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8일 토요일

박보현 대표와 메디우스: 의료 정보의 불평등에 맞선 도전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준비하는 것이 곧 기회다." 


창업과 도전, 그리고 성공의 드라마

병원을 선택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 가격도 모르고, 의사의 실력도 모르고, 심지어 내가 받은 치료가 적절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박보현 BNH코리아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의료 서비스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이 메디우스(MeDIeUS)의 씨앗이 되었다.

인터넷 1세대 마케터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디지털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 경험이 의료라는 보수적인 산업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의료는 규제가 복잡하고, 기득권이 단단하며, 소비자가 수동적인 시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메디우스는 국내 7만 병원과 5만 명의 의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병원과 의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AI·블록체인 기반 의료 커머셜 플랫폼이다. 환자가 진료 경험을 기록하면 이를 정량화해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전용 코인(MDUS)으로 보상한다. 그 코인은 건강검진·미용·헬스케어 상품 구매에 쓰인다. 환자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병원은 신뢰를 얻고, 기업은 소비자와 연결되는 순환형 생태계다.

"세상의 모든 의료를 쇼핑하다"라는 콘셉트 아래 탄생한 의료 오픈마켓은 대기업 임직원에게만 열려 있던 프리미엄 건강검진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도 개방했다. 60여 개 기관의 200여 가지 검진 상품을 모바일로 예약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향해 설계되었다. 한국의 우수 병원과 명의를 앞세워 태국·중국 환자를 대상으로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국가별 특화 플랫폼으로 아시아 전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박보현 대표의 리더십 특징

박보현 대표의 리더십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선제적 상상력'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분석하는 것보다 아직 오지 않은 시장을 먼저 그리는 사람이다. "미래는 상상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영 방식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그는 규제와 현실의 벽을 부정하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와 의료 마이데이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도,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 안에서 가능한 것들을 먼저 만들어나갔다. 환자 중심 의료 생태계를 위해 개인의 의료데이터 주권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은 정책 변화보다 앞서 플랫폼 설계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생태계적 사고다. 그는 메디우스를 단순한 앱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병원·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설계했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기여하고 보상받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CT·X-ray·혈액검사 기반 AI 분석 솔루션과의 제휴, 지자체 및 기업과의 협업 확장 계획도 이 생태계적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배울 수 있는 것들

박보현 대표의 여정이 다른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메시지는 이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준비하는 것이 곧 기회다." 의료라는 산업은 수십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변화가 느린 산업일수록,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때의 충격은 더 크다.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할 때 먼저 움직이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 우위다.

두 번째는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는 의료 산업의 여러 문제들 가운데 '정보 비대칭'이라는 근본 원인을 포착했다. 복잡한 문제를 풀려면 가장 아픈 지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이전에 사회적 사명이다. 사명이 명확한 사업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세 번째는 작게 시작하되 크게 설계하라는 것이다. 메디우스는 국내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발했지만, 처음부터 아시아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와 5년 후 서 있을 자리를 동시에 보는 시각, 그것이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의 차이를 만든다.

박보현 대표가 꿈꾸는 것은 5~10년 안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의료 플랫폼이다. 그 꿈이 실현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상상한 세계가 이미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2월 28일 금요일

100년 독점을 깨고 세계로 — 위너테크놀로지 한동빈 대표의 성장 비결

스웨덴 K사의 독점 시장을 뚫은 국산 세라믹 발열체 기업, 그 뒤에 숨은 철학과 리더십


스웨덴 한 기업이 약 100년 가까이 독점하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MoSi₂) 시장. 그 벽을 깬 것은 충남 작은 공장에서 15년의 적자를 버텨낸 한 한국 엔지니어였다. 위너테크놀로지 한동빈 대표의 이야기다.


가격, 속도 그리고 락인

위너테크놀로지는 1700℃·1800℃·1900℃ 등급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를 자체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특히 1900℃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치과용 임플란트 소결로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불순물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치아 변색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든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기술력만이 아니다. 위너테크의 성장에는 세 가지 전략적 강점이 있다.

첫째, 가격 경쟁력이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둘째, 압도적 납기다. 48시간 내 항공 배송과 24시간 고객 대응으로 글로벌 신뢰를 쌓았다. 셋째, 락인 구조다. 부품 호환성을 자사 제품 중심으로 설계해 리필 기반의 지속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연 매출은 85~90억 수준이며, 주문은 이미 2년치가 밀려 있다.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역수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인공뼈, 자동차·철강·화학 산업의 전기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초고온 발열체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직원 행복 → 고객 감동 → 회사 성장

연세대 세라믹공학을 시작으로 미국 클렘슨대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 학위를 받고 RIST 연구원을 거쳐 1997년 창업한 한 대표. 그의 경영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직원과 나눌수록 기업은 지속 성장합니다."

직원 행복 → 고객 감동 → 회사 성장. 이 선순환을 경영의 중심에 둔 철학이다. 말뿐이 아니다. 위너테크의 복지 제도는 국내 중소기업 기준으로 파격적이다. 직원과 자녀의 대학 학비를 지원하고, 생산직 포함 전 직원이 비즈니스석으로 해외 출장을 간다. 법인카드 무제한, 정년 없음, 매년 연봉 인상과 특별상여까지. 이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선순환 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국산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의 정신도 주목할 만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국산화를 해?"

15년의 적자를 버티며 불모지에서 길을 개척한 창업자의 책임감이 담긴 말이다. 손해를 감수하고도 무상 재제작을 진행하는 고객 대응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철학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을 만들었다.


회사의 크기와 사람의 크기는 다르다

한 대표는 현재 중소기업인과 청년 창업자를 위한 멘토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코칭 관련 자격증 9개를 취득하고 상담심리 대학원에 진학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회사가 작다고, 매출이 작다고 해서 사람의 그릇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다. "1조 매출 장사꾼보다 1억 매출 사업가가 돼라." 규모를 쫓기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가 정신을 먼저 내면화하라는 조언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다른 경영자들이 건져야 할 교훈은 네 가지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성장의 동반자로 보라. 나누면 함께 커진다. 기술은 믿음 위에서만 진짜 가치를 발휘한다. 신뢰를 먼저 쌓아라. 규모보다 지속 가능성이다. 매출이 작아도 사람의 그릇은 얼마든지 클 수 있다. 불모지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아니면 누가?"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길을 만든다.


2025년 2월 2일 일요일

속도보다 기본 — 파파존스가 22년간 지켜온 성장의 원칙

서창우 회장의 경영 철학을 통해 본 품질 우선주의와 상생의 기업 문화


느리지만 단단하게

파파존스가 한국에 처음 문을 연 것은 2003년이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금, 매장 수는 260여 개, 최근 5년간 매출 증가율은 77%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눈부신 성장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성장이 이루어진 방식이다. 경쟁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매장 수를 늘리는 동안, 파파존스 코리아는 속도보다 내실을 택했다.

성장의 첫 번째 동력은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고집이었다. 모든 재료를 최상급으로 사용하고, QCC(품질관리·물류센터)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브랜드의 근간을 단단히 다졌다. '미스터리 쇼퍼 제도'와 정기 위생 감사는 그 철학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장치였다.

두 번째 동력은 가맹점과의 신뢰였다. 공격적인 출점 대신 점주의 영업 권역을 확실히 보장하고, 2007년부터 운영해온 상생협의회를 통해 식자재 가격 인하와 로열티 감경을 꾸준히 실행해왔다. 그 결과 다점포율은 약 50%에 이른다. 한 번 파파존스 점주가 된 사람이 두 번, 세 번 가게를 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신뢰의 증거다.

세 번째 동력은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변화다. 2023년에 론칭한 치킨 브랜드 '마마치킨'은 케이준 후라이드와 버팔로 윙을 앞세워 2035년까지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자라는 단일 카테고리에 머물지 않고,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파고드는 신사업으로 미래 성장축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원칙이 곧 전략이다

서창우 회장의 경영 방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는 단기 매출보다 품질 중심 경영을 일관되게 고수해왔고, 그 결과가 지금의 파파존스 코리아를 만들었다.

그의 철학은 인터뷰 속 세 마디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성장 방식에 대한 신념이다. "속도에 치우치기보다는 내실을 꾀하면서 매장 숫자를 늘리고 싶다." 빠른 확장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그는 묵묵히 반대 방향을 걸어왔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 성장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믿음이 이 한 문장에 녹아 있다.

두 번째는 가맹점주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다. "가맹점주들이 만족해야만 한국파파존스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본사의 이익보다 점주의 만족을 앞세우는 이 철학은, 그가 직원과 가맹점주를 단순한 사업 파트너가 아닌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삶의 철학이자 봉사에 대한 정의다. "봉사는 우리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공간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 30년 넘게 로타리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 한 문장으로 나눔을 의무나 선택이 아닌 존재의 이유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히딩크 드림필드' 축구장 12곳 기증, 재생 펄프 피자박스와 전기 오토바이 도입, 아동·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등 ESG 활동 전반에 걸쳐 이 철학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도인가 방향인가

서창우 회장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경영자들에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속도를 좇고 있는가, 아니면 방향을 지키고 있는가.

프랜차이즈 업계는 오랫동안 출점 수와 매출 규모로 성공을 정의해왔다. 하지만 파파존스 코리아의 22년은 그 공식이 전부가 아님을 조용히 증명한다. 가맹점주 한 명 한 명의 신뢰를 쌓고, 소비자에게 한 번도 품질을 양보하지 않으며, 브랜드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것, 그것이 결국 숫자로도 돌아왔다.

빠른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단단한 것이 오래간다. 브랜드의 속도보다 브랜드의 깊이를 먼저 묻는 경영자, 그리고 구성원과 고객, 사회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리더. 서창우 회장이 22년간 보여준 것은 바로 그런 경영의 모습이었다.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먼저 달린 브랜드가 아니라 가장 꾸준히 원칙을 지킨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