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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4일 화요일

소방관들의 용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



소방관 순직, 이대로 둘 수 없다 — 용기와 만용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아침.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선착대는 오전 8시 31분 현장에 도착해 화재 진압을 시작했고, 대원 7명이 창고 내부로 진입해 고립된 관계자들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했다. 1차 진압은 일단 성공이었다. 그런데 오전 8시 45분경 공장 내부에서 연기가 다시 보이자, 1차로 진입했던 대원 7명이 화재를 마저 진화하기 위해 다시 내부로 들어갔다. 10분 뒤, 천장에 고여있던 유증기가 폭발하며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화염 분출 직후 무전으로 대피 지시가 떨어졌지만, 19년 차 베테랑 박 소방위와 젊은 노 소방사는 출입구를 각기 5m, 3m 앞두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와,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예비 신랑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이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그들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애도하되, 동시에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왜 이 일이 반복되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첫 번째 질문 — 무리한 투입은 없었나

최근 10년간 위험직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을 넘어섰으며, 그 중 화재진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숫자가 매년 줄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순히 화재 현장이 위험하기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이번 완도 사고를 다시 들여다보면 불편한 의문이 떠오른다. 당국은 에폭시와 우레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부는 가연성 우레탄 폼과 에폭시 재질로 가득 찬 밀폐 구조였다. 한 번의 진압을 마치고 나왔음에도, 연기가 다시 보이자 동일한 대원들이 곧바로 2차 진입을 결행했다. 내부에 유증기가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 플래시오버의 가능성을 충분히 점검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베테랑'이라는 수식어는 양날의 검이다. 소방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인명 수색이나 구조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큰 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대원들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테랑일수록 수많은 화재 현장을 살아서 나온 경험이 축적되고, 그 경험이 때로는 과신으로 이어진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라는 심리는 용기가 아니라 위험의 씨앗일 수 있다. 살아 돌아온 것과 항상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물론 이것을 개인의 무모함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그 이면에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무조건 투입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 현장의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열악한 장비와 정보 체계가 구조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소방관 개인이 돌아서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 문제의 근원이다.

두 번째 질문 — 안전 진화 매뉴얼은 작동했나

한국에도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는 존재한다. 이 절차에 따르면 전술적 우선순위는 대원 안전, 인명 구조, 재산 보호, 재난 안정화 순서로 규정되어 있다. 서류상으로는 대원의 안전이 가장 먼저다.

그러나 현장은 서류가 아니다. 문제는 그 매뉴얼이 실제로 작동하느냐이다. 완도 냉동창고는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진입 전 건물 내부 구조나 가연성 물질의 분포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실전 같은 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국내에 실물 화재 훈련장이 많지 않고, 있는 훈련장에서도 인근 주민 민원 때문에 실제로 불을 피워 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24년 문경 화재 당시에도 공장 내부에 이미 모두 대피해 구조 대상자가 없었지만, 소방관들에게 그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내부 진입에 나섰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보 공유 체계의 부재가 생사를 가른 셈이다. 매뉴얼이 있다는 것과 매뉴얼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휘관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투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장 근무자보다 행정 근무자가 승진에 유리한 구조 탓에 현장 지휘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세 번째 질문 — 소방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에서는 1998년 OSHA가 'Two-in/Two-out' 원칙을 명문화했다. 이는 실내 구조화재에 내부 2명, 외부 2명을 배치하는 최소 안전 원칙으로, 내부팀은 상호 시야와 음성 접촉을 유지하고 외부팀은 감독·구조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더 나아가 미국화재예방협회(NFPA)는 NFPA 1407을 통해 신속개입대(RIC)의 운용과 훈련 기준을 정립했으며, 2020년 판에서는 이를 최소 지휘관 1명과 대원 3명으로 구성되어 IDLH(생명 위협 환경) 외부에 대기하는 전담 구조팀으로 공식 정의했다. 즉, 내부에 대원이 진입할 때 반드시 외부에 구조 전담팀이 대기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동료를 구하러 다시 들어가는 것이 개인의 용기에 맡겨진 일이 아니라, 준비된 팀이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임무라는 뜻이다.

한국도 2023년 이후 신속동료구조팀(RIT) 편성과 운영 근거를 행정규정에 마련하고 교육 확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제도를 만드는 것과 그것이 모든 현장에서 실제로 운용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소방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공격적 내부 진입(offensive interior attack)'을 기본으로 하되, 건물 붕괴 위험, 폭발성 물질, 가시성 저하 등의 조건에서는 방어적 진압으로 전환하는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누군가 한 명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설정된 기준에 따라 대응 전략이 자동으로 전환된다.

결론 — 용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방관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 용기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현실은 그 용기를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한 채, 개인의 헌신에 의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가는 훈장을 수여하고, 국립현충원 안장을 약속하고, 애도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이름이 그 자리에 오른다.

진짜 예우는 훈장 이전에 있다. 진입 전 충분한 정보 파악, 현장 상황에 맞는 진입 여부 판단 기준의 명확화, 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밀폐 공간에 대한 특별 진입 규정, 실전적인 훈련 환경의 확보, 그리고 지휘관이 '안 들어가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화. 이 모든 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우리는 소방관을 존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용기 있게 불 속으로 달려가는 동안, 우리는 제도라는 방화복을 입혀주고 있어야 한다.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경영자에게 던지는 질문


호르무즈 봉쇄 "병목의 시대를 항해하는 경영자에게"  


2026년 2월 28일, 세계는 잠에서 깨어나 뉴스 속보 하나와 마주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전포고 없이 이란을 선제 타격했고,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 순간부터 지구 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와 동일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쪽에는 여섯 개의 머리로 지나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괴물 스킬라가 있고, 반대쪽에는 하루에도 세 번씩 바다 전체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카리브디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어느 쪽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배를 몰아야 했다.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기업의 경영자들도 정확히 그 좁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호르무즈, 그 좁은 목구멍이 세계를 멈추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에서 불과 33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는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거래 석유의 25%에 달한다. 단순히 석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화학물질과 헬륨, 금속, 비료 등의 운송 통로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물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 페르시아 만 내부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65만 TEU로 글로벌 물동량의 3.3%에 불과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컨테이너 노선의 선복량을 합치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약 10%에 해당하는 330만 TEU라는 엄청난 물량이 된다.

이 좁은 해협이 막힌 순간, 세계 경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 가격은 하락했으며, 안전 자산으로의 도피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채권 가격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 증시인 코스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급락하여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었다.


스킬라 — 봉쇄를 우회하면 만나는 괴물

고대 신화에서 스킬라는 암벽 위에 숨어 있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될 것 같지만, 카리브디스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쪽 해안을 지나쳐야만 한다. 호르무즈 봉쇄 앞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택한 선택지, '우회로 찾기'가 바로 이 스킬라다.

페르시아 만 인근 국가로 향하는 화물선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인근 UAE의 푸자이라항, 스리랑카의 콜롬보 등지에 화물을 하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동으로 향할 엄청난 화물이 제한적인 대체 항구로 밀려들면서 이미 대체 항구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S&P 글로벌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이들 대체 항구에 선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입항할 경우 재앙적인 혼잡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회로 자체가 또 다른 병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체 수입선을 찾고, 물류 경로를 바꾸고, 계약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동반한다. 글로벌 해운이 혼란에 빠지면서 주요 물류 기업들이 서아시아 항로를 취소했고, 운송비와 보험료가 상승하고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스킬라의 여섯 개 머리는 바로 이 여섯 가지 비용 — 물류비, 보험료, 재고 비용, 계약 위약금, 원자재 가격 프리미엄,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 이탈 — 이다. 어느 하나를 피하려 하면 다른 하나가 배를 덮친다.


카리브디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만나는 소용돌이

오디세우스가 스킬라를 피해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카리브디스다. 하루에 세 번, 바다 전체를 거대한 소용돌이로 빨아들이는 이 괴물 앞에서는 배 전체가 사라진다. 경영 리스크로 번역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택하는 것'이 바로 카리브디스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수준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차단될 경우 경제 전반에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제조업 기반 기업들에게 '버티기'는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 황 가격은 이미 25% 상승했으며, 이는 현대 산업의 가장 중요한 투입 요소 중 하나를 압박하고 있다. 황산은 구리 채굴, 배터리 소재 가공,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이다.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 해상 비료 공급의 약 3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요소의 경우 세계 교역량의 최대 43%가 이 지역에서 공급되었다. 현재 서방에서는 봄 파종기가 시작됐지만 요소는 급격히 부족해졌다.

가만히 있으면 카리브디스의 소용돌이가 기업의 원가 구조 전체를 빨아들인다. 수익성이 먼저 무너지고, 그다음에는 현금 흐름이, 마지막으로 기업 자체가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진다.


이것이 구조적 위기인 이유 — 신화는 반복된다

오디세우스가 겪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의 항해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났다면, 우리는 그것을 불운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것은 반복되는 신화다.

산업연구원은 2022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2023년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 2026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일련의 사태를 일회성의 위기가 아닌, 비가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자폭 드론 등 저비용 공격 기술만으로도 고가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 간 전면전 없이도 글로벌 물류 요충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진단은 경영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요구한다. 지금의 위기를 예외적 사건으로 처리하고 싶은 충동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신화 속 선원들이 괴물을 보지 못한 척 항해를 계속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란이 통행료 부과 및 선별적 봉쇄 구조를 영구적인 제도로 굳히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단순한 현상 유지는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전략적 공백만을 남길 수 있다.


오디세우스의 선택 — 경영자가 배워야 할 것

그렇다면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그는 두 괴물 중 '덜 치명적인 것'을 선택했다. 카리브디스 앞에서는 배 전체가 사라지지만, 스킬라 앞에서는 선원 몇 명을 잃더라도 배는 살아남는다. 오디세우스는 가슴이 무너지는 결정을 내렸다. 선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스킬라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고, 여섯 명의 선원을 잃으면서도 나머지를 살려냈다.

이것을 경영의 언어로 번역하면 세 가지 전략이 된다.

첫째, 공급망의 분산(De-risking)이다. 단일 경로에 의존하는 공급망은 카리브디스다. IMEC(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은 인도와 중동, 유럽의 철도와 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으로, 미국·인도·EU·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물류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대안적 공급망 구축에 지금부터 투자해야 한다. 위기가 터진 뒤 대안을 찾는 것은 소용돌이에 빠진 후 노를 찾는 것과 같다.

둘째, 재고 전략의 재설계(Buffer Stock)다. 린(Lean) 생산 방식은 평화 시절의 공급망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호르무즈 봉쇄와 같은 충격 앞에서는 전략적 재고 확보가 기업의 생존 버퍼가 된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 비용은 스킬라의 여섯 머리 중 하나를 내어주는 것이다. 배 전체를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셋째, 시나리오 경영(Scenario Planning)의 제도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현상 유지(60%), 부분 봉쇄(30%), 완전 봉쇄(10%)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 경영자도 이처럼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신화 속 오디세우스가 키르케 여신에게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어두었듯이, 사전 정보와 사전 계획이 생사를 가른다.


마치며 — 병목의 시대를 항해하는 경영자에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통과한 그 해협의 이름은 메시나 해협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26년의 경영자들에게 그 해협의 이름은 호르무즈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10~15년을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첩형 전환기'로 규정하며, 이번 미국·이란 전쟁을 단기적 손실로 단정하기보다 향후 산업 전환 전략을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디세우스가 결국 이타카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괴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미리 대비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지 않았다. 스킬라냐 카리브디스냐의 선택 앞에서 경영자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다. 배는 이미 해협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배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이 글은 2026년 4월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란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을 바탕으로 경영 리스크 관점에서 분석한 칼럼입니다.


2026년 4월 6일 월요일

사월의 벚꽃, 그리고 우리

 

벚꽃은 찰나에 지지만, 그 아름다움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사월의 첫 일요일 아침, 봄바람이 분다. 거리마다 벚꽃 잎이 흩날리고,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온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봄이면 어김없이 귓가를 맴도는 것은, 그 선율 안에 계절이 통째로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 그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어디론가 따뜻하게 열린다.

벚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순간 활짝 열렸다가 바람에 흩어지는 그 무상함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더 빛나게 한다. 손을 잡고 걷는 두 사람, 이름 모를 떨림, 봄바람에 겹쳐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 — 이 모든 것이 찰나이기에 소중하다. 삶의 가장 빛나는 장면들은 대개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는 것들 속에 있다.

오늘 인천의 거리에도, 서울의 공원에도, 부산의 바닷가에도,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어느 도시에도 사람들이 봄빛 아래 걷고 있을 것이다. 언어가 다르고, 얼굴이 다르고, 삶의 무게가 달라도, 꽃 앞에 멈춰 서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벚꽃은 국경을 묻지 않는다. 봄바람도 편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여전히 전쟁과 분쟁, 빈곤과 혐오의 그늘 아래 있다. 누군가에게 오늘의 봄은 포탄 소리 너머에 있고, 누군가에게 벚꽃 구경은 먼 나라의 사치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계절의 아름다움은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평화를, 이 설렘을, 이 봄을 — 우리는 모두에게 돌려줄 수 있는가.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고,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고,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은 세상. 그 노랫말처럼 평범하고 아름다운 일상이 인류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 총성 대신 봄바람이 울려 퍼지는 거리, 공포 대신 설렘이 가득한 골목, 그런 세계가 단순한 낭만이 아닌 현실로 이어지기를.

벚꽃은 오늘도 진다. 하지만 내년에도 다시 핀다. 우리가 지켜낸다면.

이 봄, 어디선가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 평화와 안녕이 함께하기를.


2026년 4월 5일 일요일

부활절, 리스크 관리자의 고백 — 신앙인으로서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것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할 수 없다 — 부활절은 그 무력함을 은총으로 바꾸는 날이다..


수십 년간 기업의 리스크를 분석하고, 불확실성을 수치화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 손실 가능성을 계량하고, 보험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조직이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나의 직업적 소명이었다. 그런데 매년 부활절이 되면, 나는 그 모든 분석의 도구를 내려놓고 전혀 다른 질문 앞에 선다. "나 자신의 내면은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이 글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오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간과 조직의 위기를 목격해온 전문가로서, 부활절 앞에 마음을 새롭게 하는 나의 개인적 성찰이다.

  1.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리스크 관리의 본질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하나의 진실이 분명해진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치밀하게 설계한 보험 프로그램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빈틈을 드러낸다. 나는 그 빈틈을 수없이 목격했다.

부활절은 내게 이것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것 — 죽음과 부활 — 을 하느님은 이미 당신의 손 안에 두셨다는 사실을. 리스크 관리자로서의 나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의 나는 그 불확실성 너머에 섭리가 있음을 믿도록 초대받는다. 부활절마다 나는 이 두 자아 사이의 긴장을 직면하고, 그 긴장 안에서 비로소 진짜 내려놓음을 배운다.

  1. 완고함이라는 내면의 리스크

오랜 직업적 경험은 판단력을 키우지만, 동시에 완고함이라는 내면의 리스크를 키우기도 한다. 수많은 케이스를 다뤄온 전문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으로 굳어간다. 가정에서도, 신앙 공동체에서도, 그 굳음은 관계의 벽이 된다.

부활절 고해성사는 내게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쌓아온 전문적 자만심, 오래된 원망,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내면의 경직성을 하나씩 꺼내 놓는 시간이다. 무덤의 돌이 굴려지려면 먼저 그 돌이 내 안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활절은 그 인정을 요청하는 계절이다.

  1. 남은 소명 — 전문성을 넘어선 섬김으로

리스크 관리와 기업 보험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분명 가치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부활절이 되면 나는 묻는다. "이 전문성이 나의 영광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한 섬김의 도구인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먼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셨다. 권위나 지식을 내세우지 않으셨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내 남은 전문적 여정이 어떤 태도로 걸어가야 하는지를 본다. 더 많은 계약, 더 높은 성과가 아니라 —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내가 자문하는 기업들에게,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게 진심으로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올 부활절 내가 새롭게 다짐하는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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