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안나 카레니나가 가르쳐 준 것들 — 리스크 관리의 철학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위험에 무너지는 것, 그 경계에 관하여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집어 든 것은 순전히 문학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뜻밖의 자문을 받은 기분이었다 — 리스크 관리에 관한 자문. 1,000페이지가 넘는 이 대하소설은 단순한 불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외면하고, 결국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가에 관한 촘촘한 탐구다.

소설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이다." 이 첫 문장은 리스크의 속성을 꿰뚫는다. 성공(행복)의 경로는 수렴하지만, 실패(불행)의 경로는 발산한다. 리스크 관리론에서 말하는 '꼬리 위험(tail risk)'이 여기에 있다. 잘못될 수 있는 방식은 무한히 다양하고, 각각은 완전히 고유한 이유를 가진다. 톨스토이는 이 진실을 소설의 첫 줄에서 이미 선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 안나의 비극 — 리스크를 '계산'하지 않은 결정

안나 카레니나는 지성적이고 아름다우며, 사회적으로도 높은 위치에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선택할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는 것과 '충분히 평가했다'는 것은 다르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의 핵심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리스크 인지(risk perception)와 리스크 평가(risk assessment)의 괴리다.

안나는 아들과의 이별, 사회적 추방, 법적 이혼 불가능이라는 구체적인 손실을 '이해'했지만, 그 손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심리를 어떻게 갉아먹을지는 충분히 '시뮬레이션'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험의 존재를 모를 때가 아니라, 그 위험의 장기적 복리 효과(compounding effect)를 과소평가할 때다. 안나는 사랑이라는 강렬한 현재의 감각 앞에서 미래의 비용을 할인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재 편향(present bias)'의 교과서적 사례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네 인물, 네 가지 리스크 전략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각각 전혀 다른 리스크 태도를 보여주며, 마치 조직 내 서로 다른 의사결정자처럼 기능한다.

안나는 고위험 감수형이다. 감정에 이끌려 리스크를 전면 수용했고, 출구 전략이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단일 포지션에 집중 투자한 셈이었고, 그 포지션 — 브론스키의 사랑 — 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전체 시스템이 무너졌다. 포트폴리오를 분산하지 않은 투자자의 최후와 닮아 있다.

브론스키는 리스크 과신형이다. 그는 자신의 매력과 사회적 지위를 지나치게 믿었다. 안나와의 관계가 자신에게 미치는 장기적 비용을 계속해서 과소평가했고, '나는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오버컨피던스(overconfidence)는 리스크 관리의 고전적 함정이다.

카레닌은 리스크 회피형이다. 그는 감정적 위험을 철저히 억압하고, 제도와 절차 뒤에 숨어 실질적 위험과의 직면을 계속 미뤘다. 그 결과 위험이 외부에서 강제로 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했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아님을 카레닌은 몸소 증명한다.

레빈은 점진적 리스크 관리형이다. 그는 의심과 불안을 품으면서도 단계적으로 검증하며 나아갔다. 키티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시도했으며, 농업 개혁에 실패해도 방향을 수정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려 하지 않고 분산하며 함께 걸어간 인물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의미를 찾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 시스템 리스크 —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

현대 리스크 관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다. 개별 주체의 결함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특정 위험을 내재화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는 바로 그런 구조였다.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가혹한 시스템 리스크가 사회 전체에 내포되어 있었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같은 선택을 했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사회 안에서 어느 정도 회복 가능성을 유지한 반면, 안나는 즉각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추방을 경험했다. 이것은 안나 개인의 리스크 관리 실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에게 훨씬 높은 위험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오늘날 조직 내 리스크 관리자들이 개인의 행동뿐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을 함께 진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일한 행동이라도 행위자가 놓인 구조적 위치에 따라 리스크의 크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 질투와 확증 편향 — 리스크 인식의 왜곡

소설 후반부, 안나의 질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녀는 브론스키의 모든 행동에서 배신의 신호를 읽어내기 시작한다. 이것은 리스크 관리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극단적 사례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하는 현상. 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바로 그 순간, 인식이 가장 심하게 왜곡되는 것이다.

안나가 마침내 기차역 플랫폼에 선 순간, 그녀의 내면은 이미 현실을 왜곡된 렌즈로 보고 있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간의 리스크 판단이 얼마나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는지를 톨스토이는 놀라운 정밀함으로 그려낸다. 위기 상황일수록 냉정한 외부 시각과 검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 이것이 현대 리스크 거버넌스가 '이중 통제 원칙(four-eyes principle)'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레빈의 길 —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레빈은 안나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는 농업 개혁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키티에게 구혼하다 거절당하고, 철학적 의심 속에서 신앙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다. 그의 삶은 불확실하고 때로 굴욕적이지만, 그는 그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현대 리스크 관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자세다. 리스크를 완전히 없애려는 시도는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든다. 목표는 위험의 제거가 아니라 위험과의 현명한 공존, 즉 리스크 내성(risk tolerance)의 확립이다. 레빈은 그것을 삶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살아남고, 의미를 찾는다.

■ 마치며

『안나 카레니나』는 결국 이런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자신의 리스크를 충분히 평가하고 있는가? 그리고 불확실성 앞에서, 당신은 안나인가, 레빈인가?

위대한 소설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새로운 렌즈로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그 렌즈를 리스크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리스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1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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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 줄리엣 카이엠의 위기관리 철학



완벽한 예방의 환상을 버리고, 복원력의 현실을 선택하는 것 — 그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경영하는 자의 진짜 책임이다.


줄리엣 카이엠은 누구인가

줄리엣 카이엠(Juliette Kayyem)은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이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역임한 위기관리 전문가다. 테러리즘, 재난 대응, 국가 안보 분야에서 실무와 학문을 동시에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로, CNN 안보 분석가로도 활동하며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녀의 이력에서 눈여겨볼 점은 단순한 이론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9·11 이후 미국 본토 안보 재편 등 실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최전선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 경험이 이 책의 밑바탕을 이룬다.


"언제"의 문제로 재난을 바라보라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The Devil Never Sleeps)》의 핵심 명제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재난은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다.

카이엠은 우리가 오랫동안 재난을 "만약(if) 발생한다면"의 문제로 인식해왔다고 지적한다. 예방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예방에 실패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취약한 구조다. 그녀는 이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재난은 "언제(when) 발생하는가"의 문제다.

이 전환은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예방 중심 사고는 완벽한 방어를 전제로 한다. 한 곳이 뚫리면 전체가 붕괴한다. 반면 복원력(Resilience) 중심 사고는 불완전한 현실을 전제로 한다. 일부가 무너져도 전체는 살아남고, 빠르게 재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다.

책은 이를 위한 구체적 원칙들을 제시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전 설계,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 회복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십의 역할.


사유하기

1. 완벽한 예방이라는 환상을 버려라

많은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기가 오지 않도록 막는 것"으로 정의한다.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고, 리스크 매트릭스를 정교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이 가치 있는 활동이지만, 여기에만 집중하는 조직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현실의 위기는 예측의 바깥에서 온다.

코로나19는 팬데믹 매뉴얼이 있던 조직도, 없던 조직도 동시에 덮쳤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핵심 인재의 갑작스러운 이탈, 주력 시장의 규제 변화 — 이것들은 예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영자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위기가 왔을 때, 우리 조직은 얼마나 빨리 일어설 수 있는가?"

2. 복원력은 전략이 아니라 구조다

카이엠이 강조하는 복원력(Resilience)은 단순한 위기 대응 매뉴얼이 아니다. 조직의 DNA에 내재된 구조적 특성이다.

경영적으로 번역하면 이렇다.

복원력 있는 조직은 의사결정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핵심 프로세스가 특정 개인이나 단일 채널에 의존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최소 기능 단위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문화가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때 신속하게 전 세계 리콜을 결정한 것, 존슨앤드존슨이 1982년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에서 즉각 제품을 수거한 것 — 이 사례들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히 "잘 대응해서"가 아니다. 그 조직들이 복원력의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결정이 가능했다.

3. "언제"를 상정한 경영 시나리오를 설계하라

카이엠의 논리를 경영 현장에 직접 적용하면,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식이 달라진다.

기존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종종 낙관, 중립, 비관의 세 가지 미래를 그린다. 그런데 이 방식의 함정은 "비관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카이엠의 방식은 다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반드시 온다는 전제 아래, 그때 우리는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가를 미리 결정해두는 것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조직과, 이미 답을 가지고 실행만 하면 되는 조직의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전환 훨씬 이전부터 DVD 사업의 소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때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준비했다. 이것이 "언제"를 상정한 경영이다.

4. 리더는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통찰 중 하나는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카이엠은 위기 대응의 최대 적은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재난 현장에서, 그리고 경영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정보는 오지 않는다. 정보가 완벽해질 때쯤이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있다.

훌륭한 위기 리더는 70%의 정보로 결정을 내린다.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정하고,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수정한다. 이것이 카이엠이 말하는 "복원력 있는 의사결정"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Move fast and break things"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이 다르다. 무모하게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인정한 위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5. 위기 이후의 서사를 준비하라

카이엠이 책의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위기 이후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즉 회복의 서사(Narrative of Recovery)다.

경영적으로 이것은 단순한 홍보(PR) 전략이 아니다. 조직 내부 구성원에게, 고객에게, 투자자에게 — "우리는 이 위기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를 겪은 조직이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기술적 우위나 자본력 때문만은 아니다. 위기 이후의 서사를 잘 설계하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한 조직들이다.


마치며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는 재난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그 메시지는 경영자에게 더 절실하게 읽힌다.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위기는 반드시 온다. 그렇다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위기를 막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왔을 때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완벽한 예방의 환상을 버리고, 복원력의 현실을 선택하는 것 — 그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경영하는 자의 진짜 책임이다.


2025년 12월 6일 토요일

3,000편의 논문이 당신의 영양제를 결정한다 — 알고케어의 기술 전략

AI 에이전트로 영양제 시장을 재정의하다 — 알고케어와 정지원 대표의 성장 공식


알고케어는 어떤 사업을 하나?

알고케어는 2019년 설립된 AI 기반 맞춤형 영양관리 솔루션 기업이다. 핵심 서비스는 'NaaS(Nutrition as a Service)'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영양제를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영양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다.

기술의 중심에는 AI 웰니스 에이전트 '마이알고(MyAlgo)'가 있다. 마이알고는 사용자가 질문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챗봇이 아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행동까지 유도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구조를 채택했다. 3,000편 이상의 논문과 5만 건의 의약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GraphRAG 분석 기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업은 B2B와 B2C로 구분된다. B2B 서비스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90여 개 기업이 도입했으며, 2025년 11월 말에는 가정용 B2C 서비스 '알고케어 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소비자 시장 공략에 나섰다. CES에서 5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것도 주목할 성과다.


창업과 성장 스토리

정지원 대표가 영양제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 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이었다.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소비 패턴 — 지인 추천에 의존한 구매, 불규칙한 복용,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 이 시장 전체에 걸쳐 고착되어 있었다. 그는 이 정체된 시장에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 문제'를 발견했다.

창업 초기, 알고케어는 B2B 시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삼았다. 대기업 임직원이라는 대규모 사용자 집단은 단순한 매출원이 아니었다. 알고리즘을 정교화할 수 있는 실제 데이터를 생성하는 전략적 테스트베드였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며 서비스의 신뢰도를 쌓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로 AI 모델을 고도화했다.

B2B에서 검증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케어는 마침내 개인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했다. '알고케어 홈'의 출시는 단순한 채널 다각화가 아니라, 6년에 걸친 데이터와 기술 축적의 결과물이다.


핵심 경쟁력은?

알고케어의 경쟁력은 세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기술적 차별성이다. 에이전틱 AI 구조는 기존의 추천 서비스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건강 상태에 맞춰 지속적으로 전략을 재설계한다. 3,000편의 논문과 5만 건의 의약품 데이터를 연결하는 GraphRAG 기술은 이 에이전트의 판단 기반을 형성한다.

둘째, 고객 경험에 대한 집요한 이해다. B2B 운영 과정에서 알고케어는 사용자들이 영양제의 '양'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피드백을 수집했다. 8개월간의 연구 끝에 영양 함량은 유지하면서도 전체 부피를 줄인 제품을 개발했고, 결과는 만족도 상승과 복용 횟수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량이 아니라, 데이터 너머의 맥락과 감정을 읽어내는 역량에서 비롯된 성과다.

셋째, 실물 제품과 AI의 통합이다. 단순히 어떤 영양제를 먹으라고 추천하는 앱이 아니라, 고품질 영양제를 직접 제공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모델이다. 추천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서비스 내에서 완결하는 구조는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정지원 대표 리더십의 특징

정지원 대표의 경영 방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문제의 본질로 파고드는 사고 방식이다. 그는 "창업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 철학은 그가 고객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역량은 "고객의 말을 100% 믿되, 100% 의심하는 것"이다. 고객이 표면적으로 말하는 불만이 진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그 이면의 감정적·경험적 페인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기능에 대한 불만처럼 보이는 피드백이 실제로는 신뢰의 문제이거나 불편함의 문제일 수 있다. 이 관점이 알고케어의 '맞춤'에 대한 정의를 바꿨다. 전문가가 처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실현해주는 방식으로.

리더십의 또 다른 축은 미션 중심의 지속력이다. 정 대표는 성공한 창업자 대부분이 10년 이상 버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회적 인정이나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미션 자체가 동력이 되어야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알고케어의 미션은 명확하다.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있는 일에 쓰도록 돕는 것." 이 미션은 영양관리라는 좁은 영역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 제약을 해결하겠다는 더 넓은 지향점을 담고 있다.


다른 경영자에게 주는 영감은?

알고케어와 정지원 대표의 성장 궤적은 여러 경영자에게 구체적인 교훈을 남긴다.

정체된 시장이 곧 기회다. 영양제 시장은 오랫동안 혁신 없이 지속되어 온 시장이었다. 그는 이를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기술로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신호로 읽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보다 비효율이 고착된 시장이 때로는 더 큰 기회를 품고 있다.

B2B는 스케일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알고케어의 B2B 전략은 단순히 초기 매출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알고리즘을 실전에서 검증하는 전략적 과정이었다. 소비자 서비스를 꿈꾸는 스타트업이 B2B를 먼저 택하는 방식은 유효한 성장 경로가 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수치가 아닌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 영양제 부피를 줄이기 위해 8개월을 투자한 사례는 단순한 제품 개선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의 불편을 숫자가 아닌 경험으로 이해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데이터 중심 경영을 표방하면서도 데이터 너머의 인간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 균형이 진짜 경쟁력을 만든다.

창업의 동력은 미션이어야 한다. 정지원 대표는 지속력이 창업가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한다. 시장의 부침, 자금의 압박, 기술적 난관을 10년 이상 버텨내기 위해서는 외부적 보상이 아닌 내면의 동력이 필요하다. 어떤 문제를 왜 풀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창업의 긴 여정을 완주하기 어렵다.

알고케어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향한 다음 행보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그리고 에이전틱 AI가 영양관리를 넘어 어디까지 확장될지 — 그 답은 아직 쓰이는 중이다.


출처: 월간 CEO&,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AI 에이전트로 영양제 시장을 재정의하다」,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