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돈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 — 박정훈 교수 기고문 읽기
미국 Loyola Marymount University 경영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박정훈 교수가 2026년 4월 3일 임팩트온(impacton.net)에 특별기고문을 게재하였다. 박 교수는 CUNY Baruch College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핵심 연구 분야로 삼아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Business & Society 등 세계 최상위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 최우수 이론 논문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Business & Society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가 이번 기고를 통해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ESG가 재무성과를 높이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이미 잘못 설정된 것이 아닌가.
핵심 메시지: 'ESG = 수익'이라는 등식은 취약한 근거 위에 서 있다
박 교수는 ESG가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보고서 Who Cares Wins를 통해 공식화되었고,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PRI)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되었음을 상기시킨다. 한국에서는 2020년 국민연금의 ESG 투자 확대 선언 이후 본격적인 주류 담론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는 ESG를 혁신적 개념으로 미화하기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측정 및 비교 가능한 형태로 정리한 프레임워크로 냉정하게 정의한다.
문제는 그 이후에 전개된 담론의 방향이다. 수백 편에 달하는 학술 연구들이 ESG 활동과 재무성과 간의 관계를 검증하였으나, 그 결론은 일관되지 않다. 긍정적 영향을 주장하는 연구, 부정적 영향을 보고하는 연구, 유의미한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연구가 공존한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혼란의 구조적 원인을 세 가지로 짚는다. 첫째, E(환경)·S(사회)·G(지배구조)는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상이함에도 하나의 통합 점수로 환원되는 정의의 모호성, 둘째, 동일한 ESG 활동이라도 기업·산업·이해관계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맥락 의존성, 셋째, ESG의 순수한 재무적 효과만을 다른 변수들로부터 분리해내기 어려운 방법론적 복잡성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박 교수는 ESG 연구의 대표 논문으로 광범위하게 인용되어온 하버드·런던비즈니스스쿨 연구진(Eccles, Ioannou, Serafeim)의 2014년 논문 사례를 제시한다. 해당 연구는 ESG에 적극적인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우수한 재무성과를 낸다는 결론으로 학계와 실무계 양측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2025년 Boston University의 Andrew King 교수가 수행한 재현 연구에서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으며, 원 저자들 역시 통계적 유의성 보고 오류를 인정하고 정오표를 게재하였다. 이 사례는 ESG-재무성과 연구의 신뢰성 전반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 실무 영역에서도 비슷한 균열이 드러난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ESG 성과를 CEO 보너스 산정에 연동하는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연구 결과 ESG 목표는 재무 목표에 비해 지나치게 달성하기 쉬운 수준으로 설정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무 목표 미달 비율이 22%에 달하는 반면 ESG 목표 미달은 2%에 불과하였다는 수치는, "ESG를 하면 돈이 된다"는 전제 위에 설계된 제도가 실질적 변화보다 형식적 목표 달성 구조만을 고착화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인사이트: 질문의 틀을 다시 짜야 할 시점
이 기고문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ESG를 부정하거나 폄훼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박 교수의 논지는, 지금까지 ESG 논의가 "ESG가 수익을 창출하는가"라는 실용주의적 질문에 과도하게 종속되어 왔으며, 그 결과 근거가 불충분한 win-win 프레임이 학계와 실무계 모두에서 비판 없이 통용되어 왔다는 점을 직시하라는 데 있다.
ESG의 정당성이 재무적 수익성에 의존하는 한, 시장 환경이 바뀌거나 그 연결고리가 흔들리는 순간 ESG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反)ESG 정서와 ESG 펀드의 유출 현상은, 수익성 논리만으로는 ESG를 지탱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박 교수가 2부에서 예고한 질문, 즉 "그렇다면 기업은 왜 ESG를 해야 하는가"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본질적이다. 이는 ESG의 존재 이유를 재무성과라는 도구적 가치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규범적·전략적 토대 위에서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한국의 ESG 담론이 여전히 "ESG를 하면 기업가치가 오른다"는 도식적 명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박정훈 교수의 이번 기고는 단순한 학술적 논평을 넘어 실무 의사결정자들에게도 진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질문이 바뀌어야 답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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