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4일 토요일

KBR: 제로 해(Zero Harm)를 삶으로 실천하는 글로벌 안전 리더

EHS Today 선정 '2025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 수상


회사 소개 — 과학, 기술, 공학으로 세계를 설계하다

KBR은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방산 계약 기업으로, 항공우주와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과학·기술·공학 솔루션을 제공한다.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38,000명의 임직원이 169개 사업장에서 활동하고, 146명의 전문 EHS 인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 구조는 지속가능기술솔루션(STS)과 미션기술솔루션(MTS) 두 축으로 구성된다. STS 부문은 정유·화학·청정에너지 분야의 공정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MTS 부문은 미 국방부 및 NASA 등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임무 지원 서비스를 수행한다. 단순한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를 넘어, KBR은 첨단 기술과 국가 안보, 그리고 지구 환경이라는 세 가지 대명제를 동시에 다루는 복합 솔루션 기업이다.

사업의 본질적 특성상 KBR의 사업 현장은 극도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규모 정유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부터 해저 시설, 우주 기지 지원, 전쟁 지역 내 정부 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KBR의 인력은 언제나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고유 리스크 — 복잡성 그 자체가 위험이다

KBR이 직면하는 환경·안전·보건(EHS) 리스크는 단일 산업군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복수의 산업과 지역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리스크를 다층적으로 만든다.

첫째, 공정 안전 리스크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고온·고압의 화학 공정, 인화성 물질 취급, 폭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정유·가스 설비를 다룬다. 작업자 한 명의 실수가 대형 폭발이나 유해물질 누출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둘째, 건설 현장 리스크다. 대규모 플랜트 및 인프라 건설 현장에는 고소 작업, 중장비 운영, 굴착 및 지반 붕괴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KBR은 자체 인력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를 현장에서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안전 통제의 범위가 조직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

셋째, 글로벌 운영 리스크다. KBR은 8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수행하는데, 이는 각국 상이한 규제 환경, 문화적 안전 인식의 차이, 그리고 분쟁 지역까지 포함하는 극단적인 지리적 다양성을 의미한다. 국가별 법제도의 편차를 넘어 하나의 통일된 안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넷째, 하청 관리 리스크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실제 작업 인력의 상당 부분이 협력사 소속이다. 이들에 대한 안전 관리는 계약 관계로만 강제하기 어렵고, 진정한 안전 문화가 공급망 전체에 내재화되지 않으면 취약 지점이 생긴다.


주요 EHS 성과 — 숫자가 증명하는 문화의 힘

KBR은 2025년에 Zero Harm을 달성했으며, 이는 2024년의 94%에서 더욱 향상된 수준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재해 감소를 넘어, 회사 전체가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 문화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KBR은 2019년 이미 탄소 중립을 달성했으며, 이는 목표보다 2년 앞선 성과였다. 이후 KBR은 203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공표했다.

ESG 목표 달성을 임원 보상과 연동시키는 제도를 2021년부터 도입한 것도 주목할 만한 조치다. 이는 안전과 지속가능성이 경영진의 성과 평가에 직결되도록 구조화한 것으로, 선언적 수준의 ESG를 넘어 실질적인 책임 경영의 틀을 갖춘 사례로 평가된다.

KBR의 Zero Harm 플랫폼은 자사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사에도 파급 효과를 미쳤다. BP는 KBR이 참여한 대서양 해상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안전 관리 혁신을 통해 APM(영국 프로젝트관리협회)으로부터 2022년 안전 프로젝트 관리상을 수상했다.

2025년 EHS Today의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America's Safest Companies)' 선정은 이 같은 성과의 총체적인 인정이다. 이 상은 2002년에 시작되어 23년간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 우수 기업을 발굴·공표해 온 권위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300개에 가까운 수상 기업을 배출했다.


EHS 리더 — 닉 아나그노스투(Nick Anagnostou), VP of HSSE

KBR의 안전 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HSSE(Health, Safety, Security & Environment) 부문 부사장 닉 아나그노스투(Nick Anagnostou, CSP)다.

닉 아나그노스투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안전 경영인으로, 석유·가스 및 건설 산업에서 HSSE 관리 분야를 전담해 왔다. KBR의 부사장으로서 그는 복수의 사업 부문에 걸쳐 글로벌 HSSE 이니셔티브를 총괄하며, 사고 조사, 리스크 평가,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그는 머레이 스테이트 대학교(Murray State University)에서 산업안전보건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MW Kellogg, 재콥스 엔지니어링(Jacobs Engineering), 포스터 휠러(Foster Wheeler) 등 굵직한 엔지니어링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KBR에 합류했다.

KBR 내에서 그는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에서, KBR의 세 개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최고 수준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CSP(Certified Safety Professional)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HSE 아메리카 콩그레스 등 국제적인 산업 안전 포럼에서 연사로 활동하며 '보이지 않는 리더십(Invisible Leadership)'이라는 개념을 설파해 왔다.


리더십의 철학과 비전 —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올바른 일을 하라

닉 아나그노스투의 리더십 철학을 이해하는 열쇠는 두 가지 개념에 있다. 하나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Invisible Leadership)'이다.

그는 기업의 안전 관리 시스템 안에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변혁적 리더십이 공존해야 한다고 본다. 거래적 리더십은 측정 가능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안전을 강제하지만, 변혁적 리더십은 개인이 스스로 내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측정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그는 진정한 안전 문화란 눈에 보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옳은 일을 선택하는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경영 철학은 팀 지향적 접근을 핵심으로 한다.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옳은 선택을 스스로 내리도록 이끄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이 철학은 KBR의 제도 안에 구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그는 Zero Harm Absolutes를 "비타협적인 KBR 안전 기준"으로 규정하고, 이를 KBR의 모든 프로젝트와 사업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의 시각에서 각각의 절대 원칙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며, 모든 구성원이 일터와 가정, 일상 속에서 이를 진심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Zero Harm으로의 여정이 가능해진다.

KBR의 Stop Work Authority(SWA) 제도는 이 철학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다. 이 제도는 KBR 임직원, 하청업체, 고객사 누구든 안전 리스크가 명확하게 통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작업을 중단시킬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안전에 관한 한 직급이나 계약 관계를 막론하고 누구나 발언권을 갖는다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각인시키는 강력한 장치다.

또한 'Safety Energy Program'은 전 세계 사업장의 안전 이니셔티브 수준을 측정하는 선행 지표 프로그램으로, 안전 에너지가 높은 현장일수록 실제 사고 발생률이 낮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이다.

그가 이끄는 KBR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사람(People), 지구(Planet), 거버넌스(Governance) 세 영역을 중심으로 하며, 10개의 Zero Harm 기둥(Pillars)을 통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2030과 연계된 장기 목표를 추적·관리한다.


마무리 — 안전은 문화이며, 문화는 리더에서 시작된다

KBR의 사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도 제로(Zero)를 목표로 삼고 이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핵심에는 '규정 준수'가 아닌 '문화의 내재화'가 있으며, 이는 닉 아나그노스투가 수십 년에 걸쳐 강조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시사점은 KBR이 안전의 경계를 자사 직원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청업체와 고객사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로 Zero Harm 철학을 확장한 것은, 안전이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과제임을 인식한 결과다.

또한 ESG 목표를 임원 보상에 연동한 구조는, 선언적 안전 경영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역으로 드러내는 기준점이 된다. 최고 경영진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안전과 지속가능성에 직접 연결할 때, 비로소 조직의 우선순위가 진짜로 바뀐다.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시각과 안전을 경쟁력으로 보는 시각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KBR은 그 거리를 수십 년의 문화 투자로 좁혀왔으며, 2025년 'America's Safest Companies' 수상은 그 여정에 대한 업계의 명확한 평가다.


2026년 3월 21일 토요일

규정의 천장을 걷어낸 기업 — 세반 멀티사이트 솔루션즈,

Sevan Multi-Site Solutions, Inc.는, Fortune과 Great Place to Work®가 공동 선정하는 '건설업 최고의 직장' 리스트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으며, 2024년에는 소·중규모 기업 부문 24위를 기록했다. 


1. 회사의 비즈니스 특징

Sevan Multi-Site Solutions, Inc.는 2011년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82공수사단과 제10특전단에서 복무한 군 장교 출신 Jim Evans를 비롯한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들이 창업한 재향군인 소유(veteran-owned) 건설·프로그램 관리 기업이다. 본사는 시카고 인근 일리노이주 다우너스그로브(Downers Grove)에 위치해 있다.

창업 당시부터 이 회사가 내건 비전은 단순하면서도 야심차다. 다수의 거점을 운영하는 조직에 혁신적인 설계, 프로그램 관리, 시공 서비스,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전은 창업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실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단일 현장을 넘어 수백, 수천 개의 분산된 현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다중 거점(Multi-Site)' 전문성이다. 제공 서비스는 프로그램 관리, 부동산 및 개발, 건축·엔지니어링, 시공, 토목, 용도 지역 및 허가, 현실 포착 및 BIM 서비스, 기술 및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턴키(turnkey) 방식의 전방위 솔루션을 아우른다. 프로젝트의 최초 구상부터 완공 이후 관리까지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원스톱 서비스 구조다.

클라이언트 포트폴리오는 이 회사의 위상을 명확히 말해준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월마트, 크로거, 7-일레븐, 치폴레, 월그린, 아마존, 아브라스(Amtrak), BP, DaVita, HCA 헬스케어, 짚 뤼브(Jiffy Lube), 팝아이즈, QDOBA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들이 Sevan을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 재향군인부(VA) 등 정부 기관과의 협업도 주요 사업 축을 형성한다.

사업 영역은 레스토랑, 식료품, 연료·편의점, 소매, 의료·약국, 주택·숙박, 정부 분야 등 7개 핵심 부문에 걸쳐 있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신축, 리모델링, 개보수, 개선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약 400명 이상의 직원이 미국, 영국, 캐나다에 걸쳐 근무하고 있다.

설립 이후 21,000개 이상의 소매 매장과 14,000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리뉴얼하고, 28,000건 이상의 현장 조사를 완료한 누적 실적은 이 회사가 단순한 건설사가 아닌, 다중 거점 운영의 복잡성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전문 플랫폼 기업임을 방증한다.

창업의 뿌리인 군 정신은 회사 운영 전반에 깊이 배어 있다. 명확한 계획, 철저한 실행, 책임의식이라는 군 조직의 원칙이 다중 거점 프로그램 관리에 그대로 적용되어, 클라이언트에게 더욱 단순하고, 빠르고, 예측 가능한 성과를 제공한다. Evans 자신이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부터 Sevan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사업이 아니라 미션처럼 운영되어야 한다고."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안전 컨설팅으로의 사업 확장이다. 안전 컨설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여, 다른 기업들이 자체 안전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맞춤형 평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 서비스를 외부에 제공하고 있다. 안전이 회사 내부의 실천 원칙에서 나아가, 외부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자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한 것이다.

회사의 핵심 가치는 다섯 가지로 정의된다. 청렴(Integrity), 존중(Respect), 팀워크(Teamwork), 탁월함(Excellence), 자선(Charity)이 모든 운영의 토대를 이룬다. 이 가운데 자선(Charity)을 핵심 가치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은 군 정신과 사회적 책임감이 뒤섞인 이 회사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드러낸다.


2. 회사에 잠재된 환경·안전·보건의 고유 리스크

Sevan이 수행하는 사업은 구조적으로 복합적인 EHS 리스크를 내포한다. 단일 건설 현장의 위험과 달리, 전국 수백 개 현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다중 거점 구조는 리스크의 종류도, 관리의 난이도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소 작업(Work at Heights)

건설·리모델링 업무에서 고소 작업은 피할 수 없다. 이동식 고소 작업대, 비계, 지붕 작업 등 다양한 형태의 고소 환경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건설업에서 추락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 재해를 유발하는 원인이며, 이는 Sevan이 안전 절대 원칙(Safety Absolutes)에서 가장 먼저 명시한 항목이기도 하다.

잠금·태그아웃(Lockout/Tagout, LOTO)

기존 시설물의 개보수를 주요 업무로 삼는 Sevan에게, 운영 중인 상업 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위험은 특히 까다롭다. 영업 중인 식당이나 편의점, 의료 시설에서의 작업은 예상치 못한 에너지원 활성화 위험을 항상 수반한다. 기계 설비, 전기, 유압, 공압 에너지를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은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타협적인 절차 준수가 요구된다.

굴착 및 트렌칭(Trenching and Excavations)

신규 부지 개발과 지하 배관 공사, 기초 공사 과정에서 굴착은 불가피하다. 지반 붕괴(Trench Collapse)는 발생 즉시 매몰 사망으로 이어지는 급성 위험이며, 현장 지반 조건이 부지마다 다른 다중 거점 특성상, 표준화된 절차 적용이 더욱 중요하다.

크레인 및 리깅(Cranes and Rigging)

중장비를 활용한 자재 인양은 인양물 낙하, 장비 전도, 충돌 등 여러 위험 요인을 동반한다. 특히 운영 중인 쇼핑몰, 주유소, 레스토랑 인근에서 진행되는 공사에서는 일반 시민과의 접근 통제도 추가적인 리스크 요소다.

밀폐 공간(Confined Space) 진입

오래된 시설물의 지하 맨홀, 탱크, 배관 공간은 산소 결핍, 독성 기체, 가연성 기체 등이 축적되기 쉽다. 환기 불량 상태에서의 진입은 수 분 내에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열 질환(Heat Illness)

전국에 분산된 현장에서의 외부 작업, 특히 남부·서부 지역의 여름철 고온 환경은 열사병, 열탈진 등 열 관련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Sevan은 이에 대응해 강화된 열 질환 예방 프로토콜을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지하 매설물(Underground Utility Avoidance)

부지 굴착 시 지하 매설된 가스관, 전력선, 통신선, 상하수도관을 손상시킬 경우 폭발, 화재, 감전, 공공 서비스 중단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수행되는 Sevan의 사업 특성상, 지역마다 매설물 현황이 상이하여 표준화된 사전 탐지 절차가 필수적이다.

분산 현장 관리의 구조적 도전

단일 현장이 아닌 전국 수백 개 현장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사업 구조 자체가 EHS 관리의 근본적 난제다. 현장마다 지역 규정이 다르고, 하도급 업체의 안전 수준도 상이하며, 현장 감독자의 역량 편차도 존재한다. 이 모든 현장에서 일관된 안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어떤 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Sevan이 표준화된 절차와 기술 시스템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회사의 환경·안전·보건 주요 성과

Sevan의 안전 성과는 숫자, 인증, 그리고 업계 평판 세 차원에서 모두 두드러진다. 어느 하나가 아닌 세 영역이 모두 정합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 회사의 안전 문화가 진정성 있음을 방증한다.

핵심 수치 실적

가장 강력한 증거는 숫자다. 창업 이래 경험수정률(EMR, Experience Modification Rate)이 줄곧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해율은 전국 평균보다 84%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3년간 무(無) 근로 손실 재해(Zero Lost-Time Incidents)를 달성했으며, EMR은 0.91을 유지하고 총 기록 재해율(TRIR)도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EMR(경험수정률)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보험사가 기업의 산재 보험료를 산정할 때 활용하는 지표로, 1.0이 업계 평균이다. 1.0 미만은 평균보다 재해가 적다는 의미이며, 0.91이라는 수치는 우수한 안전 관리의 결과다. TRIR(총 기록 재해율)은 OSHA 기준의 기록 대상 재해가 근로자 100명당 연간 몇 건 발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 미만은 건설업에서 매우 우수한 수치에 해당한다.

창업 이후 10년간 현장 사고 제로를 달성했다는 사실도 이 회사의 안전 실적이 얼마나 일관적으로 유지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대외 인증 및 수상 실적

인증과 수상 이력 역시 탄탄하다. 가장 최근의 성과는 2025년 EHS Today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America's Safest Companies)' 전국 6개사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이 상은 리더십의 지지, 직원 참여, 혁신적 안전 솔루션, 업계 평균 이하의 재해율,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 예방 중심 문화, 효과적 의사소통 등 다각적인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인정이다.

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ABC)로부터의 인증도 주목할 만하다. ABC의 STEP(Safety Training Evaluation Process) 안전 관리 시스템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는데,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BLS) 건설업 평균 대비 약 6배 안전한 성과를 의미한다. STEP 등급은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래티넘은 그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

2025년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BC Convention 2025에서 '국가 안전 우수상(National Safety Excellence Award)'을 수상했으며, 이 상은 전국 52개 건설사에만 수여된 매우 제한적인 인정이다. 수상 기업은 자기 평가 점수, 근무일 손실 재해율, 총 기록 재해율, 선행 지표 활용도, 프로그램 혁신성, 인터뷰 등 다각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안전 프로그램 'Elevate'는 API WorkSafe 인증을 취득한 제3자 공인 프레임워크로, 단순한 내부 프로그램이 아닌 외부 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검증된 체계임을 의미한다.

평판 — 직장 문화와 성장성

안전 외 분야의 평판도 안전 문화의 깊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2025년 Great Place to Work® 인증을 12년 연속 획득하고, ENR(Engineering News-Record)의 2025년 상위 프로그램 관리 기업 45위, 시공 관리 기업 7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전하지 않은 직장이 12년 연속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 인증을 받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 지속적 인정은 안전 문화의 진정성에 대한 강력한 방증이다.

Fortune과 Great Place to Work®가 공동 선정하는 '건설업 최고의 직장' 리스트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으며, 2024년에는 소·중규모 기업 부문 24위를 기록했다. 또한 Crain's Chicago Business가 선정하는 시카고 지역 최대 민간 기업 리스트에도 3년 연속 포함되었다. 안전과 성장이 상충하지 않음을 이 회사는 그 존재 자체로 증명하고 있다.


4. 환경·안전·보건 리더 소개

Sevan의 안전 문화를 실질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안전 철학의 최종 결정권자인 창업자 CEO Jim Evans와, 그 철학을 현장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안전 담당 부사장 Chris Carter다.

Jim Evans — 창업자 겸 CEO

Jim Evans는 1983년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1992년 듀크대학교 후쿠아 경영대학원(Fuqua School of Business)에서 MBA를 마쳤다. 학업 이후 1983년부터 2000년까지 17년간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82공수사단과 제10특전단에 배속되었고, 공수, 레인저, 특전사, SERE(생존·탈출·저항·도피), 마스터 낙하산 강하, HALO(고고도 저낙하) 낙하산 강하 자격을 취득하는 등 9개국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군 전역 이후 Evans는 금융과 글로벌 개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JP모건 체이스에서의 경험을 거쳐, Lendlease에 합류하여 미국 전역 40개 군 기지에 걸친 4만 가구 군인 가족 주택을 민영화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사업을 이끌었다. 이후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Lendlease 재직 중 BP와의 합작 얼라이언스를 이끌며 미국, 멕시코, 13개 유럽 국가의 소매 현장에 대한 프로그램 관리를 수행했다.

2011년, 이 모든 경험을 집약하여 Sevan을 창업했다. 군 복무를 통해 체득한 명확한 계획과 철저한 실행, 책임의식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비즈니스에 이식했다.

Evans는 경영자이자 사회 기여자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2017년 세반 자선 재단(Sevan Charitable Foundation, 501(c)(3))을 설립하여 로날드맥도날드 하우스 자선재단, 피셔 하우스 재단, 백혈병·림프종 협회, USO 등을 지원하고 있다. USO 일리노이 자문 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국가 안보를 위한 비즈니스 리더 모임인 BENS(Business Executives for National Security)의 회원이기도 하다.

Chris Carter, CSP — 안전 담당 부사장

안전 전략의 실무적 구현자는 Chris Carter다. Carter는 Sevan의 안전 담당 부사장으로, 중공업, 석유·가스, 화학, 토목 건설, 전력, 인프라, 상업 건축, 통신, 주거 건설 등 다양한 산업을 망라하는 20년 이상의 안전·위험관리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Bechtel Corporation에서 HSES(보건·안전·환경·보안) 부관리자로 근무하면서 낙하물 예방 지침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한 이력이 있으며, 이 경험은 Sevan에서의 안전 절대 원칙 수립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

자격 면에서 Carter는 미국 안전 전문가 학회(ASSP)가 공인하는 공인 안전 전문가(CSP, Certified Safety Professional)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인 OSHA 강사(Authorized OSHA Instructor) 자격도 갖추고 있다. Construction Tech Review로부터 '2023년 상위 10대 안전 리더'로 선정된 바 있다.

Sevan 내부에서는 모든 부서와 협력하여 혁신적인 리스크 완화 전략을 수립하고 전문성 개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ABC의 기술 및 혁신 위원회 전국 위원으로 활동하며 업계 표준과 모범 사례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Carter가 Sevan의 안전 철학을 가장 잘 압축한 문장은 이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그것이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동력이다."


5. 리더가 제시한 철학, 방침, 비전 — 구체적 리더십의 실체

Sevan의 안전 리더십이 여타 기업과 다른 점은 철학이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 제도와 행동 양식으로 체현된다는 것이다. 이를 주요 영역별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핵심 철학 — 규정은 바닥이지 천장이 아니다

Sevan에서 안전 규정 준수는 기준의 '바닥'이지 '천장'이 아니다. ANSI/ASSP Z10 프레임워크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규제 요건을 초과하는 다수의 모범 사례를 안전관리시스템에 통합하고 있다. Carter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Sevan에서 안전은 요건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이자, 차별화 요소이며, 매일 살아 내는 헌신이다."

이 철학은 의사결정의 기준선을 바꾼다.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설정할 것인가가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군 출신 창업자들이 내재화한 미션 중심의 사고방식이 안전 문화에도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구체적 방침 1 — 현장 진입 전 위험 평가 의무화

모든 작업 인원과 하도급 업체는 매일 서명 체크인을 실시하고, 작업 시작 전 STARRT(Safety Task Analysis Risk Reduction Talk) 프로세스를 통한 사전 위험 평가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STARRT는 사전 정의된 범위와 작업을 지능형 로직으로 안내하여 팀이 안전 조치를 계획하고 소통하도록 유도하며, 작업 시작 전 적절한 통제 조치가 효과적으로 논의되고 적용되도록 문서화를 간소화한다.

이 절차는 번거롭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핵심이다. 매일 아침 작업 전 위험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통제 방안을 팀 전체가 공유하는 행위는, 안전을 습관으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구체적 방침 2 — 추락 방지 절대 기준

이동식 고소 작업대와 비계에서의 100% 추락 방지를 의무화하며, 군 특수 요건을 포함하여 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보다 자동 수축 줄(Self-Retracting Lanyard)을 우선 적용한다. 추락 방지는 선택이 아닌 절대 기준이며, 예외는 없다.

구체적 방침 3 — PPE의 급진적 업그레이드

타입 2 안전모, 등 충격 보호대(Dorsal Impact Protection), 내절단 장갑(Cut-Resistant Gloves), 이중 자동 수축 안전 줄(Dual Self-Retracting Lifelines) 등 개인보호장비를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전 작업 인원에게 고가시성 복장과 긴 바지 착용을 의무화하고, 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량물 제한 및 팀·기계 리프팅 프로토콜도 시행하고 있다.

PPE는 종종 마지막 방어선으로 취급되지만, Sevan은 그 마지막 방어선 자체의 품질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구체적 방침 4 — 안전 절대 원칙(Safety Absolutes)

고소 작업, 잠금·태그아웃, 굴착 및 트렌칭, 크레인 및 리깅, 밀폐 공간 진입 등 고위험 활동에 대해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과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비타협적 기대치인 '안전 절대 원칙'을 명문화했다. 여기에 더해 확장된 배제 구역, 엄격한 추락 방지 기준, 강화된 열 질환 프로토콜, 개정된 비상 대응 계획, 지하 매설물 회피 절차 등의 추가 규정도 시행하고 있다.

이 '절대 원칙'의 핵심은 이름에 있다. '가능하면', '원칙적으로'가 아닌 '절대(Absolute)'라는 표현이 타협의 여지를 완전히 제거한다.

구체적 방침 5 — 기술 기반 안전 관리

바코드 스캔 기능이 탑재된 클라우드 기반 안전 데이터 시트 전자 라이브러리를 도입하여 현장에서 즉각적인 화학물질 정보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사용자가 실제 현장 조건에 맞는 작업별 위험성 평가(JHA)를 생성할 수 있는 JHA 창작 도구를 개발 중이다. Procore 시스템 내에서 폐기물 감소와 재활용에 대한 실시간 추적을 포함한 일일 QC 로그, 하도급 업체 감사가 모든 프로젝트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교육 체계 — Sevan University

교육 콘텐츠는 공인 OSHA 강사들이 자체 제작하며, 내부 학습관리시스템 'Sevan University'를 통해 각 직책별 맞춤 학습 계획과 전문성 개발 과정, 경영진 교육까지 제공한다. 전 직원의 약 82%가 OSHA 30시간 교육을 이수했으며, 이는 임원과 CEO를 포함한 모든 감독자에게 요구되는 필수 사항이다. CEO도 현장 작업자와 동일한 안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안전이 계층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 않음을 제도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Elevate Safety Program' — 행동 소유권의 제도화

Elevate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안전 문화이자 사고방식이다. 제3자 인증 프레임워크로서 지속적 개선, 책임의식, 선제적 위험 관리를 추진하며, ANSI Z10 안전관리 시스템 표준에 부합하고, 선제적 프로세스, 맞춤 교육, 자동화된 스마트 위험 평가 도구를 통합하고 있다.

Sevan Salute는 안전 교육 이수, 아차사고(near miss) 신고, 회사 가치 실천 등에 대해 배지와 포상을 부여하는 인정 프로그램이다. 안전 행동을 처벌의 회피가 아닌 긍정적 보상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근접 재해 챌린지(Near Miss Challenge)'다. 아차사고 한 건 신고 당 7달러를 지급하고, 그 수익금을 건설업 자살 예방 협회(Construction Association for Suicide Prevention)에 기부하는 이 이니셔티브는 신고 건수를 기록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의미 있는 사회적 목적에도 기여했다. 아차사고 신고를 장려하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많은 현장에서 아차사고는 은폐되거나 축소 신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전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대의를 결합한 이 접근법은 신고를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만들면서도 자발적 참여를 극적으로 높였다.

CEO 리더십의 연결 — 안전은 경영자의 언어로

CEO Jim Evans는 대부분의 전체 회의, 안전 리더십 회의, 안전위원회 회의를 안전 관련 메시지로 시작하며, 모든 안전 정책 및 절차 변경 사항을 직접 검토하고 자신의 기준에 부합할 때 최종 승인을 내린다. 안전이 CEO의 직접적 관심 영역임을 조직 전체가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구조다.

사고 발생 시에도 경영진은 즉각 개입한다. 사고 발생 즉시 담당 감독자와 안전부서에 보고되며, CEO를 포함한 경영진도 60분 이내에 통보를 받는다. 이 60분 보고 원칙은 안전을 경영의 핵심 언어로 만드는 장치다.

Evans가 직접 창설한 Sevan Annual Safety Excellence Awards는 연례 심포지엄에서 직원, 고객사, 협력업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망라하여 안전에 기여한 이들을 공개적으로 치하한다. 이 시상은 내부 직원에 그치지 않고 외부 협력사까지 포함함으로써, 안전 문화가 Sevan의 경계를 넘어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도록 유도한다.

CEO Evans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들은 우리가 탁월하게 실행하기를 신뢰한다. 단순한 실행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람들을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ABC STEP 플래티넘 획득은 회사 전반에 우리가 구축해온 안전 우선 문화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현장, 매일, 우리 팀이 보여주는 깊은 헌신의 반영이다."


6. 마무리 — 시사점

EHS Today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 6곳 중 하나로 Sevan을 선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회사는 안전을 규정 준수의 문제가 아닌, 기업 정체성과 경쟁 전략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Carter는 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안전은 우리 운영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문화, 전략, 정체성의 토대다. 우리의 안전 성과는 의도적 투자, 혁신적 도구, 모든 차원에서 책임을 우선시하는 사람 중심 접근법의 결과다."

이 문장은 한국 기업에 주는 가장 핵심적인 시사점을 담고 있다. 안전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기업과 안전을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기업은, 안전 투자의 규모가 같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비용으로 보는 기업은 법이 요구하는 최소치를 찾고, 정체성으로 보는 기업은 스스로 더 높은 기준을 설정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많은 한국 기업이 처벌 회피를 목적으로 안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규정을 천장으로 인식하는 수동적 대응이다. Sevan의 사례는 규정을 바닥으로 인식하는 능동적 접근이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를 구체적 수치와 제도로 보여준다.

특히 CEO의 직접 관여, 표준화된 현장 절차, 디지털 기술 기반의 관리 시스템,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참여 유도, 안전 문화의 공급망 전체 확산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의 결합은, 어느 하나가 빠져도 완성되지 않는 안전 생태계를 구성한다.

ABC의 2025년 이사회 의장 David Pugh는 이렇게 평가했다. "Sevan은 현장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헌신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기념하고 기려야 한다. Sevan의 리더십과 직원들은 매일, 안전에 타협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선택을 하며, 모든 직원이 매일 동일하거나 더 나은 상태로 현장을 떠나도록 끊임없이 보장한다."

안전은 규정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사람이 만들고, 문화가 지탱하고, 리더가 매일 선택함으로써 유지된다. Sevan이 그것을 증명했다.


2026년 3월 14일 토요일

브랜드 신뢰는 공급망에서 무너진다 — 2026 분유 리콜의 해석

글로벌 분유 리콜 사태가 드러낸 것들: 공급망, 신뢰, 그리고 독립성의 가치


2026년 초, 세계 분유 시장에 조용한 충격이 찾아왔다. 네슬레, 다논, 락탈리스 등 수십 년 역사를 지닌 거대 유제품 기업들이 연달아 자사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인은 특정 아라키돈산(ARA) 오일 공급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원료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생성하는 세레울리드(cereulide) 독소가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이 독소는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며, 무엇보다 열에 강해 생산 공정 중 살균 처리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식품에서 이런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리콜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졌다. 네슬레는 37개국 이상에서 영유아용 분유를 자발적으로 회수했고, 다논도 일부 제품의 회수를 발표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170여 개 분유 제품이 회수 대상에 올랐으며, 피해는 60개국 이상으로 확산되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해외 직구로 유입된 리콜 제품이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 유통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고, 소비자원은 구매 전 리콜 여부 확인을 당부했다.

왜 이렇게 넓게 퍼졌는가 — 공급망 집중의 함정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경영적 교훈은 '어디서 터졌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넓게 퍼졌는가'에 있다. 핵심은 단 하나의 글로벌 공급업체가 여러 대형 제조사에 동일한 원료를 납품했다는 구조적 문제다.

현대 식품 산업에서 아라키돈산 오일 같은 특수 기능성 성분은 소수의 전문 공급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품질이 검증된 대형 공급업체에 집중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고 관리가 편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논리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공급망이 하나의 노드에 집중될수록, 그 노드의 실패는 산업 전체의 실패가 된다. 네슬레의 문제도, 다논의 문제도, 락탈리스의 문제도 결국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 각사가 아무리 자체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더라도, 오염된 원료가 들어오는 순간 그 시스템은 무력해진다.

이것이 공급망 리스크의 본질이다. 리스크는 눈에 보이는 자사 공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급망의 상류에 숨어 있다.

대기업의 품질 관리도 허술해지는 이유

네슬레와 다논은 글로벌 식품 산업에서 품질 관리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기업들이다. 수백 개의 공장, 수천 명의 품질 관리 인력, ISO 인증과 HACCP 시스템.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사태를 막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검사의 사각지대 문제다. 기업이 납품받는 원료의 종류는 수십, 수백 가지에 달한다. 각각의 원료에 대해 모든 가능한 오염 물질을 전수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사 항목은 과거의 사고 이력과 규제 기준을 따라 설계되는데, 세레울리드 독소처럼 상대적으로 드문 오염원은 표준 검사 항목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규모가 만드는 역설이다. 기업이 커질수록 공급망은 복잡해지고, 각 공급업체와의 관계는 계약과 인증서 중심으로 관리된다. 실질적인 현장 검증보다 서류 검토가 중심이 되는 구조에서, 공급업체의 실제 생산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기업의 품질 관리 시스템은 자사 공정을 정밀하게 관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협력사의 내부 문제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는 않다.

세 번째는 비용 압력이다. 품질 관리에 쏟는 자원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따른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원가를 줄이고 마진을 지키려는 압력은 공급망 검증의 깊이와 빈도를 갉아먹는다. 이것은 악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인 유인의 결과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과잉 검증은 낭비처럼 보인다.

HiPP는 왜 살아남았는가 — 독립성의 전략적 가치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독일 HiPP 분유가 리콜을 피했다는 사실이다. HiPP는 독립적인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HiPP는 유기농 분유 시장에서 오랫동안 독자적인 원료 조달 철학을 고수해 왔다. 글로벌 공급업체가 아닌, 직접 관리하거나 긴밀하게 협력하는 소수의 전문 농가와 생산자 네트워크를 통해 원료를 수급한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고, 스케일 확장에도 제약이 생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선택이 단순한 품질 철학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전략이었음을 입증했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HiPP의 생존은 '집중화의 효율'과 '분산화의 회복력' 사이의 선택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효율을 위해 집중화된 공급망을 선택했고, HiPP는 회복력을 위해 분산되고 독립적인 공급망을 유지했다. 위기가 없는 시기에는 전자가 우월해 보인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온 순간, 승자는 후자였다.

이것은 단지 분유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원료, 식품 첨가물. 글로벌 공급망의 집중화가 가속화된 모든 산업에서 동일한 구조적 취약성이 잠재해 있다.

이 사태가 경영자에게 던지는 질문

이번 분유 리콜 사태는 단순한 식품 안전 사고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글로벌 공급망 시대의 경영 구조가 가진 근본적 취약성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우리 공장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은 이제 충분하지 않다. 진짜 리스크는 종종 내 공장 밖, 협력사의 협력사 어딘가에 있다. 공급망을 단순히 원가와 납기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리스크의 지형도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공급업체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그 공급업체가 무너지면 나는 어디까지 함께 무너지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HiPP의 사례는 '느리고 비싼 길'이 때로는 '가장 현명한 길'임을 보여준다. 단기 효율의 극대화가 장기 생존의 리스크를 높이는 아이러니. 그 아이러니를 직시하는 경영자만이, 다음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살아남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알레오 인사이트


① 공급망 집중은 '효율'이 아니라 '부채'다: 단일 공급업체 의존 구조는 평시에는 원가 절감으로 보이지만, 위기 시에는 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돌변한다. 이번 사태에서 네슬레·다논·락탈리스가 동시에 무너진 것은 각사의 품질 관리 실패가 아니라, 동일한 공급망 노드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적으로 공급망 집중도(Supplier Concentration Risk)는 반드시 정량화하고 한도를 설정해야 할 재무 리스크다.

② 품질 관리 시스템은 '내 공장'만 보고 있다: HACCP, ISO 22000, 자체 품질 감사. 대기업들이 갖춘 시스템은 자사 공정(In-house Process)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오염은 공급망의 상류(Upstream)에서 내려온다. 진정한 리스크 관리는 Tier 1 공급업체를 넘어 Tier 2, Tier 3까지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공장은 안전하다'는 말은 이제 절반짜리 답변이다.

③ HiPP의 생존은 '운'이 아니라 '구조'였다: 독립 공급망을 유지한 HiPP가 이번 리콜에서 제외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단기 비용 효율을 포기하고 공급망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리스크 관리론에서 이를 'Resilience over Efficiency(효율보다 회복력)' 전략이라 부른다. 위기가 없는 시기에는 낭비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오면 생존의 이유가 된다.

④ 브랜드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영유아 식품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는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이자 핵심 자산이다. 네슬레와 다논은 수십 년간 그 신뢰를 쌓아왔다. 그러나 공급망 한 곳의 오염이 그 자산 전체를 위협했다. 무형자산(브랜드)의 리스크 관리는 결국 유형 공급망의 리스크 관리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다시 한번 증명했다.

⑤ 규제 대응에서 선제적 자발적 리콜로의 패러다임 전환: 네슬레가 규제 당국의 명령 이전에 자발적 리콜을 선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단기적 비용과 주가 타격을 감수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은, 규제 리스크보다 브랜드 리스크를 더 크게 판단한 전략적 선택이다. 위기 대응에서 '얼마나 빨리 인정하고 움직이느냐'는 사후 평판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 결론 ]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식품 안전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시대의 경영 구조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의 노출이다. 효율 극대화를 위해 설계된 공급망은 동시에 리스크 전파 속도를 극대화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경영자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공급망에서 하나의 노드가 무너지면, 얼마나 많은 것이 함께 무너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