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4일 화요일

소방관들의 용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소방관 순직, 이대로 둘 수 없다 — 용기와 만용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아침.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선착대는 오전 8시 31분 현장에 도착해 화재 진압을 시작했고, 대원 7명이 창고 내부로 진입해 고립된 관계자들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했다. 1차 진압은 일단 성공이었다. 그런데 오전 8시 45분경 공장 내부에서 연기가 다시 보이자, 1차로 진입했던 대원 7명이 화재를 마저 진화하기 위해 다시 내부로 들어갔다. 10분 뒤, 천장에 고여있던 유증기가 폭발하며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화염 분출 직후 무전으로 대피 지시가 떨어졌지만, 19년 차 베테랑 박 소방위와 젊은 노 소방사는 출입구를 각기 5m, 3m 앞두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와,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예비 신랑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이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그들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애도하되, 동시에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왜 이 일이 반복되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첫 번째 질문 — 무리한 투입은 없었나

최근 10년간 위험직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을 넘어섰으며, 그 중 화재진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숫자가 매년 줄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순히 화재 현장이 위험하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이번 완도 사고를 다시 들여다보면 불편한 의문이 떠오른다. 당국은 에폭시와 우레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부는 가연성 우레탄 폼과 에폭시 재질로 가득 찬 밀폐 구조였다. 한 번의 진압을 마치고 나왔음에도, 연기가 다시 보이자 동일한 대원들이 곧바로 2차 진입을 결행했다. 내부에 유증기가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 플래시오버의 가능성을 충분히 점검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베테랑'이라는 수식어는 양날의 검이다. 소방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인명 수색이나 구조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큰 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대원들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테랑일수록 수많은 화재 현장을 살아서 나온 경험이 축적되고, 그 경험이 때로는 과신으로 이어진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라는 심리는 용기가 아니라 위험의 씨앗일 수 있다. 살아 돌아온 것과 항상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물론 이것을 개인의 무모함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그 이면에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무조건 투입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 현장의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열악한 장비와 정보 체계가 구조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소방관 개인이 돌아서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 문제의 근원이다.

두 번째 질문 — 안전 진화 매뉴얼은 작동했나

한국에도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는 존재한다. 이 절차에 따르면 전술적 우선순위는 대원 안전, 인명 구조, 재산 보호, 재난 안정화 순서로 규정되어 있다. 서류상으로는 대원의 안전이 가장 먼저다.

그러나 현장은 서류가 아니다. 문제는 그 매뉴얼이 실제로 작동하느냐이다. 완도 냉동창고는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진입 전 건물 내부 구조나 가연성 물질의 분포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실전 같은 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국내에 실물 화재 훈련장이 많지 않고, 있는 훈련장에서도 인근 주민 민원 때문에 실제로 불을 피워 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24년 문경 화재 당시에도 공장 내부에 이미 모두 대피해 구조 대상자가 없었지만, 소방관들에게 그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내부 진입에 나섰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보 공유 체계의 부재가 생사를 가른 셈이다. 매뉴얼이 있다는 것과 매뉴얼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휘관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투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장 근무자보다 행정 근무자가 승진에 유리한 구조 탓에 현장 지휘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세 번째 질문 — 소방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에서는 1998년 OSHA가 'Two-in/Two-out' 원칙을 명문화했다. 이는 실내 구조화재에 내부 2명, 외부 2명을 배치하는 최소 안전 원칙으로, 내부팀은 상호 시야와 음성 접촉을 유지하고 외부팀은 감독·구조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더 나아가 미국화재예방협회(NFPA)는 NFPA 1407을 통해 신속개입대(RIC)의 운용과 훈련 기준을 정립했으며, 2020년 판에서는 이를 최소 지휘관 1명과 대원 3명으로 구성되어 IDLH(생명 위협 환경) 외부에 대기하는 전담 구조팀으로 공식 정의했다. 즉, 내부에 대원이 진입할 때 반드시 외부에 구조 전담팀이 대기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동료를 구하러 다시 들어가는 것이 개인의 용기에 맡겨진 일이 아니라, 준비된 팀이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임무라는 뜻이다.

한국도 2023년 이후 신속동료구조팀(RIT) 편성과 운영 근거를 행정규정에 마련하고 교육 확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제도를 만드는 것과 그것이 모든 현장에서 실제로 운용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소방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공격적 내부 진입(offensive interior attack)'을 기본으로 하되, 건물 붕괴 위험, 폭발성 물질, 가시성 저하 등의 조건에서는 방어적 진압으로 전환하는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누군가 한 명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설정된 기준에 따라 대응 전략이 자동으로 전환된다.

결론 — 용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방관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 용기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현실은 그 용기를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한 채, 개인의 헌신에 의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가는 훈장을 수여하고, 국립현충원 안장을 약속하고, 애도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이름이 그 자리에 오른다.

진짜 예우는 훈장 이전에 있다. 진입 전 충분한 정보 파악, 현장 상황에 맞는 진입 여부 판단 기준의 명확화, 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밀폐 공간에 대한 특별 진입 규정, 실전적인 훈련 환경의 확보, 그리고 지휘관이 '안 들어가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화. 이 모든 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우리는 소방관을 존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용기 있게 불 속으로 달려가는 동안, 우리는 제도라는 방화복을 입혀주고 있어야 한다.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경영자에게 던지는 질문


호르무즈 봉쇄 "병목의 시대를 항해하는 경영자에게"  


2026년 2월 28일, 세계는 잠에서 깨어나 뉴스 속보 하나와 마주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전포고 없이 이란을 선제 타격했고,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 순간부터 지구 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와 동일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쪽에는 여섯 개의 머리로 지나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괴물 스킬라가 있고, 반대쪽에는 하루에도 세 번씩 바다 전체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카리브디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어느 쪽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배를 몰아야 했다.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기업의 경영자들도 정확히 그 좁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호르무즈, 그 좁은 목구멍이 세계를 멈추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에서 불과 33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는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거래 석유의 25%에 달한다. 단순히 석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화학물질과 헬륨, 금속, 비료 등의 운송 통로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물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 페르시아 만 내부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65만 TEU로 글로벌 물동량의 3.3%에 불과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컨테이너 노선의 선복량을 합치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약 10%에 해당하는 330만 TEU라는 엄청난 물량이 된다.

이 좁은 해협이 막힌 순간, 세계 경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 가격은 하락했으며, 안전 자산으로의 도피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채권 가격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 증시인 코스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급락하여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었다.


스킬라 — 봉쇄를 우회하면 만나는 괴물

고대 신화에서 스킬라는 암벽 위에 숨어 있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될 것 같지만, 카리브디스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쪽 해안을 지나쳐야만 한다. 호르무즈 봉쇄 앞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택한 선택지, '우회로 찾기'가 바로 이 스킬라다.

페르시아 만 인근 국가로 향하는 화물선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인근 UAE의 푸자이라항, 스리랑카의 콜롬보 등지에 화물을 하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동으로 향할 엄청난 화물이 제한적인 대체 항구로 밀려들면서 이미 대체 항구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S&P 글로벌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이들 대체 항구에 선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입항할 경우 재앙적인 혼잡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회로 자체가 또 다른 병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체 수입선을 찾고, 물류 경로를 바꾸고, 계약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동반한다. 글로벌 해운이 혼란에 빠지면서 주요 물류 기업들이 서아시아 항로를 취소했고, 운송비와 보험료가 상승하고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스킬라의 여섯 개 머리는 바로 이 여섯 가지 비용 — 물류비, 보험료, 재고 비용, 계약 위약금, 원자재 가격 프리미엄,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 이탈 — 이다. 어느 하나를 피하려 하면 다른 하나가 배를 덮친다.


카리브디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만나는 소용돌이

오디세우스가 스킬라를 피해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카리브디스다. 하루에 세 번, 바다 전체를 거대한 소용돌이로 빨아들이는 이 괴물 앞에서는 배 전체가 사라진다. 경영 리스크로 번역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택하는 것'이 바로 카리브디스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수준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차단될 경우 경제 전반에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제조업 기반 기업들에게 '버티기'는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 황 가격은 이미 25% 상승했으며, 이는 현대 산업의 가장 중요한 투입 요소 중 하나를 압박하고 있다. 황산은 구리 채굴, 배터리 소재 가공,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이다.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 해상 비료 공급의 약 3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요소의 경우 세계 교역량의 최대 43%가 이 지역에서 공급되었다. 현재 서방에서는 봄 파종기가 시작됐지만 요소는 급격히 부족해졌다.

가만히 있으면 카리브디스의 소용돌이가 기업의 원가 구조 전체를 빨아들인다. 수익성이 먼저 무너지고, 그다음에는 현금 흐름이, 마지막으로 기업 자체가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진다.


이것이 구조적 위기인 이유 — 신화는 반복된다

오디세우스가 겪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의 항해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났다면, 우리는 그것을 불운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것은 반복되는 신화다.

산업연구원은 2022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2023년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 2026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일련의 사태를 일회성의 위기가 아닌, 비가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자폭 드론 등 저비용 공격 기술만으로도 고가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 간 전면전 없이도 글로벌 물류 요충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진단은 경영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요구한다. 지금의 위기를 예외적 사건으로 처리하고 싶은 충동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신화 속 선원들이 괴물을 보지 못한 척 항해를 계속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란이 통행료 부과 및 선별적 봉쇄 구조를 영구적인 제도로 굳히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단순한 현상 유지는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전략적 공백만을 남길 수 있다.


오디세우스의 선택 — 경영자가 배워야 할 것

그렇다면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그는 두 괴물 중 '덜 치명적인 것'을 선택했다. 카리브디스 앞에서는 배 전체가 사라지지만, 스킬라 앞에서는 선원 몇 명을 잃더라도 배는 살아남는다. 오디세우스는 가슴이 무너지는 결정을 내렸다. 선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스킬라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고, 여섯 명의 선원을 잃으면서도 나머지를 살려냈다.

이것을 경영의 언어로 번역하면 세 가지 전략이 된다.

첫째, 공급망의 분산(De-risking)이다. 단일 경로에 의존하는 공급망은 카리브디스다. IMEC(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은 인도와 중동, 유럽의 철도와 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으로, 미국·인도·EU·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물류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대안적 공급망 구축에 지금부터 투자해야 한다. 위기가 터진 뒤 대안을 찾는 것은 소용돌이에 빠진 후 노를 찾는 것과 같다.

둘째, 재고 전략의 재설계(Buffer Stock)다. 린(Lean) 생산 방식은 평화 시절의 공급망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호르무즈 봉쇄와 같은 충격 앞에서는 전략적 재고 확보가 기업의 생존 버퍼가 된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 비용은 스킬라의 여섯 머리 중 하나를 내어주는 것이다. 배 전체를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셋째, 시나리오 경영(Scenario Planning)의 제도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현상 유지(60%), 부분 봉쇄(30%), 완전 봉쇄(10%)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 경영자도 이처럼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신화 속 오디세우스가 키르케 여신에게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어두었듯이, 사전 정보와 사전 계획이 생사를 가른다.


마치며 — 병목의 시대를 항해하는 경영자에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통과한 그 해협의 이름은 메시나 해협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26년의 경영자들에게 그 해협의 이름은 호르무즈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10~15년을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첩형 전환기'로 규정하며, 이번 미국·이란 전쟁을 단기적 손실로 단정하기보다 향후 산업 전환 전략을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디세우스가 결국 이타카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괴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미리 대비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지 않았다. 스킬라냐 카리브디스냐의 선택 앞에서 경영자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다. 배는 이미 해협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배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이 글은 2026년 4월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란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을 바탕으로 경영 리스크 관점에서 분석한 칼럼입니다.


2026년 4월 10일 금요일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으로 읽는 리스크 관리의 본질

 

변하지 않는 것들이 리스크를 만든다

—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으로 읽는 리스크 관리의 본질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려 애쓴다. 금리는 언제 내릴까, AI는 어떤 산업을 무너뜨릴까, 다음 위기는 어디서 시작될까. 그런데 《돈의 심리학》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모건 하우절은 신작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은 계속 바뀌지만, 인간의 본성과 행동 패턴은 수천 년 동안 놀랍도록 일정하게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불변의 패턴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장 큰 리스크의 원천이 된다. 하우절은 이 책에서 23가지 이야기를 통해 그 패턴들을 하나씩 해부한다.

■ 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온다

하우절이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통찰은 간결하지만 불편하다. 진짜 위험은 항상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2020년 팬데믹을 모델링한 기관도 실제 규모와 파급력을 맞추지 못했다. 하우절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리스크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위험이 아니라, 아무도 논의하지 않는 위험에서 온다고.

이것이 리스크 관리의 첫 번째 역설이다. 우리가 준비하는 위험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진짜 충격은 우리의 상상 밖에서 온다. 그렇다면 리스크 관리란 결국 무엇인가. 특정 위기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충격이 와도 버틸 수 있는 구조적 여유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다. 하우절이 "룸(room)"이라고 부르는 이 여유가, 예측 모델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막이 된다.

■ 과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위험한 불변의 법칙

인간의 과신(overconfidence)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가장 위험한 특성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판단을 지나치게 신뢰하며, 기업들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비용과 완료 시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이 패턴은 고대 로마에서도, 17세기 튤립 버블에서도, 2021년 밈 주식 열풍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이 통찰은 매우 실용적인 함의를 가진다. 우리가 가장 확신하는 순간이 종종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포트폴리오를 지나치게 한 자산에 집중시키거나,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을 때가 바로 과신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하우절은 이를 단순한 심리적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며, 따라서 언제나 반복될 수밖에 없는 불변의 패턴이다.

■ 23가지 통찰이 수렴하는 하나의 진리

하우절이 책에서 펼쳐내는 23가지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에 반응하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에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패턴들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통찰은 리스크 관리와 특히 깊이 맞닿아 있다.

첫째, 꼬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역사적 수익률의 대부분은 극소수의 매우 드문 사건에서 온다. 아마존의 성공, 애플의 아이폰, 2009년 이후의 장기 강세장—이 "꼬리 사건"들이 평균을 만든다. 리스크 관리는 이 꼬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올 때까지 게임에 남아 있는 것이다.

둘째, 과거는 미래의 안내서가 아니다. 인간은 경험에서 배우지만, 경험은 항상 과거의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위험은 과거 데이터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백테스팅이 완벽해도 미래는 다르게 펼쳐진다. 이것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역사만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행복의 기준선은 항상 올라간다. 기대치는 결과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이는 개인의 심리뿐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적이 좋아도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이 된다. 리스크는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시장의 공황은 종종 나쁜 결과가 아니라 기대했던 것보다 나쁜 결과에서 시작된다.

넷째, 이야기의 힘은 숫자보다 강하다. 시장은 데이터가 아니라 내러티브에 의해 움직인다. 같은 경제 지표도 어떤 이야기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퍼질 때 군중이 형성되고, 군중이 형성될 때 리스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인다. 버블은 항상 좋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다섯째, 인센티브가 사고를 왜곡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센티브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부동산 중개인은 항상 "지금이 살 때"라고 말하고,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전략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리스크를 평가할 때, 조언자의 인센티브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여섯째, 복리는 직관에 반한다. 인간의 뇌는 지수적 성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장기 투자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이고, 작은 비용이나 수수료가 장기적으로 막대한 리스크가 되는 이유다. 복리는 자산에도, 부채에도, 실수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 살아남을 여유를 확보하라

하우절의 통찰들을 리스크 관리에 연결했을 때 도달하는 결론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불확실성은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만들 수는 있다.

그는 이를 "충분한 여유(enough room to err)"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측이 틀렸을 때도, 타이밍이 어긋났을 때도, 생각지 못한 충격이 왔을 때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재정적, 심리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현금을 많이 보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레버리지를 줄이고, 단기적인 손실을 강요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며, 자신의 심리적 한계를 솔직하게 인식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시장이 급락할 때 패닉에 빠져 팔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계획이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니다. 팔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 놓은 사람이다. 이것이 하우절이 말하는 "이 게임은 살아남는 자들의 것"이라는 문장의 진짜 의미다.

■ 변하지 않는 것에 투자하라

하우절이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는 에너지를 줄이고, 변하지 않는 것들—인간의 탐욕과 공포, 과신의 패턴, 이야기에 반응하는 본능, 기대치의 끊임없는 상승—을 깊이 이해하는 데 투자하라.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리스크 관리는 어떤 예측 모델보다 강력하다.

결국 좋은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의 차이는 미래를 더 잘 예측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행동 패턴과 포트폴리오 구조를 설계했느냐에 달려 있다.

《불변의 법칙》은 바로 그 설계를 위한 지도다. 그리고 그 지도가 안내하는 목적지는 화려한 수익률이 아니라, 어떤 폭풍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자리—게임에서 퇴장당하지 않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