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 세반(Sevan)에서 배우는 안전 경영의 본질
2026년 1월 9일
오늘은 환경안전보건 베스트 프랙티스로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상을 수상한 세반 멀티사이트 솔루션즈, Inc.(Sevan Multi-Site Solutions, Inc.)의 사례를 소개한다. 전국 각지의 건설·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멀티사이트 전문 기업인 세반은, 미국의 안전보건 전문 미디어 EHS Today가 매년 수여하는 "America's Safest Companies" 상을 수상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상은 단순히 사고 건수가 낮은 기업이 아니라, 안전을 조직 문화의 중심에 두고 시스템적으로 실천해 온 기업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이다. 세반은 과연 어떻게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가. 그 비결을 하나씩 살펴본다.
규정 준수가 아닌 규정 초과를 기준으로 삼다
세반의 안전 철학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대부분의 기업이 OSHA 기준을 목표로 삼을 때, 세반은 그것을 최소한의 출발선으로 규정한다. ANSI/ASSP Z10 기반 안전경영 시스템 위에 자체적으로 더욱 강화된 기준을 더해 운영하며, 준수는 시작일 뿐이라는 철학을 조직 전반에 내재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가 세반의 안전 수준을 업계 평균과 근본적으로 다른 궤도에 올려놓는 첫 번째 동력이다.
CEO가 직접 안전을 이끈다
세반에서 안전은 안전팀만의 영역이 아니다. CEO가 대부분의 안전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모든 안전 정책의 변경을 직접 검토하고 승인한다. 매년 Sevan Safety Excellence Award를 통해 안전에 기여한 직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문화도 이미 정착되어 있다. 최고 경영자가 안전의 최전선에 서 있을 때, 조직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는 사실을 세반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에 무게를 둔다
세반의 안전 관리는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작동한다. 현장 작업 시작 전 매일 STARRT(Safety Task Analysis Risk Reduction Talk) 사전 위험 평가를 실시하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60분 이내에 경영진에 보고하는 체계를 운영한다. 고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Life-Saving Rules, 즉 안전 절대 기준을 명확히 정해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 위험을 미리 인식하고 제거하는 구조가 세반 안전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법적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현장 규칙
세반의 현장 규칙은 법이 요구하는 수준을 상당 폭 초과한다. 100% 추락 방지를 의무화하고, 비계·사다리·고소작업에 대한 강화된 내부 기준을 별도로 운영한다. ANSI Z87.1 기준의 눈 보호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인체공학 기반의 중량물 취급 제한도 적용한다. Type II 헬멧, 절단 방지 장갑, 고가시성 PPE를 전면 도입하는 등 보호장비 기준 역시 업계 수준을 크게 앞선다. "법이 허용하니까 괜찮다"는 논리는 세반의 현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기술을 통해 안전을 혁신한다
세반은 디지털 기술을 안전 관리에 적극 접목하고 있다. 바코드 스캔 방식의 클라우드 기반 SDS(물질안전보건자료)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며, 실제 작업 조건을 반영한 JHA(위험성평가) 자동 생성 도구를 자체 개발 중이다. STARRT 프로세스 역시 디지털화하여 현장 문서화와 소통의 효율을 높였다. 기술은 안전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안전 문화를 설계하다
세반은 안전을 강요하는 대신, 직원이 참여하고 싶어지는 구조를 설계했다. Sevan University라는 내부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통해 직무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 Elevate Safety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위험 인식과 행동 기반의 안전 역량을 키운다. Near Miss Challenge는 아차사고 1건 신고 시 자선단체에 7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신고 문화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기여도 실현한다. Sevan Salute 프로그램은 안전 행동에 배지와 상품으로 보상함으로써 긍정적 강화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특히 Near Miss Challenge는 신고를 꺼리는 현장의 암묵적 문화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데 효과적인 모델로 주목받는다.
안전을 사업의 경쟁력으로 본다
세반은 안전을 비용이나 규제 대응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안전은 세반의 사업 차별화 전략이자 브랜드 정체성 그 자체다. 이러한 관점은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안전 컨설팅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으며, ABC(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와 Fortune 등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최고의 직장"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안전한 기업이 곧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한국 건설 기업에 전하는 메시지
세반의 사례는 규모나 국가의 차이를 떠나 안전 경영의 본질에 대해 명확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진의 안전 책임이 법적으로도 분명해졌다. 그러나 법 준수를 넘어, 세반처럼 안전을 조직의 정체성과 사업 경쟁력으로 내재화한 기업은 아직 드문 것이 현실이다.
세반의 경험에서 한국 건설 기업이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실천 방향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CEO가 안전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첫 발언을 여는 것에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리더의 존재 자체가 조직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차사고 신고 문화를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신고를 처벌이 아닌 기여로 인정하는 구조가 전제될 때, 현장의 위험 정보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디지털 위험성평가 도구 도입을 통해 현장의 문서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안전 소통을 늘리는 것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변화다. 무엇보다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내부 인정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세반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명제로 귀결된다.
"안전은 문화다. 그리고 문화는 리더가 만든다."
이 명제가 한국 건설 현장에서도 실질적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EHS Today, "America's Safest Companies — Sevan Multi-Site Solutions, Inc." (Nicole Stem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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