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들이 리스크를 만든다
—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으로 읽는 리스크 관리의 본질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려 애쓴다. 금리는 언제 내릴까, AI는 어떤 산업을 무너뜨릴까, 다음 위기는 어디서 시작될까. 그런데 《돈의 심리학》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모건 하우절은 신작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은 계속 바뀌지만, 인간의 본성과 행동 패턴은 수천 년 동안 놀랍도록 일정하게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불변의 패턴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장 큰 리스크의 원천이 된다. 하우절은 이 책에서 23가지 이야기를 통해 그 패턴들을 하나씩 해부한다.
■ 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온다
하우절이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통찰은 간결하지만 불편하다. 진짜 위험은 항상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2020년 팬데믹을 모델링한 기관도 실제 규모와 파급력을 맞추지 못했다. 하우절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리스크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위험이 아니라, 아무도 논의하지 않는 위험에서 온다고.
이것이 리스크 관리의 첫 번째 역설이다. 우리가 준비하는 위험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진짜 충격은 우리의 상상 밖에서 온다. 그렇다면 리스크 관리란 결국 무엇인가. 특정 위기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충격이 와도 버틸 수 있는 구조적 여유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다. 하우절이 "룸(room)"이라고 부르는 이 여유가, 예측 모델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막이 된다.
■ 과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위험한 불변의 법칙
인간의 과신(overconfidence)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가장 위험한 특성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판단을 지나치게 신뢰하며, 기업들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비용과 완료 시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이 패턴은 고대 로마에서도, 17세기 튤립 버블에서도, 2021년 밈 주식 열풍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이 통찰은 매우 실용적인 함의를 가진다. 우리가 가장 확신하는 순간이 종종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포트폴리오를 지나치게 한 자산에 집중시키거나,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을 때가 바로 과신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하우절은 이를 단순한 심리적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며, 따라서 언제나 반복될 수밖에 없는 불변의 패턴이다.
■ 23가지 통찰이 수렴하는 하나의 진리
하우절이 책에서 펼쳐내는 23가지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에 반응하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에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패턴들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통찰은 리스크 관리와 특히 깊이 맞닿아 있다.
첫째, 꼬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역사적 수익률의 대부분은 극소수의 매우 드문 사건에서 온다. 아마존의 성공, 애플의 아이폰, 2009년 이후의 장기 강세장—이 "꼬리 사건"들이 평균을 만든다. 리스크 관리는 이 꼬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올 때까지 게임에 남아 있는 것이다.
둘째, 과거는 미래의 안내서가 아니다. 인간은 경험에서 배우지만, 경험은 항상 과거의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위험은 과거 데이터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백테스팅이 완벽해도 미래는 다르게 펼쳐진다. 이것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역사만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행복의 기준선은 항상 올라간다. 기대치는 결과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이는 개인의 심리뿐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적이 좋아도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이 된다. 리스크는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시장의 공황은 종종 나쁜 결과가 아니라 기대했던 것보다 나쁜 결과에서 시작된다.
넷째, 이야기의 힘은 숫자보다 강하다. 시장은 데이터가 아니라 내러티브에 의해 움직인다. 같은 경제 지표도 어떤 이야기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퍼질 때 군중이 형성되고, 군중이 형성될 때 리스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인다. 버블은 항상 좋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다섯째, 인센티브가 사고를 왜곡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센티브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부동산 중개인은 항상 "지금이 살 때"라고 말하고,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전략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리스크를 평가할 때, 조언자의 인센티브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여섯째, 복리는 직관에 반한다. 인간의 뇌는 지수적 성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장기 투자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이고, 작은 비용이나 수수료가 장기적으로 막대한 리스크가 되는 이유다. 복리는 자산에도, 부채에도, 실수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 살아남을 여유를 확보하라
하우절의 통찰들을 리스크 관리에 연결했을 때 도달하는 결론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불확실성은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만들 수는 있다.
그는 이를 "충분한 여유(enough room to err)"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측이 틀렸을 때도, 타이밍이 어긋났을 때도, 생각지 못한 충격이 왔을 때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재정적, 심리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현금을 많이 보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레버리지를 줄이고, 단기적인 손실을 강요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며, 자신의 심리적 한계를 솔직하게 인식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시장이 급락할 때 패닉에 빠져 팔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계획이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니다. 팔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 놓은 사람이다. 이것이 하우절이 말하는 "이 게임은 살아남는 자들의 것"이라는 문장의 진짜 의미다.
■ 변하지 않는 것에 투자하라
하우절이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는 에너지를 줄이고, 변하지 않는 것들—인간의 탐욕과 공포, 과신의 패턴, 이야기에 반응하는 본능, 기대치의 끊임없는 상승—을 깊이 이해하는 데 투자하라.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리스크 관리는 어떤 예측 모델보다 강력하다.
결국 좋은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의 차이는 미래를 더 잘 예측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행동 패턴과 포트폴리오 구조를 설계했느냐에 달려 있다.
《불변의 법칙》은 바로 그 설계를 위한 지도다. 그리고 그 지도가 안내하는 목적지는 화려한 수익률이 아니라, 어떤 폭풍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자리—게임에서 퇴장당하지 않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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