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브라질 강제노동 사태: 공급망 인권 경영, 이제는 생존의 문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중 하나인 중국의 BYD(비야디)가 브라질에서 전례 없는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 브라질 노동고용부가 운영하는 이른바 '더티 리스트(Dirty List)'에 BYD 브라질 법인이 공식 등재된 것이다. 단순한 벌금이나 경고장 수준의 행정 처분이 아니다. 국영 은행 대출 전면 차단, 민간 금융권의 거래 기피, 공공 입찰 자격 박탈이라는 삼중의 금융 제재가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을 넘어, 기업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강제노동"이라는 딱지, 어떻게 붙었나
BYD의 브라질 법인에 제기된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과도한 노동 시간이다. 태양광 패널 및 전기차 부품 생산 시설에서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안전 규정의 조직적 위반이다. 작업 현장의 기본적인 안전 장비와 환경이 국제 기준에 크게 미달했다는 점이 현장 조사에서 드러났다. 셋째, 그리고 가장 심각한 혐의는 강제노동에 준하는 고용 형태다.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직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 속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 브라질 당국의 판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제노동'이라는 개념의 범위다. 흔히 강제노동이라 하면 물리적 감금이나 폭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국제노동기구(ILO)와 각국의 노동법은 훨씬 넓은 의미로 이를 정의한다. 채무 구속, 과도한 위약금 조항, 여권이나 신분증 압수, 그리고 현실적으로 퇴직이 불가능한 경제적 압박 구조 역시 강제노동의 범주에 포함된다. BYD의 브라질 협력 공장에서 포착된 것은 바로 이 회색지대의 관행들이었다.
문제는 BYD 본사가 이 시설들을 직접 운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패삼아 왔다는 데 있다. 생산의 일부를 현지 협력업체에 위탁했고, 그 협력업체의 노동 관행은 자신들의 책임 범위 밖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브라질 당국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공급망의 최상단에 위치한 원청 기업이 하청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해 실질적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브라질 노동법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BYD는 왜 이 신호를 무시했나
돌이켜보면, 경고 신호는 여러 차례 있었다. 브라질 노동 감독관들이 해당 시설을 방문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현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수개월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BYD의 대응은 늦었고, 소극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자리한다. 우선, 속도에 대한 집착이다. BYD는 포드가 철수한 바이아주 카마사리 공장을 인수해 남미 최대의 전기차 생산 기지로 전환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장 가동 일정과 생산 목표를 맞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협력업체의 노동 환경에 대한 실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다음으로는 본사와 현지 법인 사이의 거버넌스 공백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본사의 ESG 정책이 현지 공급망 말단까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미비했다. 선언은 있었으나 집행이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신흥 시장에 대한 과소평가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신흥국 시장에서의 노동 규제를 선진국에 비해 덜 엄격하게 취급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브라질이 룰라 행정부 출범 이후 ESG 기준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는 변화의 흐름을 BYD가 충분히 읽지 못했거나, 읽었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더티 리스트 등재와 금융 제재라는 값비싼 청구서로 돌아왔다.
한국 기업들은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가
BYD의 사례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브라질,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들이 공급망 인권 실사를 법제화하는 흐름 속에서, 해외 생산 거점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 역시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철강, 의류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고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공급망의 하단에는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노동 인권 취약 지역의 협력업체들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이 한국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조준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현실이 된 리스크다. 신장산 원자재가 공급망 어딘가에 섞여 들어왔다는 의혹만으로도 미국 세관은 화물 통관을 거부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역시 한국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U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EU 기업과 거래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자사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지게 된다. 종이 위의 윤리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공급망을 추적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시정하는 행동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 보고서 발간과 공급망 행동규범 제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급망 말단의 실제 노동 현장까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1차 협력업체 관리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더라도, 2차·3차로 내려갈수록 실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실상이다.
BYD가 브라질에서 당한 것은 결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공급망 인권 경영을 형식적 컴플라이언스가 아닌 실질적 경영 전략으로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위기다. 금융 제재, 시장 퇴출, 브랜드 붕괴라는 결말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씨앗은 오래전부터 공급망 어딘가에 뿌려져 있었다.
이제 공급망 인권 경영은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덕목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었다. BYD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 당장 자사 공급망의 어느 고리가 취약한지를 들여다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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