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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4일 토요일

공급망의 전장(戰場)에서 지속가능성을 묻다: 데이터와 철학의 결합

 

경영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경영이 '얼마나 싸게, 많이 만드는가'라는 효율성의 문법에 지배당했다면, 오늘날의 경영은 '어떻게 입증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생존의 문법으로 재편되었다. 신민호의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와 이재혁·옥용식의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은 이 거대한 전환기의 양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한 권이 총성이 오가는 공급망이라는 물리적 전장에서의 '전술서'라면, 다른 한 권은 그 전쟁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묻는 '전략 철학서'다.

과거의 경영은 가격으로 승부했으나, 미래의 경영은 설명력으로 생존한다. 2026년의 전장에서 제품의 가치는 장부상의 원가가 아니라, 그 제품이 거쳐온 공정, 원산지, 탄소 발자국을 입증하는 **'데이터의 무결성'**에서 결정된다.

1. 공급망, 계산의 영역에서 '설명'의 영역으로

신민호 관세사는 2026년을 기점으로 도래할 공급망의 파고를 '쇼크'라 규정한다. 트럼프 2.0 시대의 보호무역주의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실사법(CSDDD)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담론이 아니다. 저자는 현장에서 축적한 2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기업의 거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가격'에서 **'데이터 구조와 설명력'**으로 이동했음을 설파한다.

이 책의 백미는 리스크를 개별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구조'로 묶어낸 지점에 있다. FTA 원산지 검증, 미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 IRA 리스크는 파편화된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뿌리를 흔드는 거대한 계통이다. 저자는 법 조문의 해석에 매몰되지 않는다. 대신 세관과 감사자가 던지는 실무적 질문을 통해 72시간 내의 긴급 조치부터 12개월 내의 구조 전환까지, 현실적인 시간표를 제시한다. 결국, 공급망 리스크 대응은 운 좋게 규제를 피하는 요행이 아니라, 우리 제품의 이력을 끝까지 추적하고 증명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의 설계여야 한다.

2. ESG, 유행인가 패러다임인가

이재혁과 옥용식, 두 석학이 공저한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거 수많은 경영 기법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라졌듯이, ESG 또한 일시적인 유행(Fad)에 불과할 것인가? 저자들은 Fortune 500 기업의 90%가 몰락했다는 서늘한 통계를 앞세워, 지속가능성이 단순한 성장의 수단이 아닌 '생존 그 자체'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ESG를 '절차적 공정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17개 선도 기업의 사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ESG가 어떻게 실제 경영 현장에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환경과학자와 경영학자의 협업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이라는 과학적 실체와 지배구조라는 경영적 메커니즘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ESG를 평가 대응용 숙제가 아닌, 기업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장기적 나침반으로 인식하게 된다.

3. 경영 철학의 사유: 존재의 증명으로서의 데이터

두 저작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투명성'**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2026 쇼크》가 요구하는 데이터의 설명력은 곧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이 지향하는 신뢰와 책임의 구체적인 물증이다.

과거의 기업은 담장 안의 생산 효율성만으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제 기업은 자신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RE100), 원재료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는 없었는지(CSDDD),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공정한 절차를 거쳤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이제 **'경영한다는 것'은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과 동의어가 되었다.

공급망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데이터라는 방패를 벼리는 것(신민호), 그리고 그 방패가 향하는 방향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궤를 같이하도록 철학적 닻을 내리는 것(이재혁·옥용식). 이 두 가지 작업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2026년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앞둔 경영자들에게 이 두 권의 책은 생존을 위한 실천적 지침이자, 시대를 읽는 통찰의 창이 될 것이다.


2026년 2월 6일 금요일

한국ESG기준원 2025년 4분기 ESG 등급 조정의 시사점

 

한국ESG기준원(KCGS)은 2026년 1월 29일 ESG 평가·등급 소위원회를 개최하고, 2025년 3분기 이후 확인된 ESG 위험을 반영하여 총 10개사에 대한 2025년 4분기 ESG 등급 조정을 실시하였다. 이번 조정 결과는 2026년 2월 2일 자로 공식 반영되었으며, 이는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가 어떻게 실질적인 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비재무적 리스크가 재무적 손실의 도화선이 된다. 사회(S)와 지배구조(G)의 작은 균열은 결국 통합 등급 하락이라는 거대한 파도로 돌아와, 기업의 자본 조달과 브랜드 가치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힌다.

1. 2025년 4분기 등급 조정의 주요 골자

이번 등급 조정의 핵심은 사회(S) 부문의 결함이다. 하향 조정된 10개사 중 9개사가 사회책임경영 부문에서 리스크가 발생하였으며, 지배구조(G) 부문 하락은 1개사에 그쳤다. 특히 개별 등급의 하락이 기업 전체의 신뢰도를 상징하는 통합 등급 하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4개사에 달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체적인 조정 사유를 살펴보면 리스크 관리 체계의 허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산업안전보건 리스크: 삼성물산, HJ중공업, DL이앤씨, 기아, 삼성중공업, KG스틸, 금호건설 등 대다수 기업이 근로자 사망사고 등 지속적인 안전사고 발생으로 인해 등급이 하락했다.

정보보호 리스크: 케이티(KT)는 해킹으로 인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 미흡으로 인해 등급이 조정되었다.

회계 투명성: 모델솔루션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제재(과징금 및 감사인 지정)로 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했다.

2. ESG 등급 하락에 따른 복합적 손실 전망

ESG 등급의 하락은 단순한 '평점 저하'에 그치지 않고, 기업에 재무적·비재무적 타격을 동시에 가하는 트리거(Trigger)가 된다.

첫째, 재무적 측면에서의 자본 조달 비용 상승이다. 최근 금융권과 연기금은 자산 운용 및 대출 심사 시 ESG 등급을 필수 지표로 활용한다. 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ESG 펀드에서의 편출(Exclusion)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ESG 채권 발행 조건이 악화되어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등 자본 비용의 직접적인 상승을 초래한다.

둘째, 비재무적 측면에서의 브랜드 가치 훼손과 영업력 약화다. 이번 조정에서 드러난 '안전사고'와 '정보 유출'은 소비자 및 수주 시장에서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특히 건설 및 제조 현장에서의 반복적인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등 법적 리스크를 넘어, 공공 및 민간 입찰 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여 장기적인 수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3. 경영철학의 부재와 경영자의 책임

이번 대규모 등급 하향 사태는 기업 경영진이 ESG를 경영의 '본질'이 아닌 '장식'으로 치부했음을 방증한다. 안전사고나 보안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는 결국 경영진의 의지와 자원 배분의 문제로 귀결된다.

경영자는 더 이상 ESG를 홍보용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안전'과 '윤리'는 비용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투자라는 확고한 경영철학이 정립되어야 한다. 특히 자회사의 등급 하락이 지주사(DL 등)의 등급 하락으로 자동 연동된 사례는, 공급망 및 그룹사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리스크 관리 책임이 경영자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4. 결론: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

한국ESG기준원이 등급 조정 빈도를 분기별로 확대한 것은 기업의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기업은 이번 등급 조정을 단순한 일회성 악재로 여길 것이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과 안전 보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하는 경영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2026년 EU ESG 규제의 실질적 이행과 기업의 생존 전략

 

2026년 현재, 유럽연합(EU)의 ESG 규제 체계는 단순한 '가이드라인'의 수준을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홍보 수단이 아닌, 재무제표의 건전성과 시장 퇴출 여부를 결정짓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경영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EU 규제 당국(EC, ESMA, EBA 등)이 2026년에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리스크는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되며, 이는 기업의 자산 가치와 공급망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사법 리스크화

"입증되지 않은 모든 환경적 주장은 사기(Fraud)로 간주된다"

과거에는 '친환경', '에코', '지속가능한' 등의 모호한 표현이 마케팅 기법으로 용인되었으나, 2026년 9월 시행되는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ECGT)**과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에 의해 상황은 급변했다.

  • 포괄적 환경 주장의 전면 금지: '자연 친화적(Natural)' 혹은 '환경 보호(Eco)'와 같은 포괄적인 문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탁월한 환경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매출액의 최소 4%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 탄소 상쇄(Carbon Offset) 마케팅의 종말: 탄소 배출권 구매를 통해 '탄소 중립(Carbon Neutral)' 혹은 '탄소 네거티브'라고 광고하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소비자는 제품 자체가 실제로 얼마나 감축되었는지를 알 권리가 있으며, 배출권 구매를 통한 상쇄는 보조적 수단일 뿐 제품의 친환경성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 금융 상품의 명칭 정화: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펀드 명칭에 'ESG', 'Green', 'Sustainable' 등의 단어를 사용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80% 이상이 실제 지속가능 투자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강력히 집행 중이다.

2. 금융 시스템의 재무적 전이 리스크 (Transition Risk)

"탄소 집약적 자산은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다"

유럽은행감독청(EBA)과 각국 중앙은행은 ESG 리스크를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Pillar 1)**과 직접 연계하기 시작했다.

  •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의 심화: 2026년부터 EU 내 모든 대형 은행은 탄소 가격 급등, 환경 규제 강화 등 급격한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하에서 대출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 위험 가중치 차등 적용: 고탄소 배출 기업에 대한 대출은 높은 위험 가중치(Risk Weight)가 부여되어 은행의 자본 부담을 늘린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조달 금리 상승이나 대출 거절로 이어지는 '재무적 전이' 현상을 야기한다.

  • 리스크 관리의 내재화: ESG는 이제 CSR 부서의 업무가 아닌, CRO(최고리스크책임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의 핵심 KPI가 되었다.

3. 공급망 실사 및 데이터 신뢰성 리스크

"공급망 전체의 투명성이 곧 기업의 자격 증명이다"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의 결합은 기업에 전례 없는 수준의 데이터 투명성을 요구한다.

  • 실사 의무의 확장(Due Diligence): 2026년 기준, 대기업은 자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협력사(Tier 1~N)의 인권 침해 및 환경 오염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예방할 법적 의무를 진다. 단순한 서면 확인을 넘어 현장 실사와 구체적인 개선 조치 기록이 필수적이다.

  • 데이터의 공식화와 인증: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ESRS)**에 따른 보고는 외부 감사인의 '제한적 인증'을 거쳐야 하며, 조만간 '합리적 인증(재무제표 수준)'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홍보성 수사(Prose)는 배제되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Data)만이 리스크 관리의 척도가 된다.

4. 제품 생애주기 및 자원 리스크 (Circular Economy)

"제품 설계부터 폐기까지, 탄소 발자국을 추적하라"

EU는 선형 경제(생산-소비-폐기)에서 순환 경제로의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 에코디자인 규정(ESPR)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 2026년부터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도입되는 디지털 제품 여권은 제품의 원료 구성, 재활용 가능성, 수리 용이성 정보를 담고 있다. 이 데이터가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EU 시장 진입 자체가 차단된다.

  • 포장재 및 폐기물 규정(PPWR): 2026년 8월 시행되는 이 규정은 모든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성을 의무화하고 과도한 포장을 금지한다. 이는 기업에 포장재 설계 변경과 물류 시스템의 전면적 재검토라는 실질적 비용 리스크를 안겨준다.


결론: 2026년 이후의 대응 전략

ESG는 더 이상 윤리의 영역이 아닌 금리의 영역이다. 비재무적 태만이 재무적 파생 리스크로 치환되는 것이 2026년의 새로운 상식이다.

이제 기업에 필요한 것은 'ESG 보고서 발간'이 아니라 **'ESG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의 가동이다.

  1. 데이터 원천(Raw Data) 관리: 협력사로부터 수집되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이나 ERP 통합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2. 거버넌스의 변화: 이사회 내 ESG 위원회가 실질적인 리스크 승인 권한을 가져야 하며, 법무 및 재무 부서와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3. 선제적 적응: 규제를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디지털 제품 여권이나 순환 경제 모델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2026년의 ESG 리스크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만이 유럽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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