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1

소방관들의 용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안녕하세요.

푸른 잎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5월입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거리에는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설렘이 가득하고, 산과 들은 가장 생기 넘치는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온한 아침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우리가 누리는 평온을 위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얼마 전 전남 완도의 한 냉동창고 화재에서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화재를 한 차례 진압하고 나온 뒤 다시 발생한 연기를 확인하기 위해 재진입했고, 내부에 축적된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 분은 세 아이의 아버지였고, 또 한 분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습니다.

순직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영웅'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그들은 영웅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용기를 칭송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왜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지를 함께 질문해야 합니다.

화재는 본질적으로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구조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리한 내부 진입이 있었는지, 재진입 전 위험평가는 충분했는지, 현장 지휘와 정보 공유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소방관 개인의 용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미덕처럼 여기는 조직 문화, 현장의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 실전 같은 훈련의 부족, 그리고 지휘관이 과감하게 철수를 결정하기 어려운 분위기까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현장의 선택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해외의 소방 선진국들은 이미 여러 안전장치를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실내 화재 진압 시 내부 진입팀과 외부 구조대기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원칙을 오래전부터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 여러 국가는 건물 붕괴 위험이나 폭발 가능성이 높아지면 공격적인 진압에서 방어적인 대응으로 전환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나 용기에 맡기기보다, 제도가 위험을 통제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제도가 모든 현장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기업의 안전관리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안전은 개인의 헌신에 의존할수록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명확한 절차와 객관적인 위험평가, 그리고 위험하면 멈출 수 있는 문화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안전은 시스템이 됩니다.

소방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용기를 요구하기 전에, 살아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진정한 예우는 훈장이 아닙니다. 위험을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충분한 훈련, 안전한 장비, 그리고 "오늘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입니다.

그들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 때, 국가는 용기만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용기를 지켜주는 가장 강한 방화복은, 결국 제도입니다.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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