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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4일 토요일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 차미선 대표가 걷는 재생의료의 길

"좋은 기술이 왜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 이 물음 하나가 한 연구자를 창업가로 바꾸었다. 메디팹 차미선 대표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과학과 시장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온 퍼스트무버의 사유다.


1. 연구자의 눈으로 시장을 본다는 것

부산대와 서울대에서 연구자로 살아온 차미선 대표에게 창업은 어쩌면 낯선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험실 안에서 해답을 찾는 대신, 기술이 세상과 만나는 접점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 출발점은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좋은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라는 깊은 문제의식이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키토산과 탈세포기질(dECM)이라는 두 가지 소재였다. 수용성 키토산 플랫폼 키토젠(Chitogen™), 탈세포기질 기반 리젠트릭스(Regentrix™), 두 기술을 결합한 키토제닉스(Chitogenix™)—이 세 가지 핵심 기술 위에 그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재생 플랫폼'이라는 개념 자체를 설계했다.

"실행이 전략을 이긴다. 시장이 곧 실험실이다." — 차미선, 메디팹 대표

이 원칙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었다. 스킨케어 브랜드 레스노베(Lesnove)로 시장에 먼저 진입하고, 두피 재생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하며 탈모 시장으로 확장하고, 이제 서울대병원과 함께 골관절염 치료제 국가 과제를 진행하는 —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일관된 플랫폼 전략의 실행이었다.

성장 4단계

  • 1단계: 부산대·서울대 연구 기반, 기술의 산업화 문제의식으로 메디팹 설립
  • 2단계: 키토젠·리젠트릭스·키토제닉스 플랫폼 완성, LTG 기술로 시술 편의성 확대
  • 3단계: 스킨케어→탈모→관절재생까지 플랫폼 확장, 2024년 매출 100억 달성
  • 4단계: 누적 290억 투자 유치(시리즈B 238억 포함), 2027~2028 코스닥 상장 목표

핵심 수치

  • 누적 투자 유치 290억 (시리즈B 238억 포함)
  • 2026년 매출 목표 300억 (2024년 100억 대비 3배 성장)
  • 코스닥 상장 목표 2027~2028년 (임상·인허가 기반 검증 우선)

2. 차미선 대표 리더십의 세 가지 얼굴

차미선 대표의 리더십은 '연구자 출신 CEO'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요약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특별함은 연구자의 엄밀함과 창업가의 실행력이 공존한다는 점에 있다.

① 기술-제품-매출-재투자 구조를 직접 설계한다

외부 전략가에게 맡기지 않는다. 핵심 기술에서 시장 진입 전략, 매출 구조, 재투자 사이클까지 — 연구자 출신답게 전체 시스템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계한다. 이것이 메디팹이 단일 제품 기업이 아닌 '재생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②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리더

연구개발 중심에서 시장 중심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 — 이것은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차 대표는 "시장이 곧 실험실"이라는 원칙을 내부 문화로 정착시키며, 속도보다 검증을 우선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한다. 상장도 빠른 출구보다 임상·인허가 기반 신뢰 확보를 먼저 선택한 것이 그 증거다.

③ 노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재정의한다

경쟁사가 '외형 개선'을 말할 때, 차 대표는 '인체의 재생 능력 활성화'를 말한다. 미용에서 재생으로, 재생에서 치료제로 — 이 방향성 자체가 이미 시장을 창출하는 리더십이다. "100년 가는 글로벌 재생의료·항노화 기업"이라는 비전은 허황된 구호가 아니라 플랫폼 전략의 논리적 귀결이다.


3. 다른 경영자들에게 주는 세 가지 메시지

차미선 대표의 여정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재생의료'라는 업종에 한정되지 않는다. 업종을 초월해 적용 가능한 경영 사유가 그 안에 있다.

A. 문제의식이 곧 비즈니스 모델이다

"좋은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순수한 문제의식이 창업의 씨앗이 되었다. 많은 경영자가 시장 기회를 찾으려 하지만, 차 대표는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먼저 보았다. 불편함과 모순이 보이는 곳에 진짜 기회가 있다.

B. 플랫폼을 팔아라, 제품을 팔지 마라

메디팹의 경쟁력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키토젠·리젠트릭스라는 재생 플랫폼에서 나온다. 스킨케어, 탈모, 관절 재생 — 세 개의 다른 시장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제품을 팔면 시장이 하나지만, 플랫폼을 구축하면 시장이 확장된다.

C. 속도보다 검증, 검증 위에 속도

상장을 서두르지 않고 임상과 인허가로 신뢰 기반을 먼저 쌓는 판단 — 이것이 단기 지표에 쫓기는 경영과 100년 기업을 지향하는 경영의 차이다. 그러나 검증이 완료된 영역에서는 빠르게 확장한다. 균형 감각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마치며

차미선 대표는 재생의료라는 새로운 언어를 시장에 가르치고 있다. 연구실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290억의 투자로, 세 개의 시장 진입으로, 그리고 글로벌 항노화 기업이라는 비전으로 구체화되는 과정 — 그것은 단순한 창업 성공담이 아니라, 지식과 실행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온 한 사람의 깊은 사유다.

퍼스트무버는 가장 빠른 사람이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먼저 상상하는 사람이다.


2026년 3월 6일 금요일

34년을 버텨온 한 문장,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다"

황성옥 JS C&I 대표의 성장 스토리를 사유하며


01. 집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

1992년, 황성옥 대표는 '진성실링'이라는 이름의 작은 회사로 시작했다. 당시 건설 업계는 빠른 납기와 저가 경쟁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다른 질문을 품고 있었다.

"우리가 짓는 집에 누군가의 삶이 들어온다. 그 삶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장공사의 마감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었고, 자재를 선택하는 기준이었으며, 30년 넘게 그가 타협하지 않은 이유가 되었다.

"집 짓는 일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입니다. 그 무게를 항상 잊지 않으려 합니다." — 황성옥 JS C&I 대표


02. JS C&I를 성장시킨 세 가지 힘

① 시스템화된 완성도

개인의 감각이 아닌 체계적 기준으로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JS C&I는 업계 최초로 AI 기반 품질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미세한 결함까지 사전에 식별했다. 또한 '주부의 시선 점검법'이라는 독자적 방식으로 전문가가 놓치는 생활 불편 요소를 실거주자 관점에서 체크했다. 콘센트 위치, 문 개폐 동선, 벽지 이음새 같은 디테일이 그 대상이었다. 그 결과, 1900세대 현장에서 하자 접수 1건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② 수직 통합의 전략

"좋은 시공의 절반은 자재에서 결정된다." 황 대표는 이 판단을 구조로 옮겼다. 2012년부터 자재 유통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자회사 한솔데코를 설립해 프리미엄 벽지·바닥재·인조대리석 등 고급 마감재 공급망을 완전히 내재화했다. 항바이러스 벽지(사멸률 99.999%), 미세먼지 85% 차단 방충망, 반려동물 안전 고려 '펫마루'까지 — 기능성 자재 개발로 단순 시공사를 넘어 토털 인테리어 파트너로 인식이 확대됐다.

③ 사람 중심의 조직

"설비와 기술은 바뀌어도, 사람의 철학이 기업을 결정한다." 황 대표는 매월 전 직원이 참여하는 아이디어 제안·토론 문화를 운영해 왔다. 이 제안들은 실제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다. 수평적 소통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이 조직 문화는 JS C&I가 30년 넘게 주요 건설사로부터 꾸준히 선택받는 이유 중 하나다.


03. 속도의 시대에 완성도를 고집한 역사

1992년 — 진성실링 창업. 수장공사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저가 경쟁 대신 책임 기준을 선택했다.

2012년 — 자재 유통 직접 관리 시작. 품질의 시작점을 통제하기 위한 수직 통합의 첫 걸음.

2014년 — 자회사 한솔데코 설립. 프리미엄 마감재 공급망을 완전히 내재화하다.

현재 — AI 기반 하자 분석, 안전관리 문서 자동화, 기능성 자재 개발까지. 시공사에서 토털 인테리어 파트너로 진화 중.


04. 리더십의 특징: 원칙 위의 유연함

황성옥 대표의 리더십은 흔히 '원칙주의'로 읽히지만, 더 정확하게는 원칙 위에서만 유연한 리더십이다. 품질 기준과 약속이라는 불변의 축을 중심으로, 기술·조직·시장 변화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해 왔다.

업계 최초 AI 품질 검사 도입도, 주부의 시선으로 현장을 점검하는 방식도, 수평적 아이디어 제안 문화도 — 모두 원칙이라는 토대 위에서 혁신을 실험한 결과다.

"기술 과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표준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입니다." — 황성옥 JS C&I 대표

많은 경영자들이 혁신을 말할 때 기존의 것을 부수는 데 집중한다. 황 대표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지킬 것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혁신할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혁신은 반드시 현장에서 작동해야 했다.


05. 다른 경영자에게 건네는 세 가지 인사이트

첫째, 기준을 타협하는 순간을 조심하라

단기 성과를 얻고 장기 신뢰를 잃는 거래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 JS C&I가 30년 넘게 선택받는 이유는 탁월함이 아니라 일관성이다. 기준은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다. 쉬운 기준은 차별화가 아니다.

둘째, 좋은 결과의 원인을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라

좋은 결과의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반드시 아직 통제하지 못한 무언가가 나온다. 황 대표는 그것이 자재라는 것을 일찍 발견했고, 그것을 내재화하는 것이 다음 단계임을 알았다. 수직 통합은 전략이 아니라 철학의 논리적 귀결이었다.

셋째, 빠른 성장과 기억되는 기업을 구분하라

빠른 성장은 기사에 남고, 신뢰와 기준으로 쌓은 기업은 사람의 기억에 남는다. 100년 기업은 후자만이 만들 수 있다. 황 대표가 지키고 싶다고 말한 세 가지 — 사람에 대한 존중,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 현장에서 작동하는 혁신 — 는 모두 기억되는 기업의 언어다.


마치며

34년 전, 황성옥 대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수장공사의 마감 한 줄에서 시작했다. 그 한 줄이 시스템이 되고, 자회사가 되고, AI가 되고, 100년 기업을 향한 비전이 됐다.

경영의 본질은 결국 무엇을 지키겠다고 결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황성옥 대표는 그 결심을 34년 동안 매일 반복했다.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다. 사람의 삶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100년 기업을 만든다."


#품질경영 #사람중심리더십 #수직통합전략 #AI스마트건설 #100년기업 #JSC&I #황성옥


한국 경영계 리더 6인이 말하는 미래 전략

업종도, 규모도, 전략도 다른 여섯 명의 리더가 한 목소리로 꼽은 미래 기업가정신의 핵심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의 급부상, 녹색 전환, 인구 구조 변화, 공급망 재편,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까지—이 여섯 가지 대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시대에 기업가정신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요?

월간 CEO& 주최 특별 좌담회에서 한국 경영계를 대표하는 리더 6인이 한자리에 모여 이 질문에 답했습니다. 이들이 나눈 이야기는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기업의 존재 이유와 리더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승한 홈플러스 창업 회장: "기업가정신은 시대와 함께 진화한다"

이승한 회장은 기업가정신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의 기업가정신이 생존과 성장, 이윤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날의 기업가는 인류의 행복과 건강에 기여하는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방향은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활용하고, 혼자가 아닌 협업 생태계를 설계하며, 미래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이것이 이 시대 리더에게 요구되는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의현 대일특수강 대표: "기업가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적 기여에 있다"

이의현 대표는 기업의 성공을 단순히 재무적 성과로 측정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기업가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단언합니다.

특히 그는 현행 정부 정책의 모순과 경직된 정년 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실력 중심의 조직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도적 환경이 기업가정신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개인의 의지도 꽃피우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경고이기도 합니다.


박규홍 에스아이티테크놀로지 대표: "기업가정신은 사업을 바꾸는 용기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AI가 모든 분야로 스며드는 지금, 박규홍 대표는 기업가정신을 "사업을 바꾸는 용기"라고 정의했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발목이 잡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기존의 성공 모델을 스스로 해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의 용기가 기업 생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변화에 맞서지 않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그의 메시지는, 안주하고 싶은 모든 리더에게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 "에너지 위기는 곧 기회다"

이지선 대표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태양광과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한 전력 효율화, 그리고 AI 기반 공급망 관리 확대를 통해 에너지 문제를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이지선 대표는 기업의 역할이 경제적 주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은 사회의 문화적 주체로서 인류의 문화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도 책임이 있다는 그의 시각은, 기업의 존재 의미를 한층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김병주 참약사그룹 대표: "기술이 바뀌어도 고객 신뢰는 변하지 않는다"

수많은 기술 혁신이 쏟아지는 시대에도 김병주 대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산은 바로 "고객 신뢰"입니다. 그는 약국 혁신 사례를 직접 예로 들며, 본질에 충실한 경영이 결국 오래가는 경쟁력의 원천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그는 실패를 경험한 기업가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도전과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만, 더 많은 사람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혁신은 성공의 문화만큼이나,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에서도 자라납니다.


6인이 함께 말하는 결론: "통찰하는 리더십"

업종도, 규모도, 전략도 다른 여섯 명의 리더가 한 목소리로 꼽은 미래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바로 **"통찰하는 리더십"**이었습니다. 변화의 표면을 읽는 것을 넘어, 그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그것이 이 시대 리더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량이라는 데 이들은 모두 동의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세상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격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적 가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신뢰—이 세 가지를 지키는 기업만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좌담회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대전환의 시대, 위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통찰과 용기, 그리고 책임감으로 무장한 기업가에게 이 시대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K-기업가정신의 저력은 바로 그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해왔으니까요.


2026년 2월 6일 금요일

그릇 너머를 보는 사람 — 김영목 대표의 성장 이야기

들어가며: 왜 그는 쌀을 팔기 시작했는가

83년 된 도자기 회사가 어느 날 쌀을 출시했다.

외부에서 보면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김영목 한국도자기리빙 대표의 말을 듣고 나면, 오히려 이 질문이 떠오른다. "왜 이걸 진작 하지 않았을까?"

"명품 그릇에는 명품 밥이 담겨야 한다."

이 한 문장이 '리한미'의 시작이자, 김영목이라는 경영자를 이해하는 열쇠다.


1. 한국도자기리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① 본질에 대한 집요한 질문

한국도자기리빙은 80년 넘게 그릇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어느 시점부터 불편한 질문 하나를 붙들었다.

"우리는 그릇을 완성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담기는지는 왜 신경 쓰지 않았을까?"

리한미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다. 10년간 산지를 탐색하고, 보성 간척지의 미네랄 풍부한 토양을 찾아내고, 3대째 농업을 이어온 보성특수농산과 손을 잡은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단일 품종이 아닌 5종 블렌딩이라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와인과 커피가 그러하듯, 조합으로 풍미를 '설계'한다는 발상이다.

이처럼 한국도자기리빙의 성장 동력은 단순히 좋은 제품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에 있다.

② 위기를 현장으로 돌파한 경험

금융위기 당시, 대형 유통사와의 계약이 끊겼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긴축과 관망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직접 마트 앞에 나가 판매를 시작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생존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과 직접 맞닥뜨린 그 현장이, 이후 온라인 전환 성공의 감각적 토대가 되었다. 위기는 그에게 약점이 아니라 시장을 읽는 훈련의 장이었다.

③ 브랜드를 '관계'로 확장하는 전략

그릇은 한 번 사면 오래 쓴다. 교체 주기가 길다. 하지만 쌀은 매달, 매주 산다. 리한미의 출시는 단순한 식재료 진출이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의 반복적 접점을 만드는 구조적 선택이다. 신뢰를 일회성 구매가 아닌 지속적 관계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2. 김영목 대표 리더십의 세 가지 얼굴

첫째, 예술가이자 전략가

순수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경영학 석사를 밟고, 청주 공장에서 7년간 장인들과 함께 일했다. 이 조합은 흔하지 않다.

감각은 있지만 시스템이 없는 사람은 예술가로 머문다. 시스템은 있지만 감각이 없는 사람은 관리자에 그친다. 김 대표는 예술을 시스템으로, 감각을 상품으로 전환하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리한미의 향(香)·청(淸)·담(淡)이라는 라인업 구성도 이 감각과 전략의 결합에서 나온다.

둘째, '매력경영'이라는 철학

그는 직원들을 '리하니언'이라 부른다. 명칭 하나에 정체성과 자부심을 담은 것이다. 직원들과 직접 요리하고, 생일을 챙기고, 사내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좋은 제품은 결국 좋은 사람이 만든다."

이것은 복지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제품의 결을 결정한다는 경영의 인과관계를 그는 믿는다.

셋째, INTEGRITY — 보이지 않는 곳의 원칙

그의 핵심 가치는 **정직함(INTEGRITY)**이다. 기술, 구조, 품질 어느 곳에서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원칙을 지킨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리한미가 소용량·진공 포장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맛있는 한 끼를 위한 설계.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브랜드의 신뢰를 쌓는다.


3. 다른 경영자들에게 주는 인사이트

"태풍이 불 때 진짜와 가짜가 구분된다"

리빙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이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읽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좋은 회사와 그저 그런 회사가 비슷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태풍이 불면,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가 드러난다.

이 통찰이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지금 우리 회사는 바람이 없어도 서 있을 수 있는가?"

Why? / Why not? / What do I want?

김 대표의 사고 프레임이다. 현상을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묻는 것, 관행에 "왜 안 되는가?"를 묻는 것, 그리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아는 것. 이 세 가지 질문이 그릇 회사를 식문화 기업으로 바꾸었다.

카테고리의 경계를 허무는 용기

"우리는 그릇 회사다"라는 정의를 고집했다면 리한미는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그릇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식탁 전체를 설계하는 회사로 재정의했다. 이 재정의가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업의 본질을 제품이 아닌 고객의 경험으로 정의하는 순간, 경쟁의 지형이 달라진다.


마치며: 그릇은 결국 철학을 담는다

83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가 쌀을 출시했을 때, 세상은 '왜?'라고 물었다.

김영목 대표의 대답은 단순했다. "그릇에 담기는 것까지 우리가 책임지고 싶어서."

그것이 예술가의 감각이든, 장인의 고집이든, 경영자의 전략이든 —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 나은 한 끼를 위한 집요한 설계.

어쩌면 경영이란, 좋은 그릇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 보이는 곳도 보이지 않는 곳도, 타협 없이 빚어내는 것.


"실패를 감수하지 않으면 혁신도 없다" — 김영목, 한국도자기리빙 대표


2026년 1월 10일 토요일

보청기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 심상돈 대표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

40년의 집념이 만든 신뢰 — 그가 말하는 감사·나눔·행동의 경영


국내 보청기 산업에 '전설'이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동산히어링 심상돈 대표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보청기라는 단 하나의 분야에 몸을 담아온 1세대 전문가. 스타키코리아를 30년간 이끌며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 없이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그의 이야기는, 숫자와 성과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된다.


■ 경영 철학 — 감사, 나눔, 행동

심상돈 대표는 스스로를 '바보똑똑이'라고 부른다. 겸손하게 배우고, 배려로 이끌며, 결과에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가 경영의 근간으로 삼는 세 가지 키워드는 단순하다. 감사하고, 나누고, 행동하라.

그는 보청기를 단순한 제품으로 보지 않는다.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주는 사명"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에게 이 일은 처음부터 사업이기 전에 소명이었다. 그 인식의 차이가 30년 무결성 성장의 뿌리다.

그가 'O.K 경영'으로 불리는 방식을 고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의 요구에 "No"라고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고객의 삶의 질을 회복시킨다는 사명감에서 나오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 "보청기는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드리는 일입니다." — 심상돈, 동산히어링 대표


■ 리더십의 핵심 — 사람을 먼저 보는 눈

심상돈 대표의 리더십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판매 1위보다 고객 행복, 직원 행복이 우선이다." 이른바 '행복 경영'이다. 글로벌 본사에서 여러 국제 리더십 상을 수상한 이유도, 그가 수치를 뛰어넘는 가치를 조직 안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그는 퇴임 후 동산히어링의 대표로 다시 현장에 섰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맞춤형 청각 케어, 정직한 상담, 40년의 전문성. 그가 내세우는 차별화는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라 오래된 신뢰다.

사회공헌의 영역에서도 그의 리더십은 빛났다.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을 위한 보청기 무상 지원, 인공와우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 보청기 지원 제도 마련 등 법과 제도의 변화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유튜브 채널 '귀사남'을 통해 난청 정보를 일반인에게 쉽게 풀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더십은 조직 안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님을 그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 "보청기는 안경과 같습니다. 불편함을 보완하는 도구일 뿐,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 심상돈, 동산히어링 대표


■ 다른 경영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 인터뷰 속 명언 3가지

심상돈 대표의 인터뷰에는 젊은 경영자들이 곱씹을 만한 통찰이 곳곳에 담겨 있다.

▶ 명언 1. "행운의 여신은 행동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실행의 철학이다. 고민만 하고 멈춰 선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계획보다 작은 한 걸음이 방향을 만든다.

▶ 명언 2.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성장할 수 있다." 태도의 문제다. 감사는 겸손의 다른 이름이고, 겸손한 리더만이 사람을 모을 수 있다.

▶ 명언 3. "판매 1위보다 고객의 행복과 직원의 행복이 먼저다." 경영의 우선순위다. 수익은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일 때, 숫자는 자연히 따라온다.

40년의 세월이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집념은 방향이 맞을 때 빛난다. 심상돈 대표의 방향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 "감사하고, 나누고, 행동하라. 이 세 가지가 제 경영의 전부입니다." — 심상돈, 동산히어링 대표


심상돈 대표의 이야기는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경영자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일은 사명인가, 수단인가.

보청기 하나로 40년을 버텨온 그의 집념은, 결국 그 질문에 대한 오랜 답이었다.


2026년 1월 3일 토요일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자가 시장을 이긴다 — 파르팜 김현창 대표의 성장 공식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자가 시장을 이긴다 — 파르팜 김현창 대표의 성장 공식


2025년 12월 30일, 월간 CEO&는 「품질 프리미엄은 타협하지 않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라는 제목으로 파르팜 김현창 대표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식품 업계에서 15년 넘게 '비타협적 품질'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을 붙들고 성장한 기업의 이야기는, 숫자보다 철학이 먼저인 경영의 실체를 보여준다.


시장이 아니라 기준을 먼저 세웠다

파르팜의 성장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성장 정체기에 무엇을 지켰는가.

김현창 대표는 보존제, 향신료, 발색제 등 식품 업계에서 관행처럼 사용하는 첨가물을 창업 초기부터 완전히 배제했다. 매출이 정체되던 시기에도 품질 스펙을 낮추자는 유혹에 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명확하게 드러났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던 그 시점에, 파르팜은 이미 그 기준을 충족한 상태였다. 시장이 따라온 것이 아니라, 시장이 파르팜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이 파르팜 성장의 출발점이다. 시장 트렌드를 쫓아 기준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준이 결국 시장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15년을 버텼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신뢰를 선택한 결과가 지금의 파르팜을 만들었다.


급식 시장이라는 가장 혹독한 검증대

흥미로운 점은 파르팜이 가격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 급식 시장을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급식 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원가 절감과 가격 인하로 경쟁할 때, 파르팜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정면 돌파했고, 그 과정에서 영양교사라는 전문가 집단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했다. 이 과정이 단순한 시장 점유율 확보를 넘어 브랜드 신뢰의 기반을 형성했다.

급식 시장에서 쌓은 전문가 집단의 신뢰는 이후 B2C 시장 확장의 발판이 됐다. 가장 엄격한 검증자를 먼저 설득한 브랜드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다르게 인식된다. 파르팜은 이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사람이 아니라 프로세스가 움직이는 조직

김현창 대표가 강조하는 두 번째 축은 조직 설계다. 창업 초기부터 대기업 수준의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창업자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조직 전체를 이끄는 구조에 의존하기 쉽다. 파르팜은 의도적으로 그 의존도를 낮췄다.

제품 기획에서 생산, 영업, 물류, 재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스템화했고, 부서장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일찍부터 만들었다. 식품 기업의 고질적 난제인 재고 관리 역시 프로세스로 해결했다. 이는 CEO 한 명의 역량이 아니라 조직 자체의 역량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확장성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탁월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탁월함이 필요하다. 파르팜은 이를 조직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재화했다.


'권한은 주되 책임은 지우지 않는다'는 리더십

조직 문화에 관한 김현창 대표의 철학은 독특하다. "권한은 주되 책임은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 핵심이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개인에게 책임을 귀속시키지 않는 문화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든다. 이 안전감이 혁신과 도전을 촉진하는 토양이 된다.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조직은 더 빠르게 실험하고 더 빠르게 학습한다.

파르팜이 업계 최저 수준의 이직률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이 문화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좋은 인재를 유지하는 것이 채용보다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이직률은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외부 교육을 의무화하며 인재 성장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을 자원이 아니라 장기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상상하라'는 경영 철학의 실체

김현창 대표가 강조하는 '상상하라'는 가치는 단순한 창의성 장려가 아니다. 5년, 10년 뒤를 기준으로 현재의 판단을 내리는 책임 있는 사고방식이다.

단기 매출 압박 앞에서 장기적 기준을 유지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상상은 그 어려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도 이 철학은 그대로 작동한다. 일본과 호주에서 테스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도 무리한 확장보다 현지화와 품질 유지의 균형을 우선한다. 건강기능식품, HMR, 어린이 식품 등 신뢰가 특히 중요한 식품군 중심으로 확장 방향을 설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다른 경영자들에게 주는 메시지

파르팜의 사례는 특정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준을 지키는 것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보편적 명제를 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성장 정체기에 기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원가를 줄이고, 품질 스펙을 조정하고, 단기 매출을 확보하는 선택이다.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준을 낮춘 기업은 시장이 그 기준에 적응하는 순간, 더 이상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

반대로 기준을 지킨 기업은 시장이 그 기준을 필요로 하는 순간, 이미 준비된 상태가 된다. 파르팜이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증한 것은 운이 아니다. 기준을 지킨 기간이 쌓여 만들어진 구조적 결과다.

조직 설계와 인재 문화에 관한 메시지도 명확하다. 사람이 아니라 프로세스가 움직이는 조직을 만드는 것, 실패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는 것, 장기적 관점으로 인재에 투자하는 것. 이 세 가지는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 가능한 원칙이다.

결국 파르팜 김현창 대표의 성장 공식은 단순하지만 실행하기 어렵다. 타협하지 않는 기준 × 프로세스 기반 조직 × 심리적 안전감 × 장기적 상상력. 이 조합이 신뢰 기반 경쟁력을 만들고, 신뢰 기반 경쟁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 어떤 시장에서도, 어떤 규모의 기업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다.


2026년 1월 2일 금요일

300달러로 시작해 3만 5천 명을 품다 — 송창근 회장의 35년

300달러의 사람 — 송창근 회장과 휴먼터치 경영의 35년

KMK글로벌스포츠그룹 · 성장 스토리 에세이


들어가며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진짜 글로벌 기업이 된다." — 송창근,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198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 청년이 손에 쥔 것이라곤 300달러뿐이었다. 언어도 낯설고, 연줄도 없고, 보장된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종류의 자본이 있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걷는 용기, 그리고 사람을 향한 진심이었다.

35년이 지난 지금, 그 청년은 6개 계열사, 직원 3만 5천 명의 글로벌 그룹 KMK의 회장이 되었다. 나이키·컨버스·헌터 등 세계 최정상 브랜드들이 인정한 파트너. 인도네시아에서 '신발왕'으로 불리는 사람. 바로 송창근 회장의 이야기다.


1. 300달러, 그리고 용기라는 자본

300달러는 돈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걸겠다는 선언이었다.

송창근 회장은 신발 부자재 영업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아무도 선뜻 맡으려 하지 않던 베이비화 생산을 자청하며, 작고 어려운 일부터 성실하게 해냈다. 스스로를 "Crazy Korean"이라 부를 만큼 그의 선택은 늘 비주류였다.

그러나 바로 그 비주류의 길이 KMK의 초석이 되었다.

역사상 위대한 창업 스토리들은 대개 결핍에서 시작된다. 결핍이 창의성을 낳고, 절박함이 진정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자청한다는 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를 쌓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2. KMK의 성장 요인 — 위기마다 증명된 신뢰

기업의 진짜 가치는 호황이 아니라 위기에서 드러난다. KMK는 여러 번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었다. 그때마다 송창근 회장의 선택은 한결같았다. 도망가지 않는 것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 인도네시아 폭동 한국 기업들이 철수를 서두르던 그 순간, 송 회장은 공장 문을 닫지 않았다. 직원들과 함께 버텼고, 그 선택이 훗날 돌아올 수 없는 신뢰의 자산이 되었다.

나이키 주문 중단의 위기 거래가 끊길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미국 본사를 직접 찾아갔다. 숫자와 논리가 아니라, 3만 명 직원들의 진심을 전했다. 결국 나이키는 거래를 재개했다. 사람의 이야기가 계약서보다 강했다.

이 두 사건은 KMK 성장의 핵심 비결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위기 앞에서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브랜딩이었다.


3. 경영 철학 — 휴먼터치 매니지먼트

송창근 회장의 경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직원이 기뻐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CEO다."

그는 이것을 말로만 하지 않았다. 25년 넘게 직원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캄풍 비짓(Kampung Visit)'을 이어왔다. 사내 병원, 이발소, 복지관, 대규모 구내식당을 갖추었고, 직원 가족에게도 무료 의료를 제공했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이 투자들이 3만 5천 명의 마음을 붙들었다. 직원들이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악수 한 번, 눈맞춤 한 번, 웃음 한 번. 그 작은 행동의 축적이 조직 문화를 바꾼다고 그는 믿는다. 그리고 35년의 역사가 그 믿음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4. 리더십의 특징 — 착한 CEO가 성공한다

송창근 회장의 리더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권위를 버린 자리에 진정성을 채웠다는 점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말한다. "회사에 충성하지 말고, 자신에게 충성하라." 직원의 성장과 행복이 결국 회사의 성장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다.

그가 강조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현장에 있을 것. 위기일수록 리더가 보여야 한다. 인도네시아 폭동 당시 공장을 지킨 것이 그 상징이다.

둘째, 진심으로 말할 것. 나이키 본사에 숫자 대신 사람의 이야기를 가져간 것처럼, 진심은 어떤 논리보다 강하다.

셋째, 작은 것을 귀히 여길 것. 악수, 눈맞춤, 가정 방문. 거창한 복지제도보다 이 소소한 관심이 조직의 심장을 뛰게 한다.


5. 다른 경영자들에게 주는 인사이트

송창근 회장의 이야기는 단지 한 사람의 성공 신화가 아니다. 오늘날 경영자들이 마주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건넨다.

"효율과 사람,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가?"

KMK의 35년은 이 질문에 단호하게 답한다. 아니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경영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KMK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가가 아니었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생산 안정성, 그리고 그 안정성을 만드는 직원들의 헌신이었다. 그 헌신은 급여가 아니라 신뢰에서 나왔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국내 기업이든 글로벌 기업이든,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리더가 시장을 얻는다.


나가며 — 300달러가 남긴 것

300달러로 시작한 청년은 이제 차세대 경영 승계를 준비하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내 길을 따르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

이 한 마디가 그의 경영 철학의 완성이다.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강요하지 않는 것. 사람마다 고유한 길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 그것이 35년간 3만 5천 명의 다양한 삶을 품어온 리더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착한 CEO가 성공한다. 송창근 회장의 이야기는 그 명제가 이상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다.



2025년 12월 6일 토요일

공익과 혁신 사이에서 — 유바이오로직스 백영옥 대표의 이야기

창업과 도전, 그리고 성공의 드라마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기업이 있다. 이윤을 위해 시장을 찾는 기업,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만드는 기업. 유바이오로직스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콜레라는 오늘날에도 아이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 지역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감염병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 질병에 맞설 백신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했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외면해온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백영옥 대표는 바로 그 빈자리를 보았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창업 초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자금은 늘 부족했고, 백신 개발이라는 험난한 과정은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직원들에게 제때 급여를 주기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백 대표는 그 시간을 혼자 버티지 않았다. 직원들과 함께 위기를 견뎌냈고,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는 이후 회사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오늘날 유바이오로직스의 직원 이탈률이 낮고 조직 문화가 탄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버텨온 시간의 결과다.

마침내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이 세상에 나왔다. WHO의 인증을 획득한 이 백신은 아이티 대지진 이후 콜레라가 창궐한 현장에,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 식수 위생이 열악한 수많은 나라에 공급되었다. 누적 공급량은 어느새 2억 도스를 넘어섰다. 유니세프와의 장기 계약은 유바이오로직스가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니라, 국제 공중보건 시스템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했다. 제2공장 가동으로 연간 8,800만 도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된 지금, 유바이오로직스는 명실상부 세계 유일의 콜레라 백신 공급사로 자리잡았다.

성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6년에는 장티푸스 백신, 2028년에는 수막구균 백신 출시를 목표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으며, RSV,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알츠하이머 등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보스턴 CIC에 사무소를 열어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WHO, 유니세프, 게이츠재단, IVI 등 세계 최고의 국제기구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문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유바이오로직스가 걸어온 길이다.


백영옥 대표의 리더십 특징

백영옥 대표의 리더십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공익적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윤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이유는, 그가 실제로 그 원칙에 따라 경영 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 뛰어든 것도, 저개발국에 낮은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도, 모두 그 신념의 실천이다.

그러나 그는 이상주의자에 머물지 않는다.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프리미엄 백신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그 균형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공공성과 기업 이윤의 균형, 이것이 백 대표 리더십의 핵심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의 인간 중심적 리더십이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직원들을 내보내는 대신 함께 버텼다. 어려운 시기를 공유한 조직은 강해진다. 그 경험이 팀워크와 신뢰로 축적되고, 그 신뢰가 다시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 알고 있다. 성과급 지급과 낮은 이탈률로 이어지는 강한 조직문화는 그 믿음의 산물이다.

사훈인 "모두 함께 건강한 삶을 위하여"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직원과 고객, 그리고 세계 곳곳의 이름 모를 환자들까지 아우르는 백 대표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이윤이 아닌 사람에게서 찾는 리더. 그것이 백영옥 대표다.


다른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유바이오로직스의 이야기는 경영자들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첫째, 외면받은 시장에 기회가 있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이 떠난 자리는 때로 블루오션이 된다. 문제가 크고 해결책이 없을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백 대표가 콜레라 백신 시장에서 그랬듯이, 외면받은 문제에 진심으로 달려드는 것이 오히려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

둘째, 위기에서 사람을 잃지 마라. 경영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줄이고 싶은 것이 인건비다. 그러나 사람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을 지키는 길이다. 함께 위기를 버텨낸 조직은 그 경험을 통해 더 강해지고, 그 결속이 이후 성장의 토대가 된다. 신뢰는 가장 느리게 쌓이고, 가장 오래 남는 자산이다.

셋째, 공익과 이윤은 대립하지 않는다. 많은 경영자들이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맞바꿔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유바이오로직스의 사례는 그 반대를 보여준다. 진심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국제기구와의 신뢰가 쌓이고, 장기 계약이 이어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공익적 혁신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다.

백영옥 대표의 이야기는 K-백신의 성공담인 동시에,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이윤을 넘어 사람을 향하는 기업, 그런 기업이 결국 오래 살아남고 세상을 바꾼다.


알고케어와 정지원 대표의 성장 궤적

AI 에이전트로 영양제 시장을 재정의하다 — 알고케어와 정지원 대표의 성장 공식


알고케어는 어떤 사업을 하나?

알고케어는 2019년 설립된 AI 기반 맞춤형 영양관리 솔루션 기업이다. 핵심 서비스는 'NaaS(Nutrition as a Service)'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영양제를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영양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다.

기술의 중심에는 AI 웰니스 에이전트 '마이알고(MyAlgo)'가 있다. 마이알고는 사용자가 질문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챗봇이 아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행동까지 유도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구조를 채택했다. 3,000편 이상의 논문과 5만 건의 의약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GraphRAG 분석 기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업은 B2B와 B2C로 구분된다. B2B 서비스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90여 개 기업이 도입했으며, 2025년 11월 말에는 가정용 B2C 서비스 '알고케어 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소비자 시장 공략에 나섰다. CES에서 5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것도 주목할 성과다.


창업과 성장 스토리

정지원 대표가 영양제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 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이었다.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소비 패턴 — 지인 추천에 의존한 구매, 불규칙한 복용,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 이 시장 전체에 걸쳐 고착되어 있었다. 그는 이 정체된 시장에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 문제'를 발견했다.

창업 초기, 알고케어는 B2B 시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삼았다. 대기업 임직원이라는 대규모 사용자 집단은 단순한 매출원이 아니었다. 알고리즘을 정교화할 수 있는 실제 데이터를 생성하는 전략적 테스트베드였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며 서비스의 신뢰도를 쌓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로 AI 모델을 고도화했다.

B2B에서 검증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케어는 마침내 개인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했다. '알고케어 홈'의 출시는 단순한 채널 다각화가 아니라, 6년에 걸친 데이터와 기술 축적의 결과물이다.


핵심 경쟁력은?

알고케어의 경쟁력은 세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기술적 차별성이다. 에이전틱 AI 구조는 기존의 추천 서비스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건강 상태에 맞춰 지속적으로 전략을 재설계한다. 3,000편의 논문과 5만 건의 의약품 데이터를 연결하는 GraphRAG 기술은 이 에이전트의 판단 기반을 형성한다.

둘째, 고객 경험에 대한 집요한 이해다. B2B 운영 과정에서 알고케어는 사용자들이 영양제의 '양'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피드백을 수집했다. 8개월간의 연구 끝에 영양 함량은 유지하면서도 전체 부피를 줄인 제품을 개발했고, 결과는 만족도 상승과 복용 횟수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량이 아니라, 데이터 너머의 맥락과 감정을 읽어내는 역량에서 비롯된 성과다.

셋째, 실물 제품과 AI의 통합이다. 단순히 어떤 영양제를 먹으라고 추천하는 앱이 아니라, 고품질 영양제를 직접 제공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모델이다. 추천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서비스 내에서 완결하는 구조는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정지원 대표 리더십의 특징

정지원 대표의 경영 방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문제의 본질로 파고드는 사고 방식이다. 그는 "창업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 철학은 그가 고객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역량은 "고객의 말을 100% 믿되, 100% 의심하는 것"이다. 고객이 표면적으로 말하는 불만이 진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그 이면의 감정적·경험적 페인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기능에 대한 불만처럼 보이는 피드백이 실제로는 신뢰의 문제이거나 불편함의 문제일 수 있다. 이 관점이 알고케어의 '맞춤'에 대한 정의를 바꿨다. 전문가가 처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실현해주는 방식으로.

리더십의 또 다른 축은 미션 중심의 지속력이다. 정 대표는 성공한 창업자 대부분이 10년 이상 버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회적 인정이나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미션 자체가 동력이 되어야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알고케어의 미션은 명확하다.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있는 일에 쓰도록 돕는 것." 이 미션은 영양관리라는 좁은 영역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 제약을 해결하겠다는 더 넓은 지향점을 담고 있다.


다른 경영자에게 주는 영감은?

알고케어와 정지원 대표의 성장 궤적은 여러 경영자에게 구체적인 교훈을 남긴다.

정체된 시장이 곧 기회다. 영양제 시장은 오랫동안 혁신 없이 지속되어 온 시장이었다. 그는 이를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기술로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신호로 읽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보다 비효율이 고착된 시장이 때로는 더 큰 기회를 품고 있다.

B2B는 스케일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알고케어의 B2B 전략은 단순히 초기 매출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알고리즘을 실전에서 검증하는 전략적 과정이었다. 소비자 서비스를 꿈꾸는 스타트업이 B2B를 먼저 택하는 방식은 유효한 성장 경로가 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수치가 아닌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 영양제 부피를 줄이기 위해 8개월을 투자한 사례는 단순한 제품 개선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의 불편을 숫자가 아닌 경험으로 이해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데이터 중심 경영을 표방하면서도 데이터 너머의 인간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 균형이 진짜 경쟁력을 만든다.

창업의 동력은 미션이어야 한다. 정지원 대표는 지속력이 창업가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한다. 시장의 부침, 자금의 압박, 기술적 난관을 10년 이상 버텨내기 위해서는 외부적 보상이 아닌 내면의 동력이 필요하다. 어떤 문제를 왜 풀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창업의 긴 여정을 완주하기 어렵다.

알고케어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향한 다음 행보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그리고 에이전틱 AI가 영양관리를 넘어 어디까지 확장될지 — 그 답은 아직 쓰이는 중이다.


출처: 월간 CEO&,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AI 에이전트로 영양제 시장을 재정의하다」, 2025.12.02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박보현 대표와 메디우스: 의료 정보의 불평등에 맞선 도전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준비하는 것이 곧 기회다." 


창업과 도전, 그리고 성공의 드라마

병원을 선택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 가격도 모르고, 의사의 실력도 모르고, 심지어 내가 받은 치료가 적절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박보현 BNH코리아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의료 서비스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이 메디우스(MeDIeUS)의 씨앗이 되었다.

인터넷 1세대 마케터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디지털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 경험이 의료라는 보수적인 산업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의료는 규제가 복잡하고, 기득권이 단단하며, 소비자가 수동적인 시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메디우스는 국내 7만 병원과 5만 명의 의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병원과 의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AI·블록체인 기반 의료 커머셜 플랫폼이다. 환자가 진료 경험을 기록하면 이를 정량화해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전용 코인(MDUS)으로 보상한다. 그 코인은 건강검진·미용·헬스케어 상품 구매에 쓰인다. 환자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병원은 신뢰를 얻고, 기업은 소비자와 연결되는 순환형 생태계다.

"세상의 모든 의료를 쇼핑하다"라는 콘셉트 아래 탄생한 의료 오픈마켓은 대기업 임직원에게만 열려 있던 프리미엄 건강검진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도 개방했다. 60여 개 기관의 200여 가지 검진 상품을 모바일로 예약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향해 설계되었다. 한국의 우수 병원과 명의를 앞세워 태국·중국 환자를 대상으로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국가별 특화 플랫폼으로 아시아 전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박보현 대표의 리더십 특징

박보현 대표의 리더십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선제적 상상력'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분석하는 것보다 아직 오지 않은 시장을 먼저 그리는 사람이다. "미래는 상상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영 방식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그는 규제와 현실의 벽을 부정하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와 의료 마이데이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도,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 안에서 가능한 것들을 먼저 만들어나갔다. 환자 중심 의료 생태계를 위해 개인의 의료데이터 주권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은 정책 변화보다 앞서 플랫폼 설계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생태계적 사고다. 그는 메디우스를 단순한 앱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병원·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설계했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기여하고 보상받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CT·X-ray·혈액검사 기반 AI 분석 솔루션과의 제휴, 지자체 및 기업과의 협업 확장 계획도 이 생태계적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배울 수 있는 것들

박보현 대표의 여정이 다른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메시지는 이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준비하는 것이 곧 기회다." 의료라는 산업은 수십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변화가 느린 산업일수록,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때의 충격은 더 크다.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할 때 먼저 움직이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 우위다.

두 번째는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는 의료 산업의 여러 문제들 가운데 '정보 비대칭'이라는 근본 원인을 포착했다. 복잡한 문제를 풀려면 가장 아픈 지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이전에 사회적 사명이다. 사명이 명확한 사업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세 번째는 작게 시작하되 크게 설계하라는 것이다. 메디우스는 국내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발했지만, 처음부터 아시아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와 5년 후 서 있을 자리를 동시에 보는 시각, 그것이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의 차이를 만든다.

박보현 대표가 꿈꾸는 것은 5~10년 안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의료 플랫폼이다. 그 꿈이 실현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상상한 세계가 이미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2월 28일 금요일

100년 독점을 깨고 세계로 — 위너테크놀로지 한동빈 대표의 성장 비결

스웨덴 K사의 독점 시장을 뚫은 국산 세라믹 발열체 기업, 그 뒤에 숨은 철학과 리더십


스웨덴 한 기업이 약 100년 가까이 독점하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MoSi₂) 시장. 그 벽을 깬 것은 충남 작은 공장에서 15년의 적자를 버텨낸 한 한국 엔지니어였다. 위너테크놀로지 한동빈 대표의 이야기다.


가격, 속도 그리고 락인

위너테크놀로지는 1700℃·1800℃·1900℃ 등급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를 자체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특히 1900℃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치과용 임플란트 소결로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불순물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치아 변색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든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기술력만이 아니다. 위너테크의 성장에는 세 가지 전략적 강점이 있다.

첫째, 가격 경쟁력이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둘째, 압도적 납기다. 48시간 내 항공 배송과 24시간 고객 대응으로 글로벌 신뢰를 쌓았다. 셋째, 락인 구조다. 부품 호환성을 자사 제품 중심으로 설계해 리필 기반의 지속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연 매출은 85~90억 수준이며, 주문은 이미 2년치가 밀려 있다.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역수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인공뼈, 자동차·철강·화학 산업의 전기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초고온 발열체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직원 행복 → 고객 감동 → 회사 성장

연세대 세라믹공학을 시작으로 미국 클렘슨대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 학위를 받고 RIST 연구원을 거쳐 1997년 창업한 한 대표. 그의 경영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직원과 나눌수록 기업은 지속 성장합니다."

직원 행복 → 고객 감동 → 회사 성장. 이 선순환을 경영의 중심에 둔 철학이다. 말뿐이 아니다. 위너테크의 복지 제도는 국내 중소기업 기준으로 파격적이다. 직원과 자녀의 대학 학비를 지원하고, 생산직 포함 전 직원이 비즈니스석으로 해외 출장을 간다. 법인카드 무제한, 정년 없음, 매년 연봉 인상과 특별상여까지. 이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선순환 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국산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의 정신도 주목할 만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국산화를 해?"

15년의 적자를 버티며 불모지에서 길을 개척한 창업자의 책임감이 담긴 말이다. 손해를 감수하고도 무상 재제작을 진행하는 고객 대응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철학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을 만들었다.


회사의 크기와 사람의 크기는 다르다

한 대표는 현재 중소기업인과 청년 창업자를 위한 멘토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코칭 관련 자격증 9개를 취득하고 상담심리 대학원에 진학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회사가 작다고, 매출이 작다고 해서 사람의 그릇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다. "1조 매출 장사꾼보다 1억 매출 사업가가 돼라." 규모를 쫓기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가 정신을 먼저 내면화하라는 조언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다른 경영자들이 건져야 할 교훈은 네 가지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성장의 동반자로 보라. 나누면 함께 커진다. 기술은 믿음 위에서만 진짜 가치를 발휘한다. 신뢰를 먼저 쌓아라. 규모보다 지속 가능성이다. 매출이 작아도 사람의 그릇은 얼마든지 클 수 있다. 불모지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아니면 누가?"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길을 만든다.


2025년 2월 2일 일요일

속도보다 기본 — 파파존스가 22년간 지켜온 성장의 원칙

서창우 회장의 경영 철학을 통해 본 품질 우선주의와 상생의 기업 문화


느리지만 단단하게

파파존스가 한국에 처음 문을 연 것은 2003년이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금, 매장 수는 260여 개, 최근 5년간 매출 증가율은 77%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눈부신 성장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성장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경쟁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매장 수를 늘리는 동안, 파파존스 코리아는 속도보다 내실을 택했다.

성장의 첫 번째 동력은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고집이었다. 모든 재료를 최상급으로 사용하고, QCC(품질관리·물류센터)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브랜드의 근간을 단단히 다졌다. '미스터리 쇼퍼 제도'와 정기 위생 감사는 그 철학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장치였다.

두 번째 동력은 가맹점과의 신뢰였다. 공격적인 출점 대신 점주의 영업 권역을 확실히 보장하고, 2007년부터 운영해온 상생협의회를 통해 식자재 가격 인하와 로열티 감경을 꾸준히 실행해왔다. 그 결과 다점포율은 약 50%에 이른다. 한 번 파파존스 점주가 된 사람이 두 번, 세 번 가게를 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신뢰의 증거다.

세 번째 동력은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변화다. 2023년에 론칭한 치킨 브랜드 '마마치킨'은 케이준 후라이드와 버팔로 윙을 앞세워 2035년까지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자라는 단일 카테고리에 머물지 않고,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파고드는 신사업으로 미래 성장축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원칙이 곧 전략이다

서창우 회장의 경영 방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는 단기 매출보다 품질 중심 경영을 일관되게 고수해왔고, 그 결과가 지금의 파파존스 코리아를 만들었다.

그의 철학은 인터뷰 속 세 마디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성장 방식에 대한 신념이다. "속도에 치우치기보다는 내실을 꾀하면서 매장 숫자를 늘리고 싶다." 빠른 확장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그는 묵묵히 반대 방향을 걸어왔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 성장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믿음이 이 한 문장에 녹아 있다.

두 번째는 가맹점주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다. "가맹점주들이 만족해야만 한국파파존스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본사의 이익보다 점주의 만족을 앞세우는 이 철학은, 그가 직원과 가맹점주를 단순한 사업 파트너가 아닌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삶의 철학이자 봉사에 대한 정의다. "봉사는 우리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공간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 30년 넘게 로타리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 한 문장으로 나눔을 의무나 선택이 아닌 존재의 이유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히딩크 드림필드' 축구장 12곳 기증, 재생 펄프 피자박스와 전기 오토바이 도입, 아동·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등 ESG 활동 전반에 걸쳐 이 철학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도인가 방향인가

서창우 회장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경영자들에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속도를 좇고 있는가, 아니면 방향을 지키고 있는가.

프랜차이즈 업계는 오랫동안 출점 수와 매출 규모로 성공을 정의해왔다. 하지만 파파존스 코리아의 22년은 그 공식이 전부가 아님을 조용히 증명한다. 가맹점주 한 명 한 명의 신뢰를 쌓고, 소비자에게 한 번도 품질을 양보하지 않으며, 브랜드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것, 그것이 결국 숫자로도 돌아왔다.

빠른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단단한 것이 오래간다. 브랜드의 속도보다 브랜드의 깊이를 먼저 묻는 경영자, 그리고 구성원과 고객, 사회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리더. 서창우 회장이 22년간 보여준 것은 바로 그런 경영의 모습이었다.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먼저 달린 브랜드가 아니라 가장 꾸준히 원칙을 지킨 브랜드다.


2024년 8월 30일 금요일

치아를 깎지 않는다 - 미니쉬테크놀로지의 철학과 강정호 대표의 리더십

라미네이트가 당연했던 시대에, "왜 멀쩡한 치아를 깎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하나가 한 치과의사를 창업가로 이끌었다. 미니쉬테크놀로지는 그 질문의 20년짜리 답이다.


기술이 철학을 증명할 때, 시장이 따라온다

미니쉬의 성장은 마케팅이 아니라 기술에서 시작됐다. 기존 라미네이트나 크라운 시술은 자연치아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강정호 대표는 그 전제를 20년간 거부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0.1mm까지 얇게 제작되는 '미니쉬 블록'이다. 치아 삭제량을 90% 이상 줄이면서도 자연치아에 가까운 물성—탄성, 마모도, 투명도—을 구현하는 이 기술은 단순한 심미 치과를 넘어 치아 안티에이징 솔루션으로 재정의됐다.

창업은 2021년이었지만, 준비는 훨씬 오래전부터였다. 소재 개발부터 초정밀 가공 설비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마취 없이 당일 시술이 가능한 '원데이 시스템'을 완성했다. 15만 건 이상의 임상 케이스가 쌓이면서 신뢰가 실적으로 전환됐고,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성장의 두 번째 축은 확산 전략이다. 강정호 대표는 기술을 독점하는 대신 아카데미를 통해 국내외 치과의사들에게 공개했다. 미니쉬 멤버스 클리닉(MMC) 전국 확대, 아카데미 수료생 200명. 기술이 퍼질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브랜드가 강해지는 구조다. 일본 신주쿠 MMC 운영, 베트남 빈멕국제종합병원 협력, 미국 시애틀·뉴욕·LA 교육 예정까지—지식의 공유가 곧 글로벌 확장의 발판이 됐다.


세 가지 원칙, 하나의 방향

강정호 대표의 경영 철학은 창업가이기 이전에 의사로서의 윤리에서 출발한다. 그가 20년 넘게 지켜온 진료 원칙은 세 문장으로 압축된다.

"과잉진료하지 말자, 치아에 해 끼치지 말자, 안 아프게 치료하자."

단순해 보이지만, 이 세 문장은 치과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선언에 가깝다.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시술을 권하고, 건강한 치아를 삭제하고, 통증을 당연시하는 관행에 대한 조용하지만 단호한 반론이다. 미니쉬 기술은 이 철학을 기술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리더로서 그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을 쌓아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쟁사가 따라올 것을 알면서도 아카데미를 열고, 시술법을 공개하고, 해외 의사들을 교육했다. 기술의 확산이 결국 시장 자체를 키운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점보다 생태계를 선택한 셈이다.

그가 성공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남긴 말은 경영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목소리였다.

"돈이 행복을 채워주지는 않아요. 결국은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행복이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묵직하게 울리는 문장이다. 그가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버리고 창업의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든 이유,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나눈 이유, 그리고 지금도 현장에 있는 이유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무엇을 팔 것인가 보다 왜 파는가 물었다

강정호 대표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그가 특별한 자본이나 배경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는 이미 안정적인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안정 속에서도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첫째, 문제를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 결국 시장을 만든다. 미니쉬는 하루아침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20년간 치과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불합리함이 기술이 됐다. 창업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자신이 매일 마주치는 문제에 집요하게 답하는 사람이 더 강한 제품을 만든다.

둘째, 철학이 있는 기업은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미니쉬는 싸지 않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내 치아를 지킨다"는 가치가 가격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왜 파는가가 분명한 브랜드는 다른 차원에서 경쟁한다.

셋째, 기술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해자(moat)가 된다. 아카데미를 통해 경쟁자를 양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니쉬 프로토콜을 표준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플랫폼이 된 기업은 단순한 제품 회사보다 훨씬 단단하다.

마지막으로, 그의 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 치아를 뽑지 않고 평생 쓸 수 있도록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이 문장에는 끝이 없다. 치아 교정 대체, 크라운 대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인하, 글로벌 보급—아직 완성되지 않은 챕터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미니쉬테크놀로지를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이유다.


치과업계의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쓰는 사람. 강정호 대표의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


2024년 6월 26일 수요일

박주봉 대주 회장 - 품질로 정면 승부한 자수성가형 CEO

가난에서 시작된 '직진 인생'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구두닦이와 이발소 허드렛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그는 남들보다 훨씬 좁은 출발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쌓아올린 성공의 기반은 화려한 학벌도, 든든한 배경도 아니었다. 근면, 절약,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투지였다. 40년이 넘는 제조업 경력은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라, 한 번도 본질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의 성장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챕터는 단연 KC(한국종합화학공업) 인수다. 당시 KC는 누구도 선뜻 손대지 않으려 했던 부실 공기업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달랐다. 기술과 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수산화알루미늄 등 기초 정밀화학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수입대체 효과만 1,000억 원 이상. 2004년에는 3천만불 수출탑과 금탑산업훈장을 품에 안았다. 공기업 민영화의 '교과서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다.

성공의 비결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결국 이것이다. 정면 돌파. 위기를 우회하지 않고, 품질로 정면에서 맞선 것.


세 가지 명언으로 읽는 박주봉

"리더가 구성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박 회장이 가장 자주, 가장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이 문장이다. 리더십에 대한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지극히 현장적이고 실천적인 기준이다. 구성원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움직이는 것. 40년 제조업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리더십의 본질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 말은 원래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고 정주영 회장의 어록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를 단순히 인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삶 전체가 이 문장의 증거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가난, 부실기업 인수, 제조업의 크고 작은 위기들. 그 어느 순간에도 그는 그것을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기업인들이야말로 애국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자부심의 표현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연결하는 그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2030년까지 글로벌 No.1 제품 3개 이상을 목표로, 인천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는다. 이것은 개인의 야망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향한 책임감의 표현이다.


일관된 철학과 실천의 축적

박주봉 회장의 이야기는 여러 층위에서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위기론'에 흔들리지 말 것. 제조업 위기, 고금리, 규제 강화…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박 회장은 그 속에서도 품질로 정면 승부하는 것이 기업의 정도(正道)라고 말한다. 환경 탓을 하기 전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부터 극한까지 올리는 것.

둘째, 규제와 소극적 행정에 목소리를 낼 것. 그는 기업 옴부즈만 활동을 통해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막는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일을 해야 실수도 성과도 나온다"는 그의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과 행정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다. 침묵하는 대신, 목소리 있게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다.

셋째, 사람에 투자할 것.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그의 신념은 구호가 아니다. 지역 인재 채용, 장년층 채용 등 상생형 고용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자산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 이것이 40년 제조업을 버티게 한 힘 중 하나다.

넷째, ESG를 '의무'가 아니라 '기본'으로 받아들일 것. 박 회장은 ESG를 기업 지속가능성의 기본 원칙이라고 규정한다.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인식 위에서, 친환경·사회공헌·투명한 지배구조는 선택이 아니라 자격 요건이 된다. 그는 직접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에 참여하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구두닦이 소년이 인천 경제를 이끄는 회장이 되기까지. 박주봉 회장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전략이나 운이 아니라, 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말보다 긴 시간이 증명한 삶. 그 자체가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가장 정직한 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