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5일 일요일

부활절, 리스크 관리자의 고백 — 신앙인으로서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것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할 수 없다 — 부활절은 그 무력함을 은총으로 바꾸는 날이다..


수십 년간 기업의 리스크를 분석하고, 불확실성을 수치화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 손실 가능성을 계량하고, 보험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조직이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나의 직업적 소명이었다. 그런데 매년 부활절이 되면, 나는 그 모든 분석의 도구를 내려놓고 전혀 다른 질문 앞에 선다. "나 자신의 내면은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이 글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오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간과 조직의 위기를 목격해온 전문가로서, 부활절 앞에 마음을 새롭게 하는 나의 개인적 성찰이다.

  1.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리스크 관리의 본질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하나의 진실이 분명해진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치밀하게 설계한 보험 프로그램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빈틈을 드러낸다. 나는 그 빈틈을 수없이 목격했다.

부활절은 내게 이것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것 — 죽음과 부활 — 을 하느님은 이미 당신의 손 안에 두셨다는 사실을. 리스크 관리자로서의 나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의 나는 그 불확실성 너머에 섭리가 있음을 믿도록 초대받는다. 부활절마다 나는 이 두 자아 사이의 긴장을 직면하고, 그 긴장 안에서 비로소 진짜 내려놓음을 배운다.

  1. 완고함이라는 내면의 리스크

오랜 직업적 경험은 판단력을 키우지만, 동시에 완고함이라는 내면의 리스크를 키우기도 한다. 수많은 케이스를 다뤄온 전문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으로 굳어간다. 가정에서도, 신앙 공동체에서도, 그 굳음은 관계의 벽이 된다.

부활절 고해성사는 내게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쌓아온 전문적 자만심, 오래된 원망,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내면의 경직성을 하나씩 꺼내 놓는 시간이다. 무덤의 돌이 굴려지려면 먼저 그 돌이 내 안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활절은 그 인정을 요청하는 계절이다.

  1. 남은 소명 — 전문성을 넘어선 섬김으로

리스크 관리와 기업 보험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분명 가치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부활절이 되면 나는 묻는다. "이 전문성이 나의 영광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한 섬김의 도구인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먼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셨다. 권위나 지식을 내세우지 않으셨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내 남은 전문적 여정이 어떤 태도로 걸어가야 하는지를 본다. 더 많은 계약, 더 높은 성과가 아니라 —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내가 자문하는 기업들에게,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게 진심으로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올 부활절 내가 새롭게 다짐하는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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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4일 토요일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 차미선 대표가 걷는 재생의료의 길

"좋은 기술이 왜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 이 물음 하나가 한 연구자를 창업가로 바꾸었다. 메디팹 차미선 대표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과학과 시장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온 퍼스트무버의 사유다.


1. 연구자의 눈으로 시장을 본다는 것

부산대와 서울대에서 연구자로 살아온 차미선 대표에게 창업은 어쩌면 낯선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험실 안에서 해답을 찾는 대신, 기술이 세상과 만나는 접점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 출발점은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좋은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라는 깊은 문제의식이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키토산과 탈세포기질(dECM)이라는 두 가지 소재였다. 수용성 키토산 플랫폼 키토젠(Chitogen™), 탈세포기질 기반 리젠트릭스(Regentrix™), 두 기술을 결합한 키토제닉스(Chitogenix™)—이 세 가지 핵심 기술 위에 그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재생 플랫폼'이라는 개념 자체를 설계했다.

"실행이 전략을 이긴다. 시장이 곧 실험실이다." — 차미선, 메디팹 대표

이 원칙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었다. 스킨케어 브랜드 레스노베(Lesnove)로 시장에 먼저 진입하고, 두피 재생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하며 탈모 시장으로 확장하고, 이제 서울대병원과 함께 골관절염 치료제 국가 과제를 진행하는 —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일관된 플랫폼 전략의 실행이었다.

성장 4단계

  • 1단계: 부산대·서울대 연구 기반, 기술의 산업화 문제의식으로 메디팹 설립
  • 2단계: 키토젠·리젠트릭스·키토제닉스 플랫폼 완성, LTG 기술로 시술 편의성 확대
  • 3단계: 스킨케어→탈모→관절재생까지 플랫폼 확장, 2024년 매출 100억 달성
  • 4단계: 누적 290억 투자 유치(시리즈B 238억 포함), 2027~2028 코스닥 상장 목표

핵심 수치

  • 누적 투자 유치 290억 (시리즈B 238억 포함)
  • 2026년 매출 목표 300억 (2024년 100억 대비 3배 성장)
  • 코스닥 상장 목표 2027~2028년 (임상·인허가 기반 검증 우선)

2. 차미선 대표 리더십의 세 가지 얼굴

차미선 대표의 리더십은 '연구자 출신 CEO'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요약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특별함은 연구자의 엄밀함과 창업가의 실행력이 공존한다는 점에 있다.

① 기술-제품-매출-재투자 구조를 직접 설계한다

외부 전략가에게 맡기지 않는다. 핵심 기술에서 시장 진입 전략, 매출 구조, 재투자 사이클까지 — 연구자 출신답게 전체 시스템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계한다. 이것이 메디팹이 단일 제품 기업이 아닌 '재생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②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리더

연구개발 중심에서 시장 중심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 — 이것은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차 대표는 "시장이 곧 실험실"이라는 원칙을 내부 문화로 정착시키며, 속도보다 검증을 우선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한다. 상장도 빠른 출구보다 임상·인허가 기반 신뢰 확보를 먼저 선택한 것이 그 증거다.

③ 노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재정의한다

경쟁사가 '외형 개선'을 말할 때, 차 대표는 '인체의 재생 능력 활성화'를 말한다. 미용에서 재생으로, 재생에서 치료제로 — 이 방향성 자체가 이미 시장을 창출하는 리더십이다. "100년 가는 글로벌 재생의료·항노화 기업"이라는 비전은 허황된 구호가 아니라 플랫폼 전략의 논리적 귀결이다.


3. 다른 경영자들에게 주는 세 가지 메시지

차미선 대표의 여정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재생의료'라는 업종에 한정되지 않는다. 업종을 초월해 적용 가능한 경영 사유가 그 안에 있다.

A. 문제의식이 곧 비즈니스 모델이다

"좋은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순수한 문제의식이 창업의 씨앗이 되었다. 많은 경영자가 시장 기회를 찾으려 하지만, 차 대표는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먼저 보았다. 불편함과 모순이 보이는 곳에 진짜 기회가 있다.

B. 플랫폼을 팔아라, 제품을 팔지 마라

메디팹의 경쟁력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키토젠·리젠트릭스라는 재생 플랫폼에서 나온다. 스킨케어, 탈모, 관절 재생 — 세 개의 다른 시장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제품을 팔면 시장이 하나지만, 플랫폼을 구축하면 시장이 확장된다.

C. 속도보다 검증, 검증 위에 속도

상장을 서두르지 않고 임상과 인허가로 신뢰 기반을 먼저 쌓는 판단 — 이것이 단기 지표에 쫓기는 경영과 100년 기업을 지향하는 경영의 차이다. 그러나 검증이 완료된 영역에서는 빠르게 확장한다. 균형 감각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마치며

차미선 대표는 재생의료라는 새로운 언어를 시장에 가르치고 있다. 연구실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290억의 투자로, 세 개의 시장 진입으로, 그리고 글로벌 항노화 기업이라는 비전으로 구체화되는 과정 — 그것은 단순한 창업 성공담이 아니라, 지식과 실행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온 한 사람의 깊은 사유다.

퍼스트무버는 가장 빠른 사람이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먼저 상상하는 사람이다.


2026년 4월 3일 금요일

Fastenal Company의 안전 우수성을 향한 여정: 준수를 넘어 문화로

안전 문화는 사고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스스로 바꾸는 결단이 만든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가장 흔히 반복되는 실수는 '사고가 나야 바뀐다'는 사후 대응 논리에 갇히는 것이다. 미국 산업용 부품 유통 기업 Fastenal Company는 이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중대 사고가 없었음에도 2013년 스스로 안전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며 규제 준수(Compliance) 중심에서 직원 보호 중심의 문화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 자발적 혁신의 여정은 2021년 미국 산업안전 전문 매체 EHS Today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America's Safest Companies)' 중 하나로 공식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본 글은 Fastenal의 안전 프로그램 구조와 수상 의미를 분석하고, 한국 건설업이 참고해야 할 실무적 함의를 도출한다.


1. 프로그램의 구조: Big 4 Journey와 국제 표준의 결합

Fastenal 안전 혁신의 핵심은 위험의 우선순위화다. Safety Leadership Conference(SLC) 참여를 계기로 자체 사고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 중대 부상의 대부분이 네 가지 작업 유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른바 'Big 4'로 명명된 이 항목은 락아웃/태그아웃(에너지 차단), 고소 작업, 동력 산업용 트럭 운용, 트레일러 고정이다.

2018년 시작된 'Big 4 Journey' 프로그램은 이 네 영역에 자원과 교육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중대 부상 건수, 고중증 보험 청구, 규제 위반 사건이 모두 감소했다. 이후 Fastenal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과 ISO 45001(산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기반으로 내부 EHS(Environment, Health & Safety)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개별 프로그램의 성공을 국제 표준 프레임워크로 제도화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2. 수상의 의미: EHS Today 'America's Safest Companies'

EHS Today의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 인증은 단순한 사고율 통계가 아닌, 안전 문화의 성숙도를 종합 평가하는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Fastenal이 2021년 이 인증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출발점이 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중대 사고나 규제 제재 이후 안전 투자를 확대하는 반면, Fastenal은 사전적·자발적 전환을 선택했다. 이는 안전을 비용이 아닌 경영 전략으로 내재화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수상이 종착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Fastenal은 2025년 Safety Leadership Conference에서 지금까지의 여정과 향후 안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외부 인정 이후에도 개선을 지속하는 이 태도 자체가 안전 문화의 본질을 보여준다.


3. 한국 건설업에 대한 함의

한국 건설업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최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이후 안전 투자가 늘었으나, 상당수 기업이 법적 리스크 회피 차원의 대응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Fastenal의 사례는 이 지점에서 세 가지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위험의 선택과 집중이다. Fastenal이 수천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Big 4'를 도출했듯, 한국 건설 현장도 기업별·현장별 사고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핵심 위험 유형을 규명하고 자원을 집중 배분해야 한다. 추락, 끼임, 충돌 등 반복 유형에 대한 선제적 집중 관리가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국제 표준의 내재화다. ISO 45001 인증 취득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프레임워크를 현장 운영 시스템과 연계해 실질적 관리 도구로 작동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는 문화 전환의 자발성이다. 규제 대응형 안전 투자는 규제가 바뀌면 흔들린다. Fastenal이 보여준 것처럼, 경영진이 사고 발생 이전에 스스로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을 선언하는 자발적 리더십이 안전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참고 자료

본 글은 EHS Today 및 Safety Leadership Conference(SLC)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Fastenal Company의 공식 ESG·EHS 보고 내용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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