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 토요일

지배구조(Governance) 리스크: 기업 지속가능성의 아킬레스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붕괴가 기업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ESG 경영에서 지배구조(Governance)는 그 체질을 결정하는 핵심 근간이다. 지배구조 리스크란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나 이사회 구성, 그리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통제 시스템이 부실하여 회사의 평판과 재무적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총칭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소수 지배주주에게 집중된 권한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오너 리스크'로 발현되며, 이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숫자는 기업의 현재를 말해주지만, 지배구조(Governance)는 그 기업의 미래가 계속될지를 결정한다.

지배구조 리스크의 다각적 요소

지배구조 리스크는 크게 다섯 가지 차원에서 기업의 골조를 위협한다. 첫째,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도덕적 해이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싹을 틔운다. 둘째,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고 단순히 안건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때, 감시 기능은 마비된다. 셋째,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중복 상장하거나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등 주주 권익을 경시하는 태도는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넷째, 경영 위험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기업은 외부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마지막으로, 승계 절차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은 기업의 장기적 전략 수립을 방해한다.

내부통제 실패의 상징적 사건: 오스템임플란트 사례

내부통제 시스템의 공백이 기업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는 2022년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재무팀장 이 모 씨는 약 1년간 15차례에 걸쳐 회사의 자금 2,215억 원을 본인의 계좌로 무단 이체했다. 이는 기업의 자기자본을 108%나 초과하는 전무후무한 규모였으며, 횡령된 자금은 주식 투자와 금괴 매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탕진되었다. 사법당국은 2024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씨에게 징역 35년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하며 사건을 종결지었으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기업 내부의 민낯은 충격적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지배구조의 총체적 파국을 상징한다. 재무 서류와 잔액증명서가 위조되는 동안 사내 감시망은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이사회는 전문성 결여와 낮은 참여율로 인해 실무자의 전횡을 방치했다. 또한 횡령 자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허위 기재하는 등 재무제표 왜곡이 자행되어 회계 투명성마저 상실되었다. 그 결과, 촉망받던 유망 기업은 주식 거래 중단과 상장 폐지라는 극단적인 경로를 밟게 되었고, 약 4만 3천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재산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리스크의 종착역: 시장 저평가와 사회적 비용

지배구조 리스크가 초래하는 결과는 단기적인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기업가치를 본질보다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저평가 국면을 고착화한다. 또한 당국의 고강도 조사와 과징금 부과 등 법적·규제적 위험을 동반하며,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평판 리스크는 브랜드 가치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타격한다.

결론적으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리스크는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오너의 독단적 경영을 제어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생존의 문제다. 기업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규정 준수를 넘어,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과 실효성 있는 내부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2025년 12월 26일 금요일

쇳물보다 뜨거운 질서: 알코아, 차가운 금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법

 

안전은 복지가 아니라 '공정의 완결성'을 측정하는 가장 가혹한 지표다

알루미늄은 지각에서 가장 흔한 금속이나, 동시에 인간의 손길을 가장 격렬히 거부하는 물질이다. 거대한 전해조 속에서 수천 도의 열기와 전기를 견뎌내며 은빛 광택을 내뿜는 이 금속의 탄생 과정은, 본질적으로 혼돈과 위험을 수반한다. 1980년대 후반의 알코아(Alcoa) 역시 그 끓어오르는 쇳물만큼이나 위태로웠다. 파산의 문턱에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숫자의 나열이 아닌, 가장 인간적인 가치인 **‘안전’**이었다.

윤리가 수익을 견인하는 '핵심 습관(Keystone Habit)'. "직원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단 하나의 강력한 도덕적 목표는 조직 내의 해이한 소통, 불투명한 보고, 비효율적인 관습을 단번에 도려내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결단이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된 셈이다.

1. 잉여의 희생이 아닌, 존재의 증명으로서의 안전

흔히 안전은 성장의 부산물로 여겨진다. 배부른 기업이 베푸는 시혜이거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적 기제라는 오해다. 그러나 알코아의 폴 오닐에게 안전은 **‘존엄에 대한 지독한 고집’**이었다. 그는 기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았다. 유기체의 말단 세포가 상처 입는 것을 방치하면서 몸집만 불리는 행위는 결국 괴사로 이어진다는 통찰이었다.

알코아에서 안전은 더 이상 거추장스러운 보호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공정의 결벽증’**에 가까웠다. 나사가 하나 풀려 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그 조직의 소통과 규율이 무너졌음을 상징하는 균열이었다. 그들은 쇳물을 다루기 전에 먼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방종’과 ‘타협’이라는 불순물을 정련(精鍊)하기 시작했다.

2. 고통의 전이와 공명: 24시간의 규율

사고가 발생했을 때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사업장에 그 비보가 타전되는 시스템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선 **‘고통의 공명’**이었다. 호주의 제련소에서 발생한 비극이 미국의 본사 경영진의 심장을 울릴 때, 비로소 기업은 하나의 생명력을 얻는다.

이 투명성은 관료주의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뜨렸다. 숨기고 싶은 치부를 드러내는 용기는 조직 전체에 **‘진실의 힘’**을 불어넣었다. 사고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범죄자를 색출하는 취조가 아니라,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숭고한 복원 작업이 되었다. 데이터는 차가웠지만, 그 데이터를 다루는 목적은 인간을 향해 있었기에 뜨거웠다.

3. 수직적 위계 위에서 피어난 수평적 생존권

알코아의 현장 노동자들은 비로소 '기계의 부속'에서 '시스템의 주인'으로 격상되었다. 위험을 감지했을 때 거대한 라인을 멈춰 세울 수 있는 권한은, 자본의 논리보다 생명의 가치가 우위에 있음을 선언하는 현대판 자유헌장과도 같았다.

경영진이 숫자를 포기하고 인간을 선택했을 때, 노동자들은 육체 대신 영혼을 담아 공정을 살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촘촘히 짠 안전망은, 그 어떤 정밀한 계측기보다 예리하게 공정의 낭비를 잡아냈다. 안전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자, 비효율이라는 유령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맺음말: 은빛 광택 속에 숨겨진 숭고함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알루미늄의 매끄러운 표면 뒤에는 알코아가 구축한 거대한 '질서의 미학'이 숨어 있다. 그들은 증명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결단이 가장 강력한 경제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코아의 안전 노하우는 기술적 매뉴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고통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철학적 선언이며, 그 선언을 지키기 위해 공정의 모든 마디마디를 혁신한 집요한 실천의 기록이다. 쇳물은 뜨겁고 금속은 차갑지만, 그 사이를 흐르는 시스템은 인간의 온기를 머금어야 한다. 이것이 알코아가 우리에게 남긴, 시대를 초월하는 경영의 서사시다.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홍콩 아파트 화재 리뷰: 구조적 결함과 인재(人災)의 메커니즘

 

"어제의 효율이 오늘의 불쏘시개가 될 때, 전통은 혁신의 대상이지 보존의 가치가 아니다."

2025년 11월 28일 발생한 홍콩 아파트 화재는 현대 고층 빌딩 숲 이면에 숨겨진 안전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드러냈다. 1996년 가일리 빌딩(Garley Building) 화재 이후 약 30년 만에 발생한 이번 최악의 참사는 단순 사고를 넘어 홍콩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직시하게 한다.


1. 화재 확산의 구조적 요인 분석

대나무 비계와 플라스틱망의 '수직 도화선' 효과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대나무 비계(Bamboo Scaffolding)**는 이번 화재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강철 비계보다 설치가 빠르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고수되어 왔으나, 건조한 대나무는 그 자체로 강력한 연료원이다. 여기에 건물 외벽을 촘촘히 감싼 **녹색 플라스틱 안전망(Debris Netting)**이 가열되며 녹아내려 불붙은 액체 상태로 하층부로 떨어지자, 화재는 상하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플래시오버' 현상을 보였다.

고밀도 주거 단지의 한계

사고가 발생한 단지는 약 5,000명이 거주하는 초고밀도 주거지로, 건물 간의 이격 거리가 매우 좁았다. 이는 화재 발생 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인접 건물로 복사열을 전달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또한, 해안가 특유의 강력한 돌풍은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서 **'빌딩풍 효과'**를 일으키며 불길에 산소를 강제 주입하는 펌프 역할을 했다.

안전 불감증과 실화 의혹

현장 조사 결과, 보수 공사 중이던 작업자들의 무분별한 실내 흡연 및 용접 작업 시 불꽃 비산 방지 조치 미흡이 유력한 발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는 현장 감독관의 부재와 작업자 안전 교육의 형식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 부패 의혹과 제도적 결함

불연성 자재의 실종과 담합

홍콩 건축법규상 고층 건물 외벽 보수 시에는 일정 등급 이상의 불연성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저가형 가연성 자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건설사와 자재 납품업체 간의 유착 및 감리 보고서 조작 정황이 포착되면서, 단순 사고를 넘어선 조직적 범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규제를 우회하여 얻은 단기적 이익은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형사 처벌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기업의 뿌리를 흔들게 된다.

3. 예상되는 손실 및 파장

경영진의 형사적 책임과 인신 구속

홍콩 경찰은 이미 건설사 핵심 관계자들을 '중과실치사(Manslaughter by Gross Negligence)'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 법령상 이는 최대 종신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죄다. 안전 관리 체계의 결함이 입증될 경우, 법인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가진 경영진 개개인에 대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문학적 민사 배상 및 자산 동결

  • 인명 피해 배상: 사망자 및 부상자 가족들이 제기할 집단 소송 규모는 수억 홍콩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재산권 손실: 화재 피해를 입은 수천 세대의 주거 복구비와 임시 거주 비용, 건물 가치 하락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건설사에 부과된다.

  • 징벌적 손해배상: 부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홍콩 법원은 전례 없는 수준의 징벌적 배상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의 사업 계속성 위기

해당 건설사는 즉각적인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홍콩 주택청(Housing Authority)의 입찰 자격이 영구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과 금융권의 대출 회수가 시작되면, 기업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홍콩 건설업계의 변곡점

이번 참사는 21세기 최첨단 도시 홍콩이 여전히 전근대적인 안전 체계에 머물러 있음을 증명했다. 대나무 비계의 퇴출 여론과 함께 건설 현장의 전면적인 디지털 모니터링 도입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이번 사고는 안전을 비용으로 치부했던 기업들에게 가장 가혹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2025년 12월 20일 토요일

뮌헨리 '앰비션 2030'이 던지는 세 가지 경고

 

뮌헨리 ‘앰비션 2030’과 글로벌 보험 시장의 지각변동: 리스크 인수의 패러다임 전환

세계 최대 재보험사 뮌헨리(Munich Re)가 발표한 **‘앰비션 2030(Ambition 2030)’**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ESG 로드맵을 넘어, 전 세계 보험 및 재무 생태계에 강력한 하향식(Top-down) 압박을 가하는 전략적 전환점이다.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사'로서 전 세계 위험의 최종 인수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의 정책 변화는 시장 전체의 리스크 인수 기준과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보험 가입 거절'이 곧 '사업 중단'인 시대 : 재보험사가 석탄 및 오일·가스 인수를 줄이면 원수 보험사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보험 없는 대형 프로젝트는 금융권 대출(PF)이 불가능하므로, 뮌헨리의 로드맵은 화석연료 산업의 자본 줄기를 끊는 실질적인 **'경제적 퇴출 선고'**와 같다.

탄소 데이터가 곧 '기업의 신용도' : 이제 보험료는 사고 확률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 집약도'에 따라 결정된다. 배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공시하지 못하는 기업은 보험료 폭등이나 가입 거절이라는 징벌적 조치를 피할 수 없다. 탄소 관리 역량이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신용 등급으로 부상했다.

기후 솔루션, '선택'에서 '수익'으로의 전환 : 뮌헨리가 기후 솔루션에 15억 유로를 추가 투입하는 것은 자선이 아닌 미래 수익원 선점이다. 고탄소 산업에서 빠져나온 거대 자본이 재생에너지와 탄소 포집 기술 등으로 이동하면서, 기후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1. 보험 공급망의 구조적 위축과 '언더라이팅 장벽'

재보험 시장은 글로벌 자본이 결집하는 곳으로, 뮌헨리 같은 리더가 특정 산업에 대한 인수를 제한하면 그 여파는 실물 경제로 즉각 전이된다.

  • 재보험 용량(Capacity)의 실질적 감소: 뮌헨리가 석탄 관련 단일위험 인수를 2040년 전면 중단하고, 2030년까지 화석연료 배출량을 절대량 기준으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관련 산업에 제공되는 '담보 능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인수하고 싶어도 거대 재보험사의 뒷받침 없이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시장 전체의 공급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 언더라이팅(Underwriting) 기준의 고도화: 과거 보험 인수가 '사고 발생 확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탄소 배출 정보 공개 여부'와 '감축 집약도'**가 가입 승인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했다. 특히 뮌헨리가 일반 보험 포트폴리오(F&C Global)에서 고객사의 배출 집약도를 20% 낮추기로 한 결정은, 탄소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을 보험 시장에서 축출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2. 화석연료 자본조달 비용의 급격한 상승

보험은 대규모 인프라 및 에너지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Project Financing)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 금융과 보험의 연쇄 작용: 은행 등 대주단은 프로젝트 리스크를 보장할 보험 증권이 없으면 대출을 실행하지 않는다. 뮌헨리의 인수 거절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의 금융 접근성을 차단하거나, 가입이 가능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액 보험료(Premium)를 요구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의 전체적인 자본 비용을 상승시켜 재생에너지 대비 경제적 우위를 상실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 탈석탄 가속화: 뮌헨리는 상장 주식과 회사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석탄 관련 자산을 당초 계획보다 10년 앞당긴 **2030년까지 완전 매각(Divestment)**하기로 했다. 이는 자본 시장에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철수'와 '보험 거부'가 동시에 일어나는 이중 압박(Double Squeeze)을 의미한다.

3. '기후 솔루션'으로의 자본 대이동 촉발

뮌헨리는 단순히 화석연료를 배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 변화 대응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정의했다.

  • 기후 투자 시장의 유동성 공급: 2030년까지 산림, 친환경 부동산, 에너지 효율 자산 등에 **15억 유로(약 2.2조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결정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준다. 이는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재보험사들이 기후 솔루션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며, 관련 시장의 자산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 신규 보험 상품의 개발: 탄소 배출권 거래 리스크 보장,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보증 보험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후 보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전통적인 화석연료 보험 수익의 빈자리를 기술 집약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 수익으로 대체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다.


4. 국내 보험사 및 기업에 주는 실무적 시사점

뮌헨리의 앰비션 2030은 한국 시장에도 즉각적인 과제를 던진다.

  • 국내 보험사의 재보험 비용 부담: 해외 재보험 의존도가 높은 국내 보험사들은 뮌헨리와 같은 글로벌 재보험사의 탈탄소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재보험 출재(Risk Ceding) 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아예 인수를 거절당할 위험이 크다. 이는 국내 보험업계의 ESG 정책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었음을 뜻한다.

  • 기업의 '보험 리스크' 상시화: 탄소 다배출 업종(철강, 화학, 발전 등)에 속한 국내 기업들은 향후 글로벌 보험 시장에서 가입 거절이나 보험료 폭등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다. 이제 기업은 생산 공정의 저탄소화뿐만 아니라, 금융·보험업권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밀한 탄소 배출량(Scope 1, 2, 3) 산정 및 공시 체계를 갖추어야만 사업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결론: 뮌헨리의 '앰비션 2030'은 보험 산업이 기후 위기 시대에 어떻게 '자본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할지 보여주는 교본이다. 글로벌 보험 시장은 이제 **'배출량 관리 능력=보험 가입 능력'**이라는 새로운 공식에 지배될 것이며, 이 거대한 흐름을 타지 못하는 자본과 산업은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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