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붕괴가 기업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ESG 경영에서 지배구조(Governance)는 그 체질을 결정하는 핵심 근간이다. 지배구조 리스크란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나 이사회 구성, 그리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통제 시스템이 부실하여 회사의 평판과 재무적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총칭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소수 지배주주에게 집중된 권한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오너 리스크'로 발현되며, 이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숫자는 기업의 현재를 말해주지만, 지배구조(Governance)는 그 기업의 미래가 계속될지를 결정한다.
지배구조 리스크의 다각적 요소
지배구조 리스크는 크게 다섯 가지 차원에서 기업의 골조를 위협한다. 첫째,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도덕적 해이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싹을 틔운다. 둘째,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고 단순히 안건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때, 감시 기능은 마비된다. 셋째,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중복 상장하거나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등 주주 권익을 경시하는 태도는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넷째, 경영 위험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기업은 외부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마지막으로, 승계 절차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은 기업의 장기적 전략 수립을 방해한다.
내부통제 실패의 상징적 사건: 오스템임플란트 사례
내부통제 시스템의 공백이 기업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는 2022년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재무팀장 이 모 씨는 약 1년간 15차례에 걸쳐 회사의 자금 2,215억 원을 본인의 계좌로 무단 이체했다. 이는 기업의 자기자본을 108%나 초과하는 전무후무한 규모였으며, 횡령된 자금은 주식 투자와 금괴 매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탕진되었다. 사법당국은 2024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씨에게 징역 35년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하며 사건을 종결지었으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기업 내부의 민낯은 충격적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지배구조의 총체적 파국을 상징한다. 재무 서류와 잔액증명서가 위조되는 동안 사내 감시망은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이사회는 전문성 결여와 낮은 참여율로 인해 실무자의 전횡을 방치했다. 또한 횡령 자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허위 기재하는 등 재무제표 왜곡이 자행되어 회계 투명성마저 상실되었다. 그 결과, 촉망받던 유망 기업은 주식 거래 중단과 상장 폐지라는 극단적인 경로를 밟게 되었고, 약 4만 3천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재산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리스크의 종착역: 시장 저평가와 사회적 비용
지배구조 리스크가 초래하는 결과는 단기적인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기업가치를 본질보다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저평가 국면을 고착화한다. 또한 당국의 고강도 조사와 과징금 부과 등 법적·규제적 위험을 동반하며,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평판 리스크는 브랜드 가치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타격한다.
결론적으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리스크는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오너의 독단적 경영을 제어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생존의 문제다. 기업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규정 준수를 넘어,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과 실효성 있는 내부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