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오만과 자본의 필멸성에 관한 비극적 서사
인류의 역사는 도구의 진화와 궤를 같이한다. 인간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교한 기계를 고안했고, 자본은 그 기계적 완벽함 위에 난공불락의 제국을 건설했다. 현대인에게 제품은 단순한 재화가 아니라, 일상의 질서를 지탱하는 믿음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뢰해 마지않던 그 '완벽한 피조물'이 돌연 창조주를 배반할 때, 제국은 사소한 균열 하나로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다. 제품 결함으로 인해 몰락하거나 궤멸적 타격을 입은 9가지 사례는, 기술의 오만이 불러온 현대판 바벨탑의 비극이다.
Ⅰ. 신뢰라는 성벽에 스민 부식
어떤 기업들에게 제품은 단순한 수익원이 아닌, 세계를 지탱하는 법도(法道)였다. **타카타(Takata)**의 에어백은 사고의 순간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했다. 그러나 원가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선택된 불안정한 화약은, 팽창해야 할 주머니를 비산하는 금속 파편의 흉기로 변모시켰다. 죽음을 막아야 할 도구가 죽음을 선사하는 모순 앞에서, 80년 역사의 부품 공룡은 10조 원의 부채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러한 비극은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될 때 더욱 참혹해진다. PG&E가 관리하던 송전선은 현대 문명의 혈관이었으나, 관리 소홀이라는 결함은 그것을 캘리포니아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마(火魔)로 바꾸어 놓았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탐욕과 방치는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를 불태워버렸다.
가장 서늘한 것은 의도된 결함이다. **퍼듀 파마(Purdue Pharma)**와 **존스 맨빌(Johns-Manville)**의 사례는 자본이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상품화하고, 그 이면의 독성을 어떻게 은폐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 증거다. '중독성'과 '발암성'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인지하고도 자본의 증식을 위해 침묵을 선택한 대가는, 기업의 법적 해체와 가문의 자산 몰수라는 준엄한 도덕적 심판이었다. 이는 진실을 외면한 기술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실존적 선언과 같다.
Ⅱ. 거인의 어깨를 짓누르는 업보(業報)
파산의 벼랑 끝에서 간신히 생존한 거인들 역시 결함이 남긴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잉(Boeing)**의 737 MAX 사태는 '효율'이라는 신에게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바친 현대 항공 공학의 수치다. 하늘을 나는 기계에 이식된 불완전한 소프트웨어는 베테랑 조종사의 직관을 배신했고, 그 결과 보잉은 직접 손실만 200억 달러에 달하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이 아닌, 항공 종가(宗家)로서 지켜온 100년의 긍지가 무너진 사건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과 **토요타(Toyota)**의 가속 페달 결함은 '품질 신화'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유리 성벽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손안의 작은 배터리, 발밑의 사소한 페달 하나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재무제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광경은, 현대 산업 생태계의 초연결성이 가진 치명적 취약성을 대변한다.
나아가 **다우 코닝(Dow Corning)**과 **존슨앤드존슨(J&J)**의 사례는 기술이 인간의 신체 내부로 침투할 때 발생하는 윤리적 책임의 무게를 묻는다. 미(美)와 청결을 상징하던 제품들이 질병의 불씨가 되었을 때, 기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화폐의 단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대중의 무의식 속에 각인된 '배신감'이라는 이름의 영구적인 부채다.
Ⅲ. 결함은 기계의 오류인가, 정신의 빈틈인가
혁신은 시장을 선점하게 하지만, 정직은 시장에서 생존하게 한다. (Innovation captures the market, but integrity ensures survival within it.)
우리는 이 9가지의 비극적 서사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기술을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탈은폐(Entborgen)'의 과정이라 보았다. 그러나 현대의 거대 자본은 결함을 '은폐'함으로써 이익의 성을 견고히 하려 한다. **블리츠(Blitz USA)**의 폭발하는 가스통처럼, 단돈 몇 달러의 안전장치를 생략한 결단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타인의 실존에 대한 근원적 무시다.
모든 기술적 결함의 배후에는 **'시간의 결함'**이 존재한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의 기대보다 높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충분한 사유와 검증의 시간을 잠식한다. 결국 제품의 결함은 기계적 오작동이기 이전에, 속도에 눈이 먼 인간 정신의 빈틈에서 자라나는 암세포인 셈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의지는 위대하나, 그 의지가 오만(Hubris)으로 번질 때 기술은 재앙이 된다. 기업이 결함을 마주했을 때 취하는 태도는 그 기업의 영혼을 드러낸다. 은폐는 파멸을 부르고, 정직한 고통의 감내는 때로 부활의 씨앗이 된다.
무너진 성벽 위에서 묻는 가치
파산한 기업들의 폐허 위에 남은 유일한 유산은 '경외(Awe)'와 '겸손'이다. 기술이 아무리 신의 영역을 엿볼 만큼 정교해질지라도,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윤리가 결여된다면 그 기술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창조주의 목을 겨눈다.
거대 기업들의 몰락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99.9%의 수치적 완벽함은 0.1%의 도덕적 결함 앞에서 무력하며, 정직하지 못한 자본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괴물이 된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도구의 효율성을 찬양하기 전에, 그 도구를 만드는 목적의 온전함을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바벨탑은 외력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을 외면했기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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