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7일 토요일

SM엔터테인먼트, 다음 30년을 설계하는 두 사람

장철혁·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 K팝, 새로운 엔진을 켜다

K팝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산업을 지칭하게 된 데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공이 크다. 단순한 가요 기획사를 넘어, 연습생 육성부터 글로벌 IP 확장까지 오늘날 K팝의 문법을 최초로 정립한 기업이 SM이다. 그 SM이 경영권 분쟁 이후 체질 개선을 선언하며 내세운 것이 'SM 3.0'이었고, 이제는 그 다음 단계인 '넥스트 3.0'을 공개했다. 이 전환의 중심에는 두 명의 공동대표가 있다.


두 리더, 서로 다른 뿌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탁영준 대표는 2001년 SM에 매니저로 입사했다. 현장에서 출발한 사람답게 그의 관심은 언제나 아티스트와 제작 현장을 향해 있다. 유닛 시스템과 퍼포먼스 디렉팅 개념을 도입한 것도 그였다. 실험적인 음악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신인 개발에 직접 관여할 만큼 실무에 깊이 관여한다. 그의 철학은 명확하다. 성과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하며, 창작의 도전은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철혁 대표는 CFO 출신이다. 숫자와 구조에서 출발한 그는 전사 전략과 조직 설계를 담당한다. 그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단순한 매출이 아니다. 신인 데뷔 속도와 IP 생산력, 즉 회사가 얼마나 꾸준히 새로운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지를 핵심으로 여긴다. 향후 5년간 음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와 M&A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그의 손에서 나온다.

두 사람은 출발점이 다르지만, 모두 '공정한 평가와 목표 지향의 성과주의'라는 원칙을 공유한다. 현장과 전략이 맞물리는 구조가 이 공동 대표 체제의 본질이다.


SM이 그리는 다음 30년

넥스트 3.0의 핵심은 기존의 멀티 프로덕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아티스트, 크리에이티브, A&R이라는 기능 조직을 통합하는 매트릭스 구조다. 프로덕션마다 존재하는 강점과 약점을 기능 조직이 횡단하며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작 효율과 창작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이다.

글로벌 음악 IP 인프라도 주목할 부분이다. 퍼블리싱 자회사 KMR을 통해 370명 이상의 글로벌 작곡가 네트워크와 7000곡 이상의 K팝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작곡가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SM의 음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카카오와의 협업으로는 웹툰, 웹소설, 멜론 등과의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AI 활용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다. AI는 데모곡 선별이나 영상 레퍼런스 추출 같은 반복 작업을 줄이는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의 감성을 대체하는 창작 주체로는 바라보지 않는다.

SM이 스스로 내세우는 미션은 단순하면서도 방대하다. "모든 사람이 인생을 관통하는 SM 음악 한 곡을 갖게 하는 것." 아티스트와 팬이 시공간을 넘어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글로벌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그 목표다.


인사이트: 원조의 생존법

SM엔터테인먼트는 K팝이라는 장르를 만든 기업이다. 그러나 장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영속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원조는 언제나 후발 주자의 추격을 받으며, 자신이 만든 문법 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진다.

넥스트 3.0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구조적 사유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멀티 프로덕션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기능 조직으로 수평적 연결을 만드는 매트릭스 설계는, 창작 조직이 흔히 빠지는 두 가지 함정—중앙집중의 경직성과 분권화의 파편화—을 동시에 피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핑크블러드'라는 팬덤 개념도 의미심장하다. SM은 특정 아티스트의 팬이 아닌, SM이라는 레이블의 음악과 비주얼과 콘셉트의 결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집단을 오래전부터 키워왔다. 이는 단일 아티스트의 인기에 기대지 않고, 기업 자체가 하나의 IP가 되는 구조다. 아티스트가 바뀌어도 팬덤이 이어지는 세대 간 확장성이 여기서 나온다.

결국 SM이 보여주는 것은 '지속 가능한 창작 산업'의 한 모델이다. 효율을 추구하되 감성을 포기하지 않고, 글로벌을 지향하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균형. 그 균형을 30년 넘게 유지해온 기업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재설계하고 있다.


본 글은 포브스코리아 2026년 2월호(호수 202602) 커버스토리 「장철혁·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 K팝, 새로운 엔진을 켜다」(이정은 기자)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출처: 포브스코리아 forbes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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