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서 시작된 '직진 인생'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구두닦이와 이발소 허드렛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그는 남들보다 훨씬 좁은 출발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쌓아올린 성공의 기반은 화려한 학벌도, 든든한 배경도 아니었다. 근면, 절약,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투지였다. 40년이 넘는 제조업 경력은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라, 한 번도 본질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의 성장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챕터는 단연 KC(한국종합화학공업) 인수다. 당시 KC는 누구도 선뜻 손대지 않으려 했던 부실 공기업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달랐다. 기술과 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수산화알루미늄 등 기초 정밀화학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수입대체 효과만 1,000억 원 이상. 2004년에는 3천만불 수출탑과 금탑산업훈장을 품에 안았다. 공기업 민영화의 '교과서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다.
성공의 비결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결국 이것이다. 정면 돌파. 위기를 우회하지 않고, 품질로 정면에서 맞선 것.
세 가지 명언으로 읽는 박주봉
"리더가 구성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박 회장이 가장 자주, 가장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이 문장이다. 리더십에 대한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지극히 현장적이고 실천적인 기준이다. 구성원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움직이는 것. 40년 제조업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리더십의 본질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 말은 원래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고 정주영 회장의 어록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를 단순히 인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삶 전체가 이 문장의 증거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가난, 부실기업 인수, 제조업의 크고 작은 위기들. 그 어느 순간에도 그는 그것을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기업인들이야말로 애국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자부심의 표현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연결하는 그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2030년까지 글로벌 No.1 제품 3개 이상을 목표로, 인천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는다. 이것은 개인의 야망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향한 책임감의 표현이다.
일관된 철학과 실천의 축적
박주봉 회장의 이야기는 여러 층위에서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위기론'에 흔들리지 말 것. 제조업 위기, 고금리, 규제 강화…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박 회장은 그 속에서도 품질로 정면 승부하는 것이 기업의 정도(正道)라고 말한다. 환경 탓을 하기 전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부터 극한까지 올리는 것.
둘째, 규제와 소극적 행정에 목소리를 낼 것. 그는 기업 옴부즈만 활동을 통해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막는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일을 해야 실수도 성과도 나온다"는 그의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과 행정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다. 침묵하는 대신, 목소리 있게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다.
셋째, 사람에 투자할 것.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그의 신념은 구호가 아니다. 지역 인재 채용, 장년층 채용 등 상생형 고용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자산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 이것이 40년 제조업을 버티게 한 힘 중 하나다.
넷째, ESG를 '의무'가 아니라 '기본'으로 받아들일 것. 박 회장은 ESG를 기업 지속가능성의 기본 원칙이라고 규정한다.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인식 위에서, 친환경·사회공헌·투명한 지배구조는 선택이 아니라 자격 요건이 된다. 그는 직접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에 참여하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구두닦이 소년이 인천 경제를 이끄는 회장이 되기까지. 박주봉 회장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전략이나 운이 아니라, 일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말보다 긴 시간이 증명한 삶. 그 자체가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가장 정직한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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