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경영이 '얼마나 싸게, 많이 만드는가'라는 효율성의 문법에 지배당했다면, 오늘날의 경영은 '어떻게 입증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생존의 문법으로 재편되었다. 신민호의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와 이재혁·옥용식의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은 이 거대한 전환기의 양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한 권이 총성이 오가는 공급망이라는 물리적 전장에서의 '전술서'라면, 다른 한 권은 그 전쟁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묻는 '전략 철학서'다.
과거의 경영은 가격으로 승부했으나, 미래의 경영은 설명력으로 생존한다. 2026년의 전장에서 제품의 가치는 장부상의 원가가 아니라, 그 제품이 거쳐온 공정, 원산지, 탄소 발자국을 입증하는 **'데이터의 무결성'**에서 결정된다.
1. 공급망, 계산의 영역에서 '설명'의 영역으로
신민호 관세사는 2026년을 기점으로 도래할 공급망의 파고를 '쇼크'라 규정한다. 트럼프 2.0 시대의 보호무역주의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실사법(CSDDD)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담론이 아니다. 저자는 현장에서 축적한 2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기업의 거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가격'에서 **'데이터 구조와 설명력'**으로 이동했음을 설파한다.
이 책의 백미는 리스크를 개별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구조'로 묶어낸 지점에 있다. FTA 원산지 검증, 미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 IRA 리스크는 파편화된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뿌리를 흔드는 거대한 계통이다. 저자는 법 조문의 해석에 매몰되지 않는다. 대신 세관과 감사자가 던지는 실무적 질문을 통해 72시간 내의 긴급 조치부터 12개월 내의 구조 전환까지, 현실적인 시간표를 제시한다. 결국, 공급망 리스크 대응은 운 좋게 규제를 피하는 요행이 아니라, 우리 제품의 이력을 끝까지 추적하고 증명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의 설계여야 한다.
2. ESG, 유행인가 패러다임인가
이재혁과 옥용식, 두 석학이 공저한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거 수많은 경영 기법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라졌듯이, ESG 또한 일시적인 유행(Fad)에 불과할 것인가? 저자들은 Fortune 500 기업의 90%가 몰락했다는 서늘한 통계를 앞세워, 지속가능성이 단순한 성장의 수단이 아닌 '생존 그 자체'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ESG를 '절차적 공정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17개 선도 기업의 사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ESG가 어떻게 실제 경영 현장에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환경과학자와 경영학자의 협업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이라는 과학적 실체와 지배구조라는 경영적 메커니즘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ESG를 평가 대응용 숙제가 아닌, 기업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장기적 나침반으로 인식하게 된다.
3. 경영 철학의 사유: 존재의 증명으로서의 데이터
두 저작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투명성'**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2026 쇼크》가 요구하는 데이터의 설명력은 곧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이 지향하는 신뢰와 책임의 구체적인 물증이다.
과거의 기업은 담장 안의 생산 효율성만으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제 기업은 자신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RE100), 원재료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는 없었는지(CSDDD),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공정한 절차를 거쳤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이제 **'경영한다는 것'은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과 동의어가 되었다.
공급망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데이터라는 방패를 벼리는 것(신민호), 그리고 그 방패가 향하는 방향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궤를 같이하도록 철학적 닻을 내리는 것(이재혁·옥용식). 이 두 가지 작업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2026년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앞둔 경영자들에게 이 두 권의 책은 생존을 위한 실천적 지침이자, 시대를 읽는 통찰의 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