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식을 접한 임원들은 일본에 있는 Tier1 25개 업체들에 대해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디트로이트 현지시간 3월 11일 금요일 새벽 1시경 첫 대지진 발생 소식을 수령한 이후 구매팀은 주말 내내 일본의 업체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원활하지 못했다. 대지진은 통신과 교통시스템과 컨택포인트를 온전히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말을 넘기고 월요일 오전의 첫 보고엔 30여 업체 390개 부품이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3만 여개에 불과 4백개 정도의 부품은 일견 사소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멸된 부품 한 개가 자동차의 완성을 지연시킬수도 있다면? 말은 달라질 것이다.
GM의 보고서는, 사용 가능 재고를 기초로 한 최초의 추산 결과, 이 부품들이 없으면 다수의 GM공장에서 8일 이내에 조업이 중단되고, 대지진 20일후인 3월말이면 전 세계 모든 공장이 멈추고, 최소한 7개월 동안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2 GM은 2005년 자회사인 델파이가 파산하는 시련을 겪은바 있었다. 최대의 부품 공급처를 잃은 GM은 당시 'Project D'를 설치하고 부품 대체 공급 위기를 해결했다. 이 때의 경험이 6년 후 발생된 동일본 대지진의 공급망 위기를 맞아 조직의 구성과 인력의 배치, 운용기법의 근간이 되었다. 대지진은 델파이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위기였지만 핵심 공급 위기라는 공통점에서 유사한 파급 영향을 보여 주었다.
위기 대응 첫번째 조치는 위기대응실의 설치였다. 'Project J'는 중앙조정실, 공급망팀, 피해품 엔지니어링팀 이렇게 3팀으로 나뉘어 본사인 르네상스센터에서 15마일 떨어진 차량엔지니어링센터 VEC vehicle, engineering center 빌딩에 VEC에는 엔지니어링, 디자인, 공급망 관리조직 있었는데 'Project J' 에 동원할 인력의 차출과 협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세계의 글로벌 위기 대응 조직들도 합류했다. 이 조직의 리더는 물론 'Project D'의 경험을 가진 빌 헐스 전무가 주도했다.
일일루틴은 매일 아침 6시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과 전화회의로 시작한다. 7시 30분에는 공급망 부문 회합, 10시 30분에는 판매 서비스 부문 회합, 오후 4시엔 당일 파악된 문제들에 대한 후속 조치와 대응 사항들 점검까지, 상황 목표 행동 결과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소통함으로써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끔 했다. 24시간 주7일 내내.
#3 'Project J'는, 어떤 차량플랫폼, 어떤 부품이 영향을 받았고, 핵심 부품은 언제 동이 나며, 언제 새로운 부품이나 대체품을 팢아낼 수 있었고, 부품 부족으로 16개 공장이 각각 언제 멈출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시각적 계기판이 필요했다.
화이트 스페이스 차트 White Space Chart 는 큰 방을 가로지를 만큼 긴 화이트 보드 차트를 말하는데 이미 6년전 'Project D' 당시의 경험의 산물이었다. 시간축의 왼편 끝에는 현재 날짜와 가까운 주들이 표시되어 있었고, 해당 조립공장이 부품 부족 영향을 언제 받을지 보여주는 음영, 표식, 주석들이 주마다 표시되어 있었다.
시간표상 동그라미는 일부 차량 옵션에서 부품이 동났지만 변형 차량의 생산을 통해 버텨갈 수 있는 경우를 표시했다. 공급업체 데이터들이 모여들면서 거대한 차트에 있던 개별 공장의 다양한 시간표에는 각종 표시들이 쏟아질듯 나타났다.
차트의 오른편으로 거의 일 년의 기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차트의 이 부분은 다음 세 가지 방법, 즉 원공급업체의 회복, 대체 공급업체 확보, 엔지니어링에서 차선책 찾기 중 하나를 통해 GM 이 언제 생산을 재개할 것인지 보여주었다. 또한 한여름 가동 중단 같은 전통적으로 예정된 생산중단 기간도 표시했다. 이 기간에 회사는 유지 보수, 기계 교체, 신모델 교체 등을 진행하고 종업원들은 휴가를 떠난다.
차트 가운데에는 말 그대로 빈 공간, 화이트 스페이스가 있었다. 이 불길한 공백은 GM이 공급을 소진한 다음부터 중단에 대한 해법을 찾기 전까지의 시간차였다. 위기 초기 16개 개별 차트의 각 행에 모두 넌더리 나는 'X'들이 때로는 많이 때로는 시간표상 어딘가에 표시되어 있었다. 부품 부족으로 해당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는 날짜를 가리키는 표시였다.
"9주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더니 이웃들이 이혼한 줄 알더라구요"
책을 읽는 내내, 중동에서 슈월츠코프 장군이 지휘하던 '사막의 폭풍 작전' 야전 지휘부가 연상되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기업의 위기가 전쟁과 무엇이 다를까?
#4 당신들은 브레인 트러스트 brain trust 입니다. 내게는 필요한 것을 말하세요. 그 외에는 나는 물러서 있을 겁니다.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의 말이었다. 위기대응실은 처음부터 최고경영진의 큰 신뢰를 받고 있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참견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기여가 아니었을까? 믿음의 리더십이다.
GM은 이번 위기가 회사 인력풀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되었음을 발견했다.
- 조직에서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 위기상황에서 누가 일을 잘하는지
- 누가 적절한 기술과 기량을 갖췄는지
- 누가 이런 환경에서 버텨나갈 힘이 있는지
- 누가 자신의 분야에서뿐 아니라 여러 분야를 가로질러 일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적절한 심리 상태와 기술의 필수 조합을 갖춘 사람들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5 전쟁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신도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능숙하게 잘 해낼 것이라 상상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실제 전쟁은 고도로 훈련한 전사들의 게임이다. 고도로 훈련되지 아니한 이들은 피난조차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번 장에서, GM의 위기대응팀 상황실을 길게 기술한 이유는 연습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리얼하게 전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리뷰 요시 셰피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3장 GM의 위기 대응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