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4일 토요일

가속의 시대, 인권이라는 브레이크를 점검하다

 

자본의 논리는 언제나 효율과 속도를 향해 질주한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려는 기업의 본능은 흔히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 비야디(BYD)가 브라질에서 마주한 '현대판 노예 노동' 소송 건은, 인권이라는 가치를 거세한 질주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증명하는 서늘한 경고장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거대 기업이, 정작 그 성장을 지탱하는 가장 밑바닥의 노동 환경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인권은 더 이상 도덕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날카로운 '리스크'이자, 시장 진입을 위한 '통행세'로 변모했다. BYD가 직면한 6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단순한 일회성 비용이 아니다. 이는 현지 공동체의 신뢰를 잃고, 글로벌 공급망 실사 규제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브랜드의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에 대한 가혹한 성적표다.

하청의 눈물 위에 세운 성벽은 원청의 재무제표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된다. 공급망 끝단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는 이제 '남의 과오'가 아닌 '나의 부채'다. 보이지 않는 곳의 고통을 외면하는 경영은 시한폭탄을 품고 질주하는 것과 같다.

연결된 세계, 전이되는 책임

현대 경영의 복잡성은 '연결성'에 있다. 과거에는 하청업체의 실책을 '관리 감독의 부주의' 정도로 치부하며 선을 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는 원청 기업에 무한한 연대 책임을 요구한다. 공급망의 가장 말단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가 본사의 재무제표와 주가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시대다.

BYD 사례에서 드러난 여권 압수와 강제 송금, 비인도적 숙소 환경은 노동을 단순한 '투입 요소'로만 취급한 결과다.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우하는 순간, 기업은 그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면허(Social License)'를 박탈당한다. 현지 인력을 배제한 채 폐쇄적인 고용 구조를 고집한 BYD의 전략적 실책은, 결국 지역 사회의 저항과 법적 응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인권 경영: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의 인식 전환

한국 기업들에 이번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해외 생산 기지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그 과정에서 현지의 노동 규범과 정서적 괴리는 언제든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인권 경영을 실천한다는 것은 단순히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기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진정한 인권 경영은 다음의 사유에서 출발해야 한다.

  • 감시자가 아닌 파트너로서의 공급망 관리: 하청업체를 비용 절감의 도구가 아닌,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들의 노동 환경을 직접 챙겨야 한다.

  • 투명성의 내재화: 내부 고발 시스템과 제3자 검증을 '귀찮은 절차'가 아닌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수용해야 한다. 감추어진 고름은 결국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어진다.

  • 현지 사회와의 공존: 자본의 투입보다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현지 고용과 교육, 상생 모델이 부재한 진출은 점령군에 불과하며, 점령군의 끝은 늘 비참하다.

결론: 가치의 시대, 기업의 격(格)

세상은 이제 기업에게 "무엇을 만드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드는가"를 묻는다. 효율성의 극대화가 미덕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윤리적 정당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권은 이제 기업 경영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 기업의 '격(格)'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BYD의 사례는 우리에게 자문하게 한다. 우리의 질주는 안전한가? 우리가 딛고 선 기반은 누군가의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닌가? 인권을 경영의 중심에 두는 것, 그것이 바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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