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4일 토요일

생명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 산재 과징금과 작업중지권 강화의 함의

 

2026년 2월, 대한민국 건설업과 산업 현장을 뒤흔들 입법적 결단이 내려졌다. 산재 반복 기업에 대한 영업이익 5% 과징금 부과와 작업중지권의 선제적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경영자가 직면해야 할 **'책임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있다.

현장의 ‘직관’이 공정표의 ‘숫자’를 앞설 때, 비로소 경영은 생명을 품는다. 위험의 ‘발생’이 아닌 ‘우려’만으로 멈출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작업중지권의 본질이다. 관리자의 시계보다 노동자의 눈을 신뢰하는 기업만이 예견된 재앙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1. 비용 편익 분석의 종말: 안전은 더 이상 '변동비'가 아니다

그간 자본의 논리에서 안전 비용은 종종 사고 발생 시 지불해야 할 합의금이나 과태료와 비교되는 '선택적 변동비'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영업이익 5% 과징금'**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경영의 손익분기점 자체를 위협하는 강력한 물리적 타격이다.

영업이익의 5%는 단순히 장부상의 손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R&D 투자 재원, 주주 배당, 혹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잠식하는 수준의 징벌이다. 이제 경영진은 사고 발생 후의 수습 비용보다 사전 예방에 투입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냉혹한 수학적 진실 앞에 서게 되었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기업의 존속을 위한 '필수 자본'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시점이다.

2. '발생'에서 '우려'로: 권력 구조의 수평적 이동

가장 파괴적인 변화는 작업중지권의 강화에 있다. 기존 법안이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라는 사후적 판단에 기댔다면, 개정안은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라는 주관적이고 선제적인 판단을 수용한다. 이는 현장의 통제권이 관리자로부터 노동자에게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경영 철학적 관점에서 이는 '현장 전문성(On-site Expertise)'에 대한 존중이다. 책상 위의 공정표보다 현장 노동자의 직관이 안전의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법이 인정한 셈이다. 관리자가 공기를 앞세워 밀어붙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폭염과 한파가 공식적인 공기 연장 사유로 인정된 것 또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무리한 노동이 곧 경영의 리스크임을 천명한 것이다.

3. '안전한 일터위원회'와 국선대리인: 사각지대의 법적 제도화

산재 신청이 어려웠던 취약 노동자를 위한 국선대리인 제도와 '안전한 일터위원회'의 신설은 안전의 문제를 개별 기업의 도덕성에 맡기지 않고 국가적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였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고포상금 제도의 도입은 기업 내부의 감시 체계를 외부로 확장한다. 이제 기업은 폐쇄적인 칸막이 뒤에서 사고를 은폐할 수 없으며, 모든 공정은 투명한 감시망 아래 놓이게 된다.

💡 시사점 및 경영 전략의 전환

이 법안이 통과되어 현장에 안착한다면, 기업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 재무적 리스크의 재평가: 산재 발생 가능성은 이제 신용 등급이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재무 지표(KPI)가 된다.

  • 공정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 '빨리'가 아닌 '제대로'가 수익성을 결정한다. 공기 단축을 통한 이익 창출보다, 안전 확보를 통한 과징금 회피가 더 높은 이익률을 보장한다.

  • 하청 관리 체계의 실질화: 도급인에게까지 확대된 안전관리비 계상 의무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던 관행을 차단한다. 공급망 전체의 안전 수준이 곧 원청의 안전 수준이 된다.

결국 이 법안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낸 이윤이 과연 정당한가?" 경영자는 이제 이 질문에 대해 감성적인 호소가 아닌, 시스템과 숫자로 답해야 한다. 안전은 이제 윤리의 영역을 넘어 생존의 기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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