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이익은 안전하지 않은 현장을 거절하는 결단에서 나온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여전히 '피해야 할 규제' 혹은 '비용적 부담'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서류상의 안전 점검표를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미국 일리노이 기반의 송전·유통 분야 건설업체 **CJ Drilling Inc.**가 보여준 10년간의 행보는 단순한 우수 사례를 넘어, 한국 건설 경영자들이 직면해야 할 거대한 거울과 같다.
1. 경영의 본질: '이익'이 아닌 '생존의 토대'로서의 안전
CJ Drilling의 경영 철학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안전이 수익 논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구호로 외치지만, 실제 공기 단축이나 고액의 계약 건 앞에서는 타협한다.
계약 파기의 용기: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위험 요소가 제거되지 않을 경우,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조차 해지하는 결단력은 한국적 정서에서 '무모함'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무모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가장 정교한 계산이다. 사고 한 건이 기업의 평판과 존립을 송두리째 흔드는 시대에, 위험한 작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은 가장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자산으로서의 인간: "직원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명제를 수사적 표현이 아닌 '실제 자산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숙련된 노동자가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것은 단순한 손실을 넘어 기업의 기술력과 현장 장악력이 붕괴됨을 의미한다.
2. 시스템의 고도화: '운'에 맡기지 않는 과학적 안전
안전은 결코 작업자의 주의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CJ Drilling은 인간의 실수를 전제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OSHA 기준을 상회하는 교육: 법적 최소 기준인 OSHA 10시간 과정을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이수하고, 관리자에게는 30시간의 심화 과정을 강제한다. 이는 단순히 자격증 취득을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안전 지능'을 상향 평준화시킨 것이다.
자체 표준과 훈련 시설: 드릴링 작업은 지하 매설물과의 충돌 등 고도의 위험을 수반한다. 이들은 기존의 매뉴얼에 만족하지 않고, 자체 훈련 시설을 건립해 현장 맞춤형 안전 기준을 직접 설계했다. **'표준을 따르는 자'가 아닌 '표준을 만드는 자'**로서의 전문성이 사고율 제로의 비결이다.
811 시스템과 선제적 탐지: 굴착 전 지하 매설물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작업 착수 최소 일주일 전 현장을 방문해 잠재적 위험을 데이터화한다. 이는 '사고 후 수습'이 아닌 '발생 가능성의 원천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
3. 문화의 전이: 감시자에서 파트너로
사고의 징후를 찾아낸 직원을 영웅으로 대접할 때, 현장의 숨겨진 위험은 비로소 자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안전 관리자'와 '현장 노동자' 사이의 적대적 관계다. 관리자는 적발하려 하고, 노동자는 숨기려 한다. CJ Drilling은 이 구도를 **'굿 캐치(Good Catch) 프로그램'**을 통해 완전히 뒤집었다.
위험의 공론화: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보고하는 행위를 '고발'이 아닌 '기여'로 정의한다. 이에 따른 보상 체계는 현장 구성원 모두를 안전 감시자로 변모시킨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1번의 대형 사고 뒤에는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존재한다. CJ Drilling은 이 300번의 징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대형 사고의 뿌리를 뽑아버린 것이다.
협력업체와의 동행: 최근 국내 중대재해의 80% 이상이 하청 업체에서 발생한다. CJ Drilling은 원청의 안전 체계가 아무리 견고해도 협력업체의 역량이 낮으면 무용지물임을 간파했다. 이들은 협력업체의 안전 역량 강화를 시혜적인 태도가 아닌, 공동의 생존 전략으로 채택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경영하지 못했는가?
이제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한국의 경영자들은 CJ Drilling과 같은 길을 걷지 못하는가?
단기 성과주의의 함정: 분기별 실적과 가시적인 매출 성장에 매몰되어, 사고가 나지 않았을 때 얻는 '기회비용의 절감'을 과소평가한다.
안전의 외주화: 위험한 작업은 하청에 넘기면 그만이라는 후진적 인식이 법적 처벌보다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전문성 결여: 안전 관리를 단순히 안전모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격하시킨다. 안전은 공학적, 심리학적, 경영학적 전문 지식의 집약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CJ Drilling의 10년은 운이 좋아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철저한 계산과 고집스러운 원칙,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존중이 빚어낸 **'경영의 예술'**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없다면, 그 일은 할 가치가 없다"는 이들의 명제는 대한민국 건설 경영자들이 책상 앞에 붙여놓아야 할 엄중한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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