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S Today 선정 '2025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 수상
회사 소개 — 과학, 기술, 공학으로 세계를 설계하다
KBR은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방산 계약 기업으로, 항공우주와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과학·기술·공학 솔루션을 제공한다.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38,000명의 임직원이 169개 사업장에서 활동하고, 146명의 전문 EHS 인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 구조는 지속가능기술솔루션(STS)과 미션기술솔루션(MTS) 두 축으로 구성된다. STS 부문은 정유·화학·청정에너지 분야의 공정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MTS 부문은 미 국방부 및 NASA 등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임무 지원 서비스를 수행한다. 단순한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를 넘어, KBR은 첨단 기술과 국가 안보, 그리고 지구 환경이라는 세 가지 대명제를 동시에 다루는 복합 솔루션 기업이다.
사업의 본질적 특성상 KBR의 사업 현장은 극도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규모 정유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부터 해저 시설, 우주 기지 지원, 전쟁 지역 내 정부 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KBR의 인력은 언제나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고유 리스크 — 복잡성 그 자체가 위험이다
KBR이 직면하는 환경·안전·보건(EHS) 리스크는 단일 산업군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복수의 산업과 지역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리스크를 다층적으로 만든다.
첫째, 공정 안전 리스크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고온·고압의 화학 공정, 인화성 물질 취급, 폭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정유·가스 설비를 다룬다. 작업자 한 명의 실수가 대형 폭발이나 유해물질 누출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둘째, 건설 현장 리스크다. 대규모 플랜트 및 인프라 건설 현장에는 고소 작업, 중장비 운영, 굴착 및 지반 붕괴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KBR은 자체 인력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를 현장에서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안전 통제의 범위가 조직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
셋째, 글로벌 운영 리스크다. KBR은 8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수행하는데, 이는 각국 상이한 규제 환경, 문화적 안전 인식의 차이, 그리고 분쟁 지역까지 포함하는 극단적인 지리적 다양성을 의미한다. 국가별 법제도의 편차를 넘어 하나의 통일된 안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넷째, 하청 관리 리스크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실제 작업 인력의 상당 부분이 협력사 소속이다. 이들에 대한 안전 관리는 계약 관계로만 강제하기 어렵고, 진정한 안전 문화가 공급망 전체에 내재화되지 않으면 취약 지점이 생긴다.
주요 EHS 성과 — 숫자가 증명하는 문화의 힘
KBR은 2025년에 Zero Harm을 달성했으며, 이는 2024년의 94%에서 더욱 향상된 수준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재해 감소를 넘어, 회사 전체가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 문화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KBR은 2019년 이미 탄소 중립을 달성했으며, 이는 목표보다 2년 앞선 성과였다. 이후 KBR은 203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공표했다.
ESG 목표 달성을 임원 보상과 연동시키는 제도를 2021년부터 도입한 것도 주목할 만한 조치다. 이는 안전과 지속가능성이 경영진의 성과 평가에 직결되도록 구조화한 것으로, 선언적 수준의 ESG를 넘어 실질적인 책임 경영의 틀을 갖춘 사례로 평가된다.
KBR의 Zero Harm 플랫폼은 자사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사에도 파급 효과를 미쳤다. BP는 KBR이 참여한 대서양 해상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안전 관리 혁신을 통해 APM(영국 프로젝트관리협회)으로부터 2022년 안전 프로젝트 관리상을 수상했다.
2025년 EHS Today의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America's Safest Companies)' 선정은 이 같은 성과의 총체적인 인정이다. 이 상은 2002년에 시작되어 23년간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 우수 기업을 발굴·공표해 온 권위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300개에 가까운 수상 기업을 배출했다.
EHS 리더 — 닉 아나그노스투(Nick Anagnostou), VP of HSSE
KBR의 안전 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HSSE(Health, Safety, Security & Environment) 부문 부사장 닉 아나그노스투(Nick Anagnostou, CSP)다.
닉 아나그노스투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안전 경영인으로, 석유·가스 및 건설 산업에서 HSSE 관리 분야를 전담해 왔다. KBR의 부사장으로서 그는 복수의 사업 부문에 걸쳐 글로벌 HSSE 이니셔티브를 총괄하며, 사고 조사, 리스크 평가,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그는 머레이 스테이트 대학교(Murray State University)에서 산업안전보건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MW Kellogg, 재콥스 엔지니어링(Jacobs Engineering), 포스터 휠러(Foster Wheeler) 등 굵직한 엔지니어링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KBR에 합류했다.
KBR 내에서 그는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에서, KBR의 세 개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최고 수준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CSP(Certified Safety Professional)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HSE 아메리카 콩그레스 등 국제적인 산업 안전 포럼에서 연사로 활동하며 '보이지 않는 리더십(Invisible Leadership)'이라는 개념을 설파해 왔다.
리더십의 철학과 비전 —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올바른 일을 하라
닉 아나그노스투의 리더십 철학을 이해하는 열쇠는 두 가지 개념에 있다. 하나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Invisible Leadership)'이다.
그는 기업의 안전 관리 시스템 안에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변혁적 리더십이 공존해야 한다고 본다. 거래적 리더십은 측정 가능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안전을 강제하지만, 변혁적 리더십은 개인이 스스로 내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측정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그는 진정한 안전 문화란 눈에 보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옳은 일을 선택하는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경영 철학은 팀 지향적 접근을 핵심으로 한다.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옳은 선택을 스스로 내리도록 이끄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이 철학은 KBR의 제도 안에 구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그는 Zero Harm Absolutes를 "비타협적인 KBR 안전 기준"으로 규정하고, 이를 KBR의 모든 프로젝트와 사업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의 시각에서 각각의 절대 원칙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며, 모든 구성원이 일터와 가정, 일상 속에서 이를 진심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Zero Harm으로의 여정이 가능해진다.
KBR의 Stop Work Authority(SWA) 제도는 이 철학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다. 이 제도는 KBR 임직원, 하청업체, 고객사 누구든 안전 리스크가 명확하게 통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작업을 중단시킬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안전에 관한 한 직급이나 계약 관계를 막론하고 누구나 발언권을 갖는다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각인시키는 강력한 장치다.
또한 'Safety Energy Program'은 전 세계 사업장의 안전 이니셔티브 수준을 측정하는 선행 지표 프로그램으로, 안전 에너지가 높은 현장일수록 실제 사고 발생률이 낮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이다.
그가 이끄는 KBR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사람(People), 지구(Planet), 거버넌스(Governance) 세 영역을 중심으로 하며, 10개의 Zero Harm 기둥(Pillars)을 통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2030과 연계된 장기 목표를 추적·관리한다.
마무리 — 안전은 문화이며, 문화는 리더에서 시작된다
KBR의 사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도 제로(Zero)를 목표로 삼고 이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핵심에는 '규정 준수'가 아닌 '문화의 내재화'가 있으며, 이는 닉 아나그노스투가 수십 년에 걸쳐 강조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시사점은 KBR이 안전의 경계를 자사 직원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청업체와 고객사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로 Zero Harm 철학을 확장한 것은, 안전이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과제임을 인식한 결과다.
또한 ESG 목표를 임원 보상에 연동한 구조는, 선언적 안전 경영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역으로 드러내는 기준점이 된다. 최고 경영진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안전과 지속가능성에 직접 연결할 때, 비로소 조직의 우선순위가 진짜로 바뀐다.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시각과 안전을 경쟁력으로 보는 시각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KBR은 그 거리를 수십 년의 문화 투자로 좁혀왔으며, 2025년 'America's Safest Companies' 수상은 그 여정에 대한 업계의 명확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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