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고객 여러분께,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기업은 한 해를 시작할 때 언제나 희망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매출 목표를 정하고, 투자 계획을 수립하며, 신규 사업과 조직 운영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계획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됩니다.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계획 자체보다 예상하지 못한 위험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2026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Global Risks Report 2026)는 이러한 현실을 매우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1,300명이 넘는 글로벌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향후 2년(단기), 2028년까지의 중기, 그리고 2036년까지의 장기 위험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은 세계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은 앞으로 2년을 '변동성이 큰 시기' 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기'로 전망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10년 후 전망에서는 이러한 비관적 응답이 더욱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앞으로의 세계를 평온하게 전망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한 경기 전망이 아닙니다.
세계 경제, 국제 정치, 기술 혁신, 사회 갈등, 기후변화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합적인 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고서에서 가장 높은 단기 위험으로 선정된 것은 지정경제적 대립(Geoeconomic Confrontation)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제 분쟁은 일부 국가의 정치 문제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국가의 수출 규제는 다른 국가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고, 공급망이 흔들리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합니다. 에너지 가격은 제조원가를 끌어올리고, 환율 변동은 기업의 손익을 크게 바꾸어 놓습니다. 지정학적 긴장은 물류와 해상운송, 반도체, 핵심 광물, 식량 공급까지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 기업을 동시에 흔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민감하게 다가옵니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 며칠 만에 국내 공장의 생산 일정과 납기, 원가 구조를 바꾸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경제적 위험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 인플레이션의 지속, 국가와 기업의 부채 증가, 자산시장 거품 등은 올해 기업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변수입니다.
경영자는 매출만 관리해서는 안 됩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변화, 환율 변동, 고객사의 재무건전성, 협력업체의 공급 능력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경제 리스크는 어느 한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술 분야 역시 빠르게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생산성과 혁신을 가져오고 있지만, 동시에 허위정보 생성,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분쟁, 의사결정 오류, 사이버 공격의 고도화라는 새로운 위험도 함께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AI의 부정적 영향이 장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위험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기업은 AI를 활용하는 방법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 낼 위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사이버 공격 역시 더 이상 IT 부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장이 멈추고, 고객정보가 유출되고, 생산설비가 공격받으며, 몸값(Ransom)을 요구하는 사례는 이제 거의 매일 뉴스에서 접하게 됩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사이버 복원력(Cyber Resilience)은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갈등, 지역 간 갈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불평등은 2년 연속 가장 상호연관성이 높은 글로벌 위험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기업 역시 이러한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노사 갈등, 조직문화, 다양성과 포용, 내부 커뮤니케이션, 허위정보 대응 등은 모두 기업의 평판과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은 역시 기후변화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기 전망에서는 환경 리스크의 순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10년 전망에서는 극한기상이 가장 중요한 위험으로 평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기후변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당장의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불안에 가려져 있을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기업도 폭염, 집중호우, 태풍, 산불, 한파, 전력 공급 차질 등을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기후 리스크는 보험료, 공급망, 생산 일정, 직원 안전, 고객 서비스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영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리스크는 더 이상 개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은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에너지 가격은 물가를 자극하며, 물가는 금리를 움직입니다. 금리는 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 둔화는 사회 갈등을 키웁니다. 동시에 사이버 공격은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기후변화는 물류를 중단시킵니다.
하나의 위험이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 내는 복합 리스크(Compound Risk)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사고 하나, 재난 하나만 대비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안전보건은 안전보건대로, 정보보안은 정보보안대로, 환경은 환경대로 각각 관리하는 시대를 넘어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와 사업연속성계획(BCP)을 중심으로 모든 위험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위기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러나 위기 이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가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입니다.
1월의 마지막 날, 올해의 경영계획을 다시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의 핵심 위험은 무엇인지, 공급망은 충분히 안전한지, 사이버 공격에 대비되어 있는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얼마나 빨리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전 임직원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는지 차분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새해의 첫 달은 끝나가지만, 진정한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준비하는 기업에게 위기는 경쟁력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26년이 여러분의 기업에 가장 안전하고, 가장 회복력이 강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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