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8일 금요일

100년 독점을 깨고 세계로 — 위너테크놀로지 한동빈 대표의 성장 비결

스웨덴 K사의 독점 시장을 뚫은 국산 세라믹 발열체 기업, 그 뒤에 숨은 철학과 리더십


스웨덴 한 기업이 약 100년 가까이 독점하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MoSi₂) 시장. 그 벽을 깬 것은 충남 작은 공장에서 15년의 적자를 버텨낸 한 한국 엔지니어였다. 위너테크놀로지 한동빈 대표의 이야기다.


가격, 속도 그리고 락인

위너테크놀로지는 1700℃·1800℃·1900℃ 등급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를 자체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특히 1900℃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치과용 임플란트 소결로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불순물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치아 변색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든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기술력만이 아니다. 위너테크의 성장에는 세 가지 전략적 강점이 있다.

첫째, 가격 경쟁력이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둘째, 압도적 납기다. 48시간 내 항공 배송과 24시간 고객 대응으로 글로벌 신뢰를 쌓았다. 셋째, 락인 구조다. 부품 호환성을 자사 제품 중심으로 설계해 리필 기반의 지속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연 매출은 85~90억 수준이며, 주문은 이미 2년치가 밀려 있다.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역수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인공뼈, 자동차·철강·화학 산업의 전기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초고온 발열체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직원 행복 → 고객 감동 → 회사 성장

연세대 세라믹공학을 시작으로 미국 클렘슨대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 학위를 받고 RIST 연구원을 거쳐 1997년 창업한 한 대표. 그의 경영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직원과 나눌수록 기업은 지속 성장합니다."

직원 행복 → 고객 감동 → 회사 성장. 이 선순환을 경영의 중심에 둔 철학이다. 말뿐이 아니다. 위너테크의 복지 제도는 국내 중소기업 기준으로 파격적이다. 직원과 자녀의 대학 학비를 지원하고, 생산직 포함 전 직원이 비즈니스석으로 해외 출장을 간다. 법인카드 무제한, 정년 없음, 매년 연봉 인상과 특별상여까지. 이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선순환 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국산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의 정신도 주목할 만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국산화를 해?"

15년의 적자를 버티며 불모지에서 길을 개척한 창업자의 책임감이 담긴 말이다. 손해를 감수하고도 무상 재제작을 진행하는 고객 대응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철학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을 만들었다.


회사의 크기와 사람의 크기는 다르다

한 대표는 현재 중소기업인과 청년 창업자를 위한 멘토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코칭 관련 자격증 9개를 취득하고 상담심리 대학원에 진학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회사가 작다고, 매출이 작다고 해서 사람의 그릇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다. "1조 매출 장사꾼보다 1억 매출 사업가가 돼라." 규모를 쫓기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가 정신을 먼저 내면화하라는 조언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다른 경영자들이 건져야 할 교훈은 네 가지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성장의 동반자로 보라. 나누면 함께 커진다. 기술은 믿음 위에서만 진짜 가치를 발휘한다. 신뢰를 먼저 쌓아라. 규모보다 지속 가능성이다. 매출이 작아도 사람의 그릇은 얼마든지 클 수 있다. 불모지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아니면 누가?"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길을 만든다.


2025년 2월 2일 일요일

속도보다 기본 — 파파존스가 22년간 지켜온 성장의 원칙

서창우 회장의 경영 철학을 통해 본 품질 우선주의와 상생의 기업 문화


느리지만 단단하게

파파존스가 한국에 처음 문을 연 것은 2003년이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금, 매장 수는 260여 개, 최근 5년간 매출 증가율은 77%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눈부신 성장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성장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경쟁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매장 수를 늘리는 동안, 파파존스 코리아는 속도보다 내실을 택했다.

성장의 첫 번째 동력은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고집이었다. 모든 재료를 최상급으로 사용하고, QCC(품질관리·물류센터)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브랜드의 근간을 단단히 다졌다. '미스터리 쇼퍼 제도'와 정기 위생 감사는 그 철학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장치였다.

두 번째 동력은 가맹점과의 신뢰였다. 공격적인 출점 대신 점주의 영업 권역을 확실히 보장하고, 2007년부터 운영해온 상생협의회를 통해 식자재 가격 인하와 로열티 감경을 꾸준히 실행해왔다. 그 결과 다점포율은 약 50%에 이른다. 한 번 파파존스 점주가 된 사람이 두 번, 세 번 가게를 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신뢰의 증거다.

세 번째 동력은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변화다. 2023년에 론칭한 치킨 브랜드 '마마치킨'은 케이준 후라이드와 버팔로 윙을 앞세워 2035년까지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자라는 단일 카테고리에 머물지 않고,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파고드는 신사업으로 미래 성장축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원칙이 곧 전략이다

서창우 회장의 경영 방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는 단기 매출보다 품질 중심 경영을 일관되게 고수해왔고, 그 결과가 지금의 파파존스 코리아를 만들었다.

그의 철학은 인터뷰 속 세 마디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성장 방식에 대한 신념이다. "속도에 치우치기보다는 내실을 꾀하면서 매장 숫자를 늘리고 싶다." 빠른 확장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그는 묵묵히 반대 방향을 걸어왔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 성장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믿음이 이 한 문장에 녹아 있다.

두 번째는 가맹점주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다. "가맹점주들이 만족해야만 한국파파존스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본사의 이익보다 점주의 만족을 앞세우는 이 철학은, 그가 직원과 가맹점주를 단순한 사업 파트너가 아닌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삶의 철학이자 봉사에 대한 정의다. "봉사는 우리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공간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 30년 넘게 로타리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 한 문장으로 나눔을 의무나 선택이 아닌 존재의 이유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히딩크 드림필드' 축구장 12곳 기증, 재생 펄프 피자박스와 전기 오토바이 도입, 아동·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등 ESG 활동 전반에 걸쳐 이 철학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도인가 방향인가

서창우 회장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경영자들에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속도를 좇고 있는가, 아니면 방향을 지키고 있는가.

프랜차이즈 업계는 오랫동안 출점 수와 매출 규모로 성공을 정의해왔다. 하지만 파파존스 코리아의 22년은 그 공식이 전부가 아님을 조용히 증명한다. 가맹점주 한 명 한 명의 신뢰를 쌓고, 소비자에게 한 번도 품질을 양보하지 않으며, 브랜드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것, 그것이 결국 숫자로도 돌아왔다.

빠른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단단한 것이 오래간다. 브랜드의 속도보다 브랜드의 깊이를 먼저 묻는 경영자, 그리고 구성원과 고객, 사회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리더. 서창우 회장이 22년간 보여준 것은 바로 그런 경영의 모습이었다.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먼저 달린 브랜드가 아니라 가장 꾸준히 원칙을 지킨 브랜드다.


2024년 8월 30일 금요일

치아를 깎지 않는다 - 미니쉬테크놀로지의 철학과 강정호 대표의 리더십

라미네이트가 당연했던 시대에, "왜 멀쩡한 치아를 깎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하나가 한 치과의사를 창업가로 이끌었다. 미니쉬테크놀로지는 그 질문의 20년짜리 답이다.


기술이 철학을 증명할 때, 시장이 따라온다

미니쉬의 성장은 마케팅이 아니라 기술에서 시작됐다. 기존 라미네이트나 크라운 시술은 자연치아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강정호 대표는 그 전제를 20년간 거부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0.1mm까지 얇게 제작되는 '미니쉬 블록'이다. 치아 삭제량을 90% 이상 줄이면서도 자연치아에 가까운 물성—탄성, 마모도, 투명도—을 구현하는 이 기술은 단순한 심미 치과를 넘어 치아 안티에이징 솔루션으로 재정의됐다.

창업은 2021년이었지만, 준비는 훨씬 오래전부터였다. 소재 개발부터 초정밀 가공 설비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마취 없이 당일 시술이 가능한 '원데이 시스템'을 완성했다. 15만 건 이상의 임상 케이스가 쌓이면서 신뢰가 실적으로 전환됐고,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성장의 두 번째 축은 확산 전략이다. 강정호 대표는 기술을 독점하는 대신 아카데미를 통해 국내외 치과의사들에게 공개했다. 미니쉬 멤버스 클리닉(MMC) 전국 확대, 아카데미 수료생 200명. 기술이 퍼질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브랜드가 강해지는 구조다. 일본 신주쿠 MMC 운영, 베트남 빈멕국제종합병원 협력, 미국 시애틀·뉴욕·LA 교육 예정까지—지식의 공유가 곧 글로벌 확장의 발판이 됐다.


세 가지 원칙, 하나의 방향

강정호 대표의 경영 철학은 창업가이기 이전에 의사로서의 윤리에서 출발한다. 그가 20년 넘게 지켜온 진료 원칙은 세 문장으로 압축된다.

"과잉진료하지 말자, 치아에 해 끼치지 말자, 안 아프게 치료하자."

단순해 보이지만, 이 세 문장은 치과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선언에 가깝다.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시술을 권하고, 건강한 치아를 삭제하고, 통증을 당연시하는 관행에 대한 조용하지만 단호한 반론이다. 미니쉬 기술은 이 철학을 기술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리더로서 그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을 쌓아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쟁사가 따라올 것을 알면서도 아카데미를 열고, 시술법을 공개하고, 해외 의사들을 교육했다. 기술의 확산이 결국 시장 자체를 키운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점보다 생태계를 선택한 셈이다.

그가 성공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남긴 말은 경영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목소리였다.

"돈이 행복을 채워주지는 않아요. 결국은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행복이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묵직하게 울리는 문장이다. 그가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버리고 창업의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든 이유,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나눈 이유, 그리고 지금도 현장에 있는 이유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무엇을 팔 것인가 보다 왜 파는가 물었다

강정호 대표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그가 특별한 자본이나 배경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는 이미 안정적인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안정 속에서도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첫째, 문제를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 결국 시장을 만든다. 미니쉬는 하루아침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20년간 치과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불합리함이 기술이 됐다. 창업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자신이 매일 마주치는 문제에 집요하게 답하는 사람이 더 강한 제품을 만든다.

둘째, 철학이 있는 기업은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미니쉬는 싸지 않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내 치아를 지킨다"는 가치가 가격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왜 파는가가 분명한 브랜드는 다른 차원에서 경쟁한다.

셋째, 기술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해자(moat)가 된다. 아카데미를 통해 경쟁자를 양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니쉬 프로토콜을 표준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플랫폼이 된 기업은 단순한 제품 회사보다 훨씬 단단하다.

마지막으로, 그의 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 치아를 뽑지 않고 평생 쓸 수 있도록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이 문장에는 끝이 없다. 치아 교정 대체, 크라운 대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인하, 글로벌 보급—아직 완성되지 않은 챕터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미니쉬테크놀로지를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이유다.


치과업계의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쓰는 사람. 강정호 대표의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