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9

BCP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멈추지 않도록 만드는 준비


안녕하세요.

초여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침 공기는 상쾌하지만, 낮에는 제법 따뜻한 햇살이 공장 지붕을 달굽니다. 이런 계절이 되면 늘 한 가지 걱정이 떠오릅니다. 화재입니다.

지난 3월, 대전의 한 안전용품 제조 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고 진화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전국 2,916개 공장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전체 공장의 56%만 '양호'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44%는 소방관계법령 위반 등으로 '불량' 판정을 받았습니다. 절반 가까운 공장이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점검 대상 건축동의 절반이 넘는 54.3%가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은 시공이 빠르고 비용이 저렴해 공장과 창고, 물류센터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그러나 내부 단열재가 가연성일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벽체 내부를 따라 불길이 급속히 번지면서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 위험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2021년 경기 광주 물류창고 화재.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샌드위치 패널의 위험성이 지적됐고, 재발 방지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관심은 사라졌고, 다음 사고가 다시 같은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소방청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협력 체계입니다.

점검을 위한 단속만으로는 현장이 바뀌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위험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와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개선 결과를 함께 관리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노후 샌드위치 패널 교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교체 비용은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닙니다. 저금리 융자, 세제 지원, 단계적 교체와 같은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현장의 변화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화재는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대부분 이미 예고된 위험에서 시작됩니다.

소방시설의 미비, 노후 건축물, 가연성 자재, 관리 부실은 모두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위험입니다. 결국 문제는 위험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는 사고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준비입니다.

그리고 BCP(사업연속성계획)는 화재를 막는 계획이 아니라,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멈추지 않도록 만드는 준비입니다.

이번 정부 점검이 또 하나의 통계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오래된 위험이 하나씩 사라질 때 비로소 같은 뉴스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안전하고 평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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