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7일 토요일

대혼돈의 서막: WEF 2026 보고서가 묻는 경영의 존재론적 가치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단순한 경고장을 넘어, 지난 30년간 우리가 신봉해온 '글로벌리즘'이라는 종교의 종말을 선언하고 있다. 보고서가 그리는 2년과 10년의 궤적은 파편화된 세계, 신뢰의 증발, 그리고 통제 불능의 기술이 얽힌 **'복합 위기(Polycrisis)'**의 심화다.

경영자로서 우리는 이 텍스트의 행간에 숨겨진 '거대한 불연속성'을 읽어내야 한다. 과거의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던 선형적 사고는 이제 무용하다. 이제는 구조적 결함이 일상이 된 시대, 즉 **'상시적 비상사태'**를 경영의 기본값으로 설정해야 하는 사유의 전환점에 서 있다.

1. 지정경제적 대립: '보이지 않는 손'에서 '움켜쥐는 주먹'으로

보고서가 지적한 '지정경제적 대립'은 시장의 자율성이 국가의 전략적 목적에 완전히 종속되었음을 의미한다. 자유무역이라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되었던 세계는 이제 날카로운 진영 논리로 찢기고 있다.

  • 비즈니스 연관성: 공급망은 이제 효율의 경로가 아니라 **'안보의 통로'**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저비용 구조는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 깊은 사유와 대응: 경영자는 이제 '무역 업자'가 아닌 '전략적 외교관'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생산 기지를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급망의 모듈화'**를 통해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체 시스템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비용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생존을 담보하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제품 가격과 전략에 내재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2. 기술적 무질서: AI의 실존적 위협과 진실의 사유화

허위 정보와 AI의 부정적 결과가 단기와 장기 리스크를 동시에 장악했다는 점은 소름 돋는 대목이다. 기술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압도하면서,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는 **'진실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 비즈니스 연관성: 기업의 평판(Reputation)은 이제 가장 취약한 자산이다. 딥페이크나 악의적인 AI 알고리즘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기업 가치가 증발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의 확산은 규제의 강화로 이어지며 비즈니스의 민첩성을 저해한다.

  • 깊은 사유와 대응: 기술은 이제 '효율의 도구'를 넘어 '윤리의 시험대'다. AI를 도입할 때 성능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과 **'방어력'**이다. 우리 기업이 사용하는 기술이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고객의 진실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기보다, 기술이 파괴하는 '인간적 신뢰'를 어떻게 아날로그적 가치로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만이 무너지지 않는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

3. 사회적 양극화와 '분노의 경영학'

보고서는 '불평등'을 가장 상호 연결된 위험으로 꼽았다. 이는 단순한 빈부격차를 넘어, 엘리트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사회적 분열은 정치를 극단화시키고, 이는 기업에 예측 불가능한 세제 변경이나 규제 폭탄으로 돌아온다.

  • 비즈니스 연관성: 사회가 분열되면 소비 시장도 극단적으로 파편화된다. 중간 지대는 사라지고, 기업은 어느 한쪽의 가치를 선택하라는 압박(Brand Activism)에 직면한다. 침묵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닌 방관으로 해석된다.

  • 깊은 사유와 대응: 기업은 이제 사회적 갈등의 '치유자'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부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기업 내부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공급망 내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지역사회와 **'공유 가치(Shared Value)'**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흔들릴 때 기업이 스스로 안전망의 일부가 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실천은, 분노의 시대에 기업이 생존권을 부여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4. 환경 리스크의 시차적 함정: 부채 경영의 종말

단기적으로 순위가 하락한 환경 리스크는 경영자들에게 **'거짓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장기 리스크 상위권을 도배한 기후 위기는 우리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10년 뒤의 사형 선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비즈니스 연관성: 금융 시장은 이미 10년 뒤를 보고 있다. 기후 대응에 태만한 기업은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다. 보험 시장의 붕괴나 원자재 가격 폭등은 예고된 미래다.

  • 깊은 사유와 대응: 환경 리스크 대응을 '미래의 과제'로 미루는 것은 현재의 수익을 위해 미래의 생존권을 저당 잡히는 '세대 간 약탈'이다. 탄소 중립은 규제 순응이 아니라 **'근본적 자산 재구조화'**여야 한다. 화석 연료 기반의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고, 재생 에너지와 순환 경제 모델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전환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지금 고통스럽지 않은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결론: 불확실성을 경영의 동력으로 삼는 법

리스크는 회피의 대상이 아닌, 진화의 동력이다. 안전한 항구에 정박한 배는 결코 폭풍우 너머의 신대륙을 발견할 수 없다. 리스크를 비용이 아닌 '진화를 위한 저항값'으로 받아들이는 리더만이 다극화된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가 된다.

WEF 2026 보고서가 주는 최종 함의는 명확하다. 우리가 알던 '안정적인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 68%의 전문가가 전망한 '지역 규칙 경쟁 시대'는 결국 각자도생의 시대를 의미한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경영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의지'**의 결합이다. 리스크를 회피의 대상이 아닌, 조직의 근육을 키우는 저항값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파편화된 세계에서 연결을 만들고, 기술적 혼돈 속에서 진실을 지키며, 사회적 갈등 속에서 상생을 도모하는 기업.

결국 미래는 보고서의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를 보고 공포에 질리기보다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가 되기로 결심한 리더의 사유 속에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게시물

처벌의 공포를 넘어, '안전 경영'이라는 실존적 선택

  쇳물과 서류 사이, 경영자라는 이름의 형벌과 책임 제조업의 현장은 거대한 기계음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생존의 최전선이다. 그곳에서 경영자는 자본의 흐름을 조율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설계자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한 거대한 안전망의 ...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