으로 순위가 하락한 환경 리스크는 경영자들에게 **'거짓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장기 리스크 상위권을 도배한 기후 위기는 우리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10년 뒤의 사형 선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비즈니스 연관성: 금융 시장은 이미 10년 뒤를 보고 있다. 기후 대응에 태만한 기업은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다. 보험 시장의 붕괴나 원자재 가격 폭등은 예고된 미래다.

  • 깊은 사유와 대응: 환경 리스크 대응을 '미래의 과제'로 미루는 것은 현재의 수익을 위해 미래의 생존권을 저당 잡히는 '세대 간 약탈'이다. 탄소 중립은 규제 순응이 아니라 **'근본적 자산 재구조화'**여야 한다. 화석 연료 기반의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고, 재생 에너지와 순환 경제 모델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전환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지금 고통스럽지 않은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결론: 불확실성을 경영의 동력으로 삼는 법

리스크는 회피의 대상이 아닌, 진화의 동력이다. 안전한 항구에 정박한 배는 결코 폭풍우 너머의 신대륙을 발견할 수 없다. 리스크를 비용이 아닌 '진화를 위한 저항값'으로 받아들이는 리더만이 다극화된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가 된다.

WEF 2026 보고서가 주는 최종 함의는 명확하다. 우리가 알던 '안정적인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 68%의 전문가가 전망한 '지역 규칙 경쟁 시대'는 결국 각자도생의 시대를 의미한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경영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의지'**의 결합이다. 리스크를 회피의 대상이 아닌, 조직의 근육을 키우는 저항값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파편화된 세계에서 연결을 만들고, 기술적 혼돈 속에서 진실을 지키며, 사회적 갈등 속에서 상생을 도모하는 기업.

결국 미래는 보고서의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를 보고 공포에 질리기보다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가 되기로 결심한 리더의 사유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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